이복현 “고려아연 공개매수 경쟁 과열…불법행위는 엄정 조치”

‘쩐의 전쟁’에 경고

강성두 영풍 사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해 “경쟁 과열”이라며 불공정행위가 발생할 경우 엄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지난 27일 부원장회의에서 상장회사 공개매수와 관련해 “근거 없는 루머나 풍문 유포로 투자자의 잘못된 판단이나 오해를 유발하는 시장질서 교란행위 등 불공정거래 발생 여부에 대해 면밀히 시장 감시를 실시하고, 필요시 신속히 조사에 착수해 적발된 불법행위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청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금감원이 29일 밝혔다.

영풍과 사모펀드 운용사 엠비케이(MBK)파트너스는 경영권 인수를 위한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10월4일까지 진행한다. 영풍과 엠비케이가 공개매수를 선언하기 전인 이달 12일 55만6천원이었던 고려아연의 주가는 지난 20일에는 73만5천원까지 30% 넘게 치솟았고, 27일에도 71만1천원으로 분쟁 전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최근 영풍-엠비케이 쪽은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올렸고, 이에 맞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원장은 “엠앤에이(M&A·인수합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건전한 경영권 경쟁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상장회사 공개매수는 관련자들 간의 경쟁 과열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며 “지나친 경쟁으로 시장 불안을 야기하고 자본시장 신뢰를 저해할 수 있는 만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개매수자, 대상회사, 사무취급자 등 관련자들이 공정 경쟁 원칙을 주시하는 한편, 앞으로 공개매수 과정에서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될 수 있게 각별히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명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금감원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언급하고 나선 것은 지난해 카카오의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 당시 발생했던 시세조종 논란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은 에스엠 주식 시세조종 혐의로 서울남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공개매수 분위기가 과열되며 치솟았던 주가가 이후 급락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여지도 있다. 이 원장은 “현재 단기적으로 관련 종목 주가가 급등한 상태지만 이후 주가 하락으로 투자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공시자료 등을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공개매수 당시 16만원 가까이 치솟았던 에스엠 주가는 현재 공개매수 전보다 낮은 6만원대까지 떨어진 상태고, 지난해 말 엠비케이가 공개매수를 시도한 한국앤컴퍼니 주가 역시 당시에는 2만2천원선까지 올랐으나 27일 종가 기준 1만7010원으로 내려와 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