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율 1위’ 제주도, 차 없는 거리 걷기 축제 1만여명 참가
탄소중립·사람 중심 보행환경 조성 잰걸음
29일 제주도에 따르면 전날 제주시 연북로에서 ‘걷는 즐거움, 숨 쉬는 제주!’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도민 건강 증진과 걷기 문화 확산을 위해 기획됐다.
차 없는 거리 걷기 행사는 △주요 건강지표 개선을 위한 걷기 활성화 △도로에 대한 도민 인식 개선 △사람 중심의 보행환경 조성 △탄소중립 달성 에너지 대전환 정책의 하나로 마련됐다.
행사는 제주문학관에서 메가박스에 이르는 2㎞ 구간(왕복 4㎞)에서 진행됐다.
아이들과 손을 잡고 거리를 함께 걷는 젊은 부부, 체험부스에서 건강 나이를 측정하는 어르신,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하는 반려인, 휠체어를 타고 참여한 장애인, 삼삼오오 모인 동호회·단체 회원들까지 평소에 볼 수 없는 차 없는 거리에서 새로운 경험을 만끽했다.
아이들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임상현(제주시 조천읍)씨는 “평소에 연북로를 걸어볼 기회가 없었는데 아이들과 함께 차 없는 거리를 걸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며 “이런 행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린자전거교실 교육강사인 강수남(제주시 오라동)씨는 “자전거 도로가 잘 갖춰지면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자전거 이용 환경도 크게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일상 속 발걸음에 나눔을 더하는 걷기 기부 캠페인’ 업무협약도 체결됐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제주도개발공사, 네오플, 카카오, 제주드림타워복합리조트, 제주동화마을, NH농협 제주본부, 제주은행 등 8개 기관·기업이 협약을 맺었다.
이 캠페인은 이날 걷기 행사를 기점으로 11월 말까지 2개월 동안 진행한다. 도민 10억 걸음 달성 시 기부금 2억원을 조성한다. 모바일 앱인 워크온(Walkon)을 통해 도민 걸음 수 1걸음당 0.2원의 기부금이 적립된다.
도민걷기 기부 캠페인 협약에 이어 열린 범도민 걷기실천 다짐 선언식에는 오영훈 지사와 10대부터 60대까지 도민 대표 5명이 참여해 ‘한 번에 10분, 하루 30분, 매주 5일 이상 일상 걷기 실천’ 등 일상 속 걷기 생활화를 위한 5개 실천강령을 선언했다.
오 지사는 “도로를 차량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상징적인 장소로 만들기 위해 다각도로 고민해 왔다”면서 “지난 1년간 여러 차례 원탁회의와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이번 행사의 방향과 시기, 장소를 결정하게 됐다”며 행사 추진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행사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과 불편을 호소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건강한 제주와 탄소중립 실천이라는 대의를 위해 도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날 행사는 도로가 자동차만의 전유물이 아닌 보행자, 자전거·인라인스케이트 이용자 등 모든 도민이 공유하는 공간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자는 취지다.
제주도민의 주요 건강지표인 걷기 실천율과 비만율이 전국 최하위권인 점을 고려해 걷기행사 도로를 통제해 도민들의 건강지표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제주 걷기 실천율과 건강생활 실천율은 각각 41.1%, 29.2%로 각각 전국 시·도 중 16위다.
반면 비만율은 36.1%로 전국 1위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전국 평균 걷기 실천율은 47.4%(서울 64.3%), 건강생활 실천율 35.2%, 비만율 33.2%다.
이번 걷기 행사의 모티브가 된 콜롬비아 보고타시의 ‘시클로비아’ 프로그램은 전 세계적으로 도시 교통문제 해결과 시민 건강증진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127.98㎞·14개 구간을 시민에게 매주 일요일(공휴일)마다 내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자전거와 걷기로 도심 교통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들이 보다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했다.
제주도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도민 건강지표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발굴하고, 걷기 활성화와 보행환경 개선에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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