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6주 앞두고 중동 긴장 최고조…휴전 추진했던 바이든 난감

김예슬 기자 2024. 9. 2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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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전 통지 못 받아…휴전·강공 두고도 이스라엘과 이견
이란, 참전 여부에 촉각…"아직 판단 이르다"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지난 2013년 8월 2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국제 예루살렘의 날을 맞아 연설을 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28일 (현지시간) 나스랄라가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에 있는 본부에서 지도부 회의를 하는 동안 이스라엘 군의 공습을 받아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2024.09.29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를 제거하며 중동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지난 1년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확전을 막느라 고군분투해 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선거 6주를 앞두고 또다시 고뇌에 빠지게 됐다.

28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성명을 통해 레바논 베이루트 교외 다히예에 있는 헤즈볼라 본부 공습 이후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사망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헤즈볼라 측에서도 성명에서 "약 30년간 이끌었던 헤즈볼라의 수장 사이드 하산 나스랄라가 위대한 불멸의 순교자 동지들에게 합류했다"며 사망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와 회의에 참석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美, 사전 통지 못 받아…휴전·강공 두고도 이스라엘과 이견

미국은 나스랄라의 사망이 알려진 지 24시간 후에야 사전 통지가 없었다는 입장을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나스랄라의 죽음이 "40년간의 테러 통치에 대한 정의의 조치"라면서 "이란이 지원하는 단체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이스라엘의 권리를 미국은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미국은 외교적 수단을 통해 가자지구(이스라엘 대 하마스)와 레바논에서 진행 중인 분쟁을 완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표면적으로는 나스랄라의 살해를 '정의의 조치'라고 표현했지만, 대선을 불과 6주 앞두고 있는 만큼 셈법은 복잡해졌다.

미국은 그간 이스라엘과 하마스, 헤즈볼라와의 휴전을 촉진하기 위해 물밑 작업에 힘써 왔다.

미국은 최근 유럽연합(EU),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동맹국들과 함께 공동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21일 즉각 휴전'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휴전설을 일축, 헤즈볼라를 향한 강공을 계속했다. 미국은 휴전안이 이스라엘과 이미 조정됐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며 이스라엘과 이견이 있었음을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공격에 대해서도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여전히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며 작전에 대해 미리 듣지 못했다는 점을 시사했다.

CNN은 이러한 상황을 두고 "바이든에게 이 순간은 또 다른 긴장감 넘치는 균형 잡기"라며 "네타냐후와 이미 불화가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제 네타냐후의 의사 결정에 대한 영향력이 역대 최저인 것처럼 보이는 이 순간, 두 전선(하마스·헤즈볼라)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의 의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2024.7.30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이란, 참전 여부에 촉각…"아직 판단 이르다"

이란의 적극적인 참전 여부도 미국으로서는 골치 아픈 요소다. 지난 7월 취임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개혁진보파로 분류되는 인물로, 경제 제재를 푸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은 아직 대(對)이란 제재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EU는 보다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란과 EU는 사실상 폐기된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부활을 위한 논의를 재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핵합의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등 6개국이 지난 2015년 이란과 체결한 협약이다. 핵 프로그램을 일부 동결하거나 축소하는 대가로 서방 국가들이 대이란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를 파기하며 서방의 제재도 복구됐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무선호출기(삐삐) 테러 이후에도 이스라엘을 비난하기만 했을 뿐, 공개적인 보복 위협을 하지는 않았다. 또 지난 7월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됐을 때도 보복을 예고했으나, 아직 이렇다 할 행동에 나서지는 않았다.

악시오스는 이스라엘의 대규모 레바논 공격 이후 "미국 관리들은 헤즈볼라가 이란의 가장 가깝고 가장 강력한 대리 세력임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현재 레바논 내 전투에 직접 개입하는 데 매우 주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헤즈볼라의 수장이 살해된 만큼 헤즈볼라와 이란의 반응을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미 행정부 관계자는 이날 아침 CNN에 "현재로서는 나스랄라의 죽음이 그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대규모 사태 확대의 가능성이 얼마나 큰지 알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미국 고위 관리는 CNN에 "미국은 이란 지도자들이 이란의 가장 강력한 대리 집단인 헤즈볼라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판단할 경우, 이란이 갈등에 개입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미 행정부는 이란이 대규모 보복을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는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CNN은 "28일 현재 미국은 이란이 대규모의 지속적인 보복을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를 보지 못했지만, (해당 사안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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