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민당 총재된 이시바, 당직·내각 인사에 경쟁자 기용… 총선거 대비
지난 27일 일본 집권여당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승리한 이시바 시게루 총재의 주요 당직, 내각 인사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총재선거 경쟁자들을 기용해 조만간 있을 것으로 보이는 중의원(하원) 선거 후의 총선거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치인 중 손꼽히는 안보전문가로 평가받는 그가 미·일안보조약 개정 및 미국령 괌에 자위대 주둔을 주장한 글이 공개돼 주목을 받고 있다.
자민당 및 내각 주요 포스트에 오를 것으로 이름이 거론되는 인사들 중에는 총재선거 경쟁자들이 눈에 띈다.
1차 투표에서 3위로 낙선한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은 총선거에 대비한 선거대책위원장 기용이 유력하다. 비록 낙선하기는 했으나 한때 대세로 평가받았을 만큼 높은 지명도, 40대의 참신한 이미지를 선거에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NHK방송은 “당내에 일정한 기반을 가진 고이즈미 전 환경상을 기용해 화합을 도모하는 한편 높은 지명도, 강력한 메시지 전달 능력을 살려 정권 운영에 탄력을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내각 핵심인 관방장관에는 1차 투표에서 4위를 기록한 하야시 요시마사 현 관방장관을 계속 기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야시 관방장관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끌었던 파벌 ‘기시다파’ 2인자였고 외무상, 방위상 등을 지내 경험이 풍부하다는 게 장점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에게는 총무회장을 제안했으나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바 정권 출범 이후 정치 일정, 정책 변화 등도 관심사다.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총선 시점이다. 이시바 총재는 27일 진행된 당선 후 첫 기자회견과 TV출연을 통해 “가능한 한 빨리 국민 심판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연내 총선실시 가능성에 대해서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렇다”며 긍정했다. 산케이신문은 “자민당 내에서 조기 해산을 바라는 목소리가 강하다”며 “가장 이른 시일에 선거를 치른다면 다음달 27일이 투표일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시바 총재가 선거 기간 중 밝힌 입장대로 국회 예산위원회 논의를 거친 후 중의원을 해산한다면 ‘다음달 하순 해산, 11월 10일 선거’ 안도 거론된다. 아사히신문은 “(이시바 총재가) 파벌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의원들을 공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당의 분열을 어떻게 막을 지가 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정책과 관련해 미·일안보조약 개정을 주장한 이시바 총재의 글이 공개돼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미국의 유력 싱크탱크인 허드슨 연구소는 27일(현지시각) 홈페이지에 이시바 총재가 기고한 ‘일본 외교정책의 장래’란 글을 게재했다. 이 글은 선거 운동 기간 중인 26일 투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바 총재는 미·일안보조약을 ‘비대칭쌍무조약’이라고 지칭하며 “바꿔야 할 때가 무르익었다”고 주장했다. ‘비대칭’이란 규정은 미국이 일본에 대한 방위의무를 지고, 일본은 미국에 기지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미국령 괌에 자위대를 주둔시키는 제안도 하며 “‘재(在)괌 자위대’ 지위협정을 주일미군 지위협정과 같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을 염두에 두고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들이 참여하는 ‘아시아판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와 관련해서는 “아시아판 나토에서 미국의 핵점유와 핵반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사히신문은 이아 관련해 “이 글은 미국 측에 강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며 “이시바 총재의 제안은 미국의 주권과도 관련된 내용이라 미국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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