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외교장관 “11월 페루 APEC서 고위급 교류”…정상회담 추진 시사

한국과 중국 외교장관이 오는 11월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양국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외교부가 밝혔습니다.

■한중 외교장관 “11월 APEC 정상회의에서도 고위급 교류 이어가기로”

외교부에 따르면,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현지 시각 28일 미국 뉴욕에서 약 45분간 회담했습니다.

양국은 이 자리에서 11월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올해 다자회의에서도 고위급 교류를 이어 나가기로 했습니다.

조태열 장관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한중 간에는 올해 APEC 정상회의 등 계기에 양호한 교류의 흐름을 이어가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오늘 (왕이) 부장과의 대화가 11월 APEC 정상회의 시 한중 고위급교류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내년도 한국의 APEC 의장국 역할을 지지한다고 밝히며, 내년 11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가 풍성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고 한국 외교부는 전했습니다.

양국이 올해와 내년 APEC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의 첫 회담도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APEC 회의를 계기 삼아 열렸습니다.

그러나 이듬해 APEC에선 회담이 불발됐고, 두 정상은 악수만 주고받고 헤어졌습니다.

시 주석은 2014년 이후 한국을 방문하지 않고 있는데, 정부는 내년 APEC 회의에 시 주석이 참석하도록 공을 들이고 있는 거로 알려졌습니다.

■왕이 “한반도 평화는 공동 이익”…미 중거리미사일 배치 우려 전달

북한 문제에 대해, 조 장관은 “북한은 연이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고 우라늄농축시설을 최초 공개하는 등 각종 도발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건설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전달했습니다.

왕 부장은 “조선반도(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해서는 안 되며, 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는 각 당사자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면서 “중국은 계속해서 평화 회담을 촉진하면서 반도의 항구적 안정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발휘하겠다”고 답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습니다.

조 장관은 또한 한국 정부가 탈북민 보호를 중요하게 여긴다며 중국의 각별한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한편 왕 부장은 “미국이 이 지역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은 지역 평화·안정을 해치는 것으로 역내 국가 이익에 맞지 않는다”고 발언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습니다.

중국은 2019년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탈퇴한 이후 한국과 일본 내 미국 중거리 미사일 배치 가능성을 경계해왔습니다.

미국이 올해 4월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 중국 동남부 주요 부대를 타격할 수 있는 미 중거리 미사일부대를 실제로 설치하자 중국은 강력 반발중입니다.

■“경제협력·인적교류 활성화”

양측은 또한 경제 협력을 강조하며 양국이 실질적으로 협력할 동력을 계속해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중국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왕 부장은 회의에서 “중국과 한국은 이웃 국가이자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응당 손잡고 위험과 도전에 대응해야 한다”며 “각자의 발전과 양국 관계에 이로운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또한 “양국 경제의 밀접한 연계와 이익의 융화는 시장 법칙의 결과로,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지방정부‧의회‧학술 분야 교류 등도 활성화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경색됐던 한중 관계는 올해 5월 조태열 외교장관 방중과 이후 서울에서 개최된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연이어 복원되고 있습니다.

양국 외교장관의 대면은 5월 베이징 회담 이후 4개월 사이 이번까지 3차례 성사됐으며, 왕 부장도 방한 의사를 밝힌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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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 기자 (new@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