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업 증여세 납부 5년간 1조…일감 몰아주기 ‘변칙증여’ 여전했다
국내 기업들이 지난 5년간 일감 몰아주기로 총 1조343억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은 사례도 많아, 지난해에는 300여개의 법인이 추가로 세금을 물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납부액은 1조343억원, 일감 떼어주기 증여세 납부액은 203억원이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를 기준으로 하면 1553개 법인이 일감 몰아주기로 1860억원을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추세를 보면 세금부담에도 불구하고 사업상 수단을 통해 부의 이전을 노리는 기업들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감 몰아주기와 일감 떼어주기에 대한 증여세는 세금 부담 없이 부를 이전하는 변칙증여를 방지하기 위해 2012년 도입됐다. 특정 기업이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 등을 통해 본인이나 자녀, 친족 등이 주주인 법인에 일감을 몰아줘 이익을 얻게 하면 과세하는 방식이다.
최 의원실은 국세청 자료를 통해 최근 3년간의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신고 현황과 실제 납부 금액을 비교하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당초 1256개 법인만 일감 몰아주기를 신고했으나 실제로는 1553개 법인이 증여세를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납부액은 신고액보다 647억원 더 많았다. 2022년에는 신고와 납부액 차이가 915억원으로 이보다 더 컸다.
이처럼 신고액과 납부액의 차이가 수백억대에 달하는 것은 일감 몰아주기 신고를 회피하려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세청은 매년 일감 몰아주기·떼어주기에 대한 증여세 신고를 접수하고 있으며, 신고가 끝난 뒤에는 무신고자 및 불성실 신고자에 대한 검증을 한다. 기한 내 신고하지 않으면 가산세도 부과한다.
일감 몰아주기가 여전히 팽배한 상황이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일감 몰아주기 제재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여 비판을 받고 있다. 최 의원실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5월부터 올해 8월까지 사익편취 및 부당지원으로 제재를 받은 기업집단은 12곳에 불과했다.
최기상 의원은 “재벌 대기업의 경영권 편법 세습과 부의 대물림을 제어하기 위해 일감 몰아주기와 일감 떼어주기 증여세를 도입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에 대한 제재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며 “일감 몰아주기와 일감 떼어주기를 통한 부당한 부의 세습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관련 제도의 정비와 국세청·공정위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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