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가습기살균제 '국가 책임' 재차 인정…위자료 청구는 기각

한성희 기자 2024. 9. 2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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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법원 삼거리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주최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세퓨 제품피해 국가책임 민사소송 2심 판결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에 관련 제품이 놓여 있다.

가습기살균제 사태에 대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서울고법의 판결이 또 나왔습니다.

다만 이미 정부로부터 구제급여를 받았다는 이유로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서울고법 민사17-2부는 A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습니다.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다 2011년 6월 숨진 23개월 아이의 아버지 A 씨는 2014년 8월 제조사 세퓨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제조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며 세퓨가 A 씨에게 약 3억 7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다만 국가에 대한 청구는 "원고가 낸 증거만으로는 배상책임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A 씨는 국가를 상대로만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공무원의 과실이 인정되고 이런 위법한 직무집행과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들의 건강 피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환경부 장관 등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나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등 이 사건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 심사를 할 때 특정 용도와 노출 환경에서 사용되는 것을 전제했음에도, 그 결과를 고시할 때는 이런 조건으로 심사했음을 알 수 있는 아무런 기재도 없이 '유독물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만 적어 이를 10년 가까이 방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심지어 PHMG에 대해선 불충분한 과학지식 등에 근거해 고분자물질이라는 이유만으로 독성시험을 면제하면서 물에 잘 녹는지 여부 등도 확인하지 않고 용도 제한 없이 '유독물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공표했다"며 "이는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거나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이미 A 씨가 2014∼2021년 정부로부터 2억 원 넘는 구제급여를 받았고 이는 A 씨에게 인정되는 위자료보다 많다며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앞서 지난 2월에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등 5명이 낸 소송에서 국가가 3명에게 300만∼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서울고법 판결이 있었습니다.

국가의 배상 책임을 처음 인정한 이 판결은 6월 대법원에서 확정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

한성희 기자 chef@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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