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종목 또 바뀌나"…상품 출시도 차질[밸류업지수 논란②]

박주연 기자 2024. 9. 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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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태영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과 관련 임원들이 지난 26일 서울 한국거래소 기자실에서 코리아 밸류업 지수 선정 기준과 선정 종목 등에 대해 추가 설명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투자자들에게 매력이 있을까요."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시작부터 차가운 반응에 직면한 가운데 이를 기반으로 상장지수펀드(ETF)를 준비 중인 자산운용업계가 고민에 휩싸였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오는 11월4일 밸류업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밸류업 ETF를 상장키로 주요 자산운용사들과 협의를 마쳤다.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10개 안팎의 운용사가 참여한다.

거래소는 지난 24일 밸류업지수를 발표했다. 5단계 스크리닝을 거쳐 시장대표성(시가총액 400위 이내), 수익성(2년 연속 적자 또는 2년 합산 적자 배제), 주주환원(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 시장평가(전체 또는 산업군 50% 이내 PBR), 자본효율성(산업군별 ROE 순위) 등 최종적으로 5가지 평가지표를 채택, 기업가치 우수기업과 조기 공시기업 등 100개 종목을 채택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지수에 포함돼야 할 종목이 빠지고, 빠져야 할 종목은 편입됐다는 것이다. 대규모 주주 환원책을 발표했던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가 각각 자기자본이익률(ROE),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아 탈락했고,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원성을 받은 두산밥캣, 엔씨소프트 등은 지수에 들어갔다.

거래소는 결국 지수 발표 이틀 만인 지난 26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연내 종목 변경 가능성을 언급했다. 양태영 유가증권시장본부 본부장은 "각계 전문가 의견과 향후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추이 등을 감안해 올해 안에 구성종목을 변경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미래에셋·KB·신한·한화·한투·키움 등 대부분의 자산운용사들은 지수를 단순 추종하는 '패시브'로 방향을 잡은 상태다. 한 운용사는 액티브와 패시브를 모두 낼 계획이었지만 패시브만 내기로 결정했다. 패시브형 ETF는 밸류업 지수를 90% 이상 그대로 추종한다.

액티브에 특화된 삼성액티브, 타임폴리오는 '액티브'를 기획하고 있다. 액티브 ETF는 비교지수를 70% 이상으로만 추종하면 돼 운용에서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거래소에서 밸류업지수를 냈는데 운용사들 입장에서 거래소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지 않느냐"며 "일단 다들 코스피200이나 S&P500처럼 기본상품인 패시브 상품으로 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사실 큰 기대감은 없다"며 "지수 자체가 정말 잘 나왔다면 인기가 있었을텐데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고, 만들어야 하니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는 밸류업 ETF 출시를 밸류업 프로그램 핵심 추진 과제로 추진 중이다. ETF를 통해 투자가 활발해지면 기업들의 밸류업 의지도 높일 수 있어 선순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밸류업 ETF에 힘을 싣기 위해 운용사들이 다른 포트폴리오에 '밸류업'이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도록 했고,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의 수탁자 행동 지침이 되는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도 추진 중이다. 개정안은 '투자 대상 회사가 기업 가치를 중장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을 수립·시행·소통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여부를 점검할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상품을 출시하는 운용사들의 마음은 무겁다. 향후 기대수익률이 높으려면 주가가치가 저평가된 '저PBR주', 고배당주들이 지수에 다수 편입돼야 하는데 이미 주가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고PBR주가 대거 편입되며 수익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요즘 투자자들이 배당에 관심이 큰데 배당주들이 지수에서 많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수익성 요건에 미달한 SK하이닉스가 특례로 편입된 것, 당초 연 1회 시행할 예정이던 리밸런싱(구성종목 변경)의 연내 추가시행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을 두고도 "지수 신뢰성이 훼손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운용사들이 대부분 '패시브'를 선택, 상품에 차별성이 없어진 만큼 결국 대형사에만 자금이 몰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다만 지수 출범 초기인 만큼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밸류업 지수가 코스피 200이나 KRX300과 경쟁을 하게 될텐데 지수 자체가 좋다면 투자자들이 밸류업으로 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검증의 시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금방 업데이트가 되니까 투자자들이 뭔가 보여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거래소가 이례적으로 올해 안에 리밸런싱을 할 수도 있다며 시장의 평가에 곧바로 반응했다"며 "거래소가 됐든, 정부가 됐든 밸류업 지수를 타이트하게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고, 그렇다면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며 꽤 괜찮은 지수로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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