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교촌치킨 33년 초고속 성장의 비법, '소스 공장' 베일 벗었다
교촌, 소스사업부 분리해 비에이치앤바이오 설립
창립자 권원강 회장만 아는 레시피, 해외서도 호응
"물청소 없애고 공정 자동화로 위생 관리 제고"
[진천=뉴시스]주동일 기자 = "코카콜라가 자신만의 비법 레시피를 갖고 있듯, 교촌치킨의 주요 레시피는 단 한 명(창립자 권원강 회장)만 알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충청북도 진천에 위치한 교촌치킨의 소스 생산 공장에서 송원엽 비에이치앤바이오(BHNBIO) 대표이사 사장은 자신들의 레시피를 글로벌 음료 기업 코카콜라에 빗대어 소개했다.
비에이치앤바이오는 교촌에프앤비의 소스 사업부를 분리해 2015년 설립된 글로벌 종합 식품 유통 기업이다. 소스 생산과 관련된 연구소와 공장 등을 운영 중이다.
송 대표는 "코카콜라 창업자인 아서 캔들러(Asa Candler)가 레시피를 자신의 서랍에 넣어 잠그고 아무에게도 열쇠를 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며 "교촌치킨 역시 비법으로 만든 소스들 덕에 지난 33년 동안 계속 성장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공장장인 김태윤 비에이치앤바이오 생산본부 상무 역시 "이곳에서 20년 정도 근무했지만 소스 노하우는 모른다"며 "다른 브랜드에서 흉내는 내도 따라 만들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촌치킨은 닭에 붓으로 소스를 바르는 독특한 조리법으로도 유명하다.
비에이치앤바이오는 베일에 싸인 교촌치킨 소스를 생산하면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B2C(기업-소비자간 거래)·B2B(기업간거래) 제품도 생산하고 있다. 동원 등 여러 대기업과도 제품을 만들고 있다.
비에이치앤바이오의 대지 규모는 4600평으로, 공장은 2900평 정도다. 일반적으로 직원 100여명이 근무할 규모지만, 이 공장엔 약 30명이 일하고 있다.
송 대표는 "모든 과정을 자동화해 규모 대비 직원 수가 적다"며 "하루 생산량은 30~40t 정도"라고 설명했다.
비에이치앤바이오 측은 자동화를 통해 제조 과정에서 제품이 직원들에게 노출되는 빈도를 줄이고, 위생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상무는 "특히 박스에 담은 제품을 유통할 수 있도록 팔레트에 담는 과정은 모두 자동화해 문제가 생겼을 때만 사람이 참여한다"며 "노출되는 사람이 많으면 위생 문제도 발생하기 쉽다"고 말했다.
같은 취지에서 비에이치앤바이오는 공장 내 '물 청소'를 없앴다.
김 상무는 "소스 공장에선 청소를 위해 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세균은 물기가 있을 때 빠르게 번식한다"며 "비에이치앤바이오는 소스를 모두 배관으로 운반해 물 청소가 필요 없는 공장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비에이치앤바이오는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과 FDA(미국식품의약국), 할랄 인증까지 받았다.
비에이치앤바이오의 생산량 중 70%(약 500t)는 교촌치킨의 '허니'와 '레드' 소스가 차지한다. '간장'과 함께 교촌치킨의 3대 주요 소스로 꼽히는 제품들이다.
이날 송 대표는 소스의 핵심 재료들을 소개했다.
그는 "가장 한국적인 맛에 기반해 세계 시장에 인정받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치킨의 세 가지 핵심 원재료인 청양 홍고추, 한국산 마늘, 천연 아카시아 벌꿀을 꼭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계약 재배 방식을 통해 물량을 확보하면서도, 농가와 상생하는 방법을 도입 중이다. 지난 3년간 계약재배한 청양 홍고추, 마늘, 아카시아꿀만 총 3825t에 달한다.
송 대표는 "연간 계약을 통해 재료를 직접 구매하고 있고, 구매하는 양 자체가 청양 홍고추의 경우 연간 920~1000t정도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늘도 핵심 원재료인데 원물만 400t, 안좋은 부분을 제거하고 실제로 사용하는 건 200t 정도"라며 "허니소스에 쓰는 국내산 아카시아 꿀은 80t정도"라고 설명했다.
최근 기후변화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고 있지만 계약 재배로 공급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송 대표에 따르면 청양 홍고추 가격은 일반적으로 ㎏당 4000~5000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추석이 지난 뒤 5만5000원으로 급증했다.
농가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계약재배에 참여한 임천섭 농부는 "40년차 농사꾼인데 고추 품목으로 기업과 계약재배를 하는 건 교촌치킨이 처음"이라며 "(선별과 공판장 이동 등의 부담 없이) 교촌치킨에서 전량을 가져가고, 안정적인 가격으로 매입해주니 편안하다"고 평가했다.
비에이치앤바이오는 해외 치킨 시장의 구도가 소스를 중심으로 변화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송 대표는 "전 세계에 치킨 소스 자체 공장을 만든 회사는 손에 꼽는다"며 "미국의 칙필레(Chick-fill-A)나 난도스(Nando`s)가 대표적인데, 이들의 소스 매출은 각각 연간 5000억원, 1500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K외식은 치킨에서, K푸드는 소스에서 나올 것"이라며 "이미 식품기업들은 K소스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교촌치킨은 미국, 중국, 대만, 아랍에미리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대만 등 7개국에 진출한 상태다.
송 대표는 "현재 비에이치앤바이오는 비가열 냉동상태로 소스를 해외에 제공 중인데 양이 해마다 증가한다"며 "보관이 용이한 가열상태로 수출을 요구하는 곳도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d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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