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빈 “예전엔 미래에 살았다…투병 후 하루하루에 집중”
(시사저널=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배우 김우빈이 넷플릭스 영화 《무도실무관》으로 오랜만에 흥행과 평단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무도실무관》은 태권도, 검도, 유도 도합 9단인 이정도(김우빈)가 보호관찰관 김선민(김성균)의 제안으로 전자발찌 대상자들을 24시간 밀착 감시하는 무도실무관으로 함께 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무도실무관과 보호관찰관은 2인 1조로 움직이면서 전자발찌 대상자들의 위치와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밀착 지도 및 감독을 통해 재범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극 중 김우빈은 무도 실력자 이정도 역을 맡았다. 세상에서 재밌는 것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왔지만, 다른 사람의 행복을 지키는 일을 하면서 점차 변화하는 인물이다. 김우빈은 이 캐릭터를 위해 8kg 정도 몸무게를 증량하고, 데뷔 후 처음으로 탈색한 헤어 스타일로 파격 변신,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알려진 바와 같이 김우빈은 드라마 스페셜 연작 시리즈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데뷔한 이후 《학교 2013》 《상속자들》 《스물》의 매력 넘치는 청춘 캐릭터부터 《우리들의 블루스》의 따뜻한 내면을 지닌 캐릭터까지 다양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무도실무관》에서는 일을 시작하면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한 청년의 내면을 진정성 있게 연기했다. "무도실무관이라는 직업군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는 김우빈을 만났다.
《무도실무관》이 글로벌 비영어권 1위를 차지했다. 기분이 어떤가?
"생각보다 많은 분께서 좋아해 주셔서 놀랍다. 공개하고 마침 연휴가 이어져 관람평도 보게 됐는데,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행복했다. 이 작품은 재미와 의미가 같이 있는 영화다. 액션보다는 인물들의 감정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이 관전 포인트다."
이 작품은 김우빈에 의한, 김우빈을 위한 작품이라고 할 정도로 김우빈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출연 계기는?
"사실 시나리오를 읽기 전엔 무도실무관이라는 직업이 있는지도 몰랐다. 처음 접하는 직업이라 흥미를 느꼈고, 읽다 보니 이 직업이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도 같은 생각이셨다. 영화가 공개된 후에 작품의 의도가 잘 전달된 것 같아 행복하다. 더불어 영화 속 엄청난 캐릭터들이 영웅이 아니라 우리 일상의 영웅이 진짜 영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할 때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촬영했다."
극 중 노란 머리가 인상적이다.
"대본에는 외모에 대한 묘사가 없었다. 고민하던 찰나에 길거리를 지나면서 사람들을 관찰하는 시기가 있었다. 생각보다 탈색하신 분들이 많더라.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정도는 무도 실력도 실력이지만 한눈에 봐도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힘이 느껴져야 하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체중 증량도 했다. 대중들에게 변신한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었다."
촬영 전 무도실무관에 대해 취재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도 궁금하다.
"그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느낀 점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고되고 힘든 일이라는 것이다. 일을 하는 와중에 감정이 앞서면 안 되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응징하기보다는 유사시에 제압하는 정도여야 하는데, 거기서 오는 어려움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만나고 난 다음에 그분들이 더 대단해 보였다."
이 작품도 그렇지만 그간 《신사의 품격》 《고교생》 《스물》 등 주로 성장 스토리를 지닌 작품에 많이 출연했다.
"제가 성장담에 관심이 있나(웃음)? 깊게 생각은 안 해봤다. 그저 작품을 읽고 그 당시에 제가 재미있게 읽었는지가 중요하다. 작년에는 《무도실무관》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읽었다."
작품에 대한 반응이 좋은데,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는 게 아쉽지 않나.
"이 작품과 관련된 여러 행사들 때문에 무대 인사도 하고 시사회도 하게 되면서 관객분들과 같이 볼 기회도 있었다. 영화관에서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애초 기획부터 OTT 영화로 시작해서, 극장 개봉에 관한 욕심은 없다."
김성균 배우와 호흡을 맞췄다.
"제가 개인적으로 성균이 형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형을 표현할 때 '천사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성균이 형을 만나본 사람 중에 성균이 형을 안 좋게 말하는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저에게는 좋은 어른이고, 배울 점이 많다. 그래서 함께하는 순간이 너무 좋았다. 다른 작품으로도 꼭 다시 호흡하고 싶다."
최근 들어 주로 선한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의도한 적은 없다. 아까 언급했지만 제가 재미있게 본 작품을 선택하는 편이다. 작년의 저는 이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고 그 전엔 《우리들의 블루스》가 좋았고(웃음). 더불어 감독님, 소재, 캐릭터 등 선택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너무 좋은 작품이라도 지금 하고 있는 작품과 겹치면 포기해야 한다. 모든 게 다 맞아야 작품을 할 수 있다. 덧붙여 선한 역할만큼 악역 제안도 많이 온다(웃음)."
그렇다면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변화도 있나.
"나이를 먹으면서 마음이 더 열렸다. 과거의 저는 사극이 어려웠다. 자신이 없었다.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작품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제 생각과 비슷하다면 역할이 작든 크든 함께하고 싶다. 제가 데뷔한 지 15~6년이 됐다. 그렇다 보니 현장에서 다시 만나는 사람들이 생기더라. 그 순간이 좋더라. 그 안에서 오는 재미가 있다. 더 편안하고 안정감이 있다. 다양하게, 그리고 즐겁게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기부를 오랫동안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제가 살아가는 방식은 하루하루 충실하게 사는 것이다. 그렇게 충실하게 살면 행복한 것 같다.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아서 그 영향도 많이 받고 있다."
암 투병 이후 달라진 인생관인가?
"예전에는 미래에 살았다. 목표를 위해서 저를 채찍질하면서 살았다. 그러던 중 하늘에서 저에게 예고 없이 휴가를 주시니까 저를 되돌아보게 되더라. 그때 알았다. 나를 너무 혹사했고, 너무 미래에만 가있었구나, 현재를 즐기지 못했구나 하는 사실 말이다. 그 이후부터 하루하루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 기간은 마음이 무너지는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견뎌냈는지도 궁금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장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저는 긍정적인 편이라 어떤 순간에도 장점을 찾아낸다. 이것 역시 부모님의 영향일 것 같다. 아픈 시기에도 아까 표현대로 휴가를 받았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이 많은 도움이 됐다. 그 시간 덕분에 지금 건강에 대해 더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데, 그것 역시 감사하다."
오랜만에 로코 장르 복귀도 앞두고 있다.
"저는 현장에서 다시 만나는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좋아한다. 둘 중 누구 하나가 원치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만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드라마 《다 이루어질지니》에서 다시 호흡을 맞추는 수지씨와 김은숙 작가님 등 모두가 소중하다. 수지씨와는 한 번 호흡을 맞춘지라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 없어서 작품 얘기를 더 깊게 할 수 있다. 김은숙 작가님과는 3번째 호흡이다. 저를 잘 아셔서 저에 맞춰서 캐릭터를 만들어주신다. 덕분에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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