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 때 시끄럽다 때리면” “발버둥 치는 아이 혼내면”…학대·훈육 구분법은
경찰, 구체적 사례 모은 지침서 발간
경찰이 아동 학대와 훈육을 구분하는 법적인 기준과 사례들을 모은 지침서를 발간했다. 교사나 학부모는 물론 아동 학대 사건을 현장에서 대처해야 하는 경찰관도 학대와 훈육을 헷갈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갈수록 엄격해지는 아동에 대한 훈육 허용 기준에 발맞춰 <아동학대 판단 지침서>를 제작·배포한다고 29일 밝혔다.
약 70쪽 분량의 지침서에는 법원의 유·무죄 판결과 검찰의 불송치, 경찰의 불입건 등 총 172건의 사례를 15가지 기준으로 분류했다. 지침서는 가정, 학교, 보육 시설 영역으로 나눠 다양한 상황별 훈육·학대 판단 기준과 수사 착안 사항을 담았다.
지침서에 소개된 사례를 보면 초등학교 교사 A씨는 3학년 학생이 수업을 잘 따라오지 못하자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아. 2학년 때 공부 안 하고 왔다 갔다만 했나 봐”라고 말했다. 법원은 A씨의 행위가 피해 아동에게 상당한 모멸감이나 수치심을 줄 수 있는 학대 행위라고 판단했다.
B씨는 자신의 3세 아들이 양치하던 중 소리를 지르자 화가 나 손으로 아들의 왼쪽 뺨을 1회 때렸다. 법원은 친부로서 아동을 양육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신체적·정서적 학대행위를 저질렀다고 봤다.
학대처럼 보이지만 정당한 훈육 행위로 본 사례도 담겼다. C씨는 11세 자녀가 보육원에 가겠다고 길바닥에 누워 발버둥 치자 아이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우며 등을 손바닥으로 1~2회 때리고, 차 안에서 2~3대 밀듯이 때린 뒤 양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법원은 학대를 인정하기 어렵고 훈육의 의사로 이뤄진, 사회 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동 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졌으나 구체적인 아동 훈육 범위에 관한 법이나 판례, 사회적 합의 등으로 정해진 것이 부족해 교사나 부모의 일반적인 훈육 행위도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진다”며 “학대 행위는 실제 현장에서 구체적인 사안마다 판단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므로 지침서는 참고 목적으로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침서는 현장 경찰을 비롯해 교육부, 보건복지부, 관련 시민단체 등에 배포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관심 있는 시민은 누구나 경찰청 누리집(www.police.go.kr → 알림/소식 → 공지사항)에 들어가 자료를 받아 볼 수 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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