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사과’ ‘금배추’에 이어 다음은?[경제뭔데]
전세계도 기후변화 도미노 현상
기후위기 중장기 대책 필요해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금사과’, ‘금배추’에 이어 다음엔 또 뭘까요.
지난주 온라인상에 배추 한 포기에 2만2000원이라는 사진이 올라와서 화제였습니다. 배추값이 너무 비싸 김치를 직접 담그느니 사 먹는 게 낫다고 생각한 소비자들이 몰려 온라인몰에서 포장김치가 품절되기도 했습니다.
언론들은 보통 식품이 너무 비쌀 때 ‘금’이라는 단어를 붙입니다. 금덩어리만큼 비싸다는 의미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로 안정세를 이뤄가고 있다고 하지만 장바구니 물가는 여전히 높기만 합니다. 오늘은 기후와 먹거리 물가를 살펴보겠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센터의 자료를 보면 27일 기준 배추 1포기는 9962원입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40% 올랐고, 1년 전과 비교하면 60.9% 오른 가격입니다. 최근 3년 평균(최대·최소 제외)인 평년과 비교해도 38% 높습니다. 바로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10.8% 상승했습니다. 곧 김장철이 다가오는데 김치 담기 무서운 수준이죠.
배춧값은 지난여름 폭염이 길게 이어지고, 일부 지역에서 가뭄까지 겹치면서 배추가 잘 자라지 못한 탓입니다. 이미 일부 마트에선 2만원 짜리가 등장한 상태이고, 생산량이 충분히 받쳐주지 못하고 있어서 aT센터의 자료로도 곧 1만원이 넘을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중국산 배추를 급히 수입해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가격이 떨어질지 미지수입니다.
올해 상반기에도 ‘금사과’ 논란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작황 부진으로 사과 생산이 30% 가량 줄면서 사과 가격이 급등한 겁니다. ‘금배’ 논란도 있었죠. 4월 총선 즈음에는 ‘대파’도 이슈가 됐습니다. 추석 직전에는 시금치도 ‘금시금치’가 됐습니다.
한국만 이럴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농산품의 작황이 들쭉날쭉 해지는 건 전세계적 현상입니다.
최근 커피 원두 가격도 들썩이고 있습니다. 커피는 대표적 수입 식품이죠.
뉴욕선물시장에서 대표적인 커피품종인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파운드당 2.6달러를 넘었습니다. 올해 초보다 40% 이상 오른 가격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2011년 이후 1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커피 원두 수출 1위 국가인 브라질이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이번 시즌 수확에 차질이 빚은 상태인데 가뭄이 이어진다면 내년도 생산도 어려울 것이라고 합니다. 또다른 커피 품종인 로부스타도 들썩이고 있습니다. 주로 커피믹스에 사용되는 로부스타 원두 가격도 지난해 말보다 80% 이상 올랐습니다. 베트남은 태풍으로 생산량이 줄어들었습니다.
커피 원두가 오르니 소매 단계에서 커피 가격도 들썩이고 있습니다. 물론 시차를 두고 반영되지만 올초 이후 계속 커피 원두가격이 오른 탓에 이미 올린 업체도 있고 인상을 예정한 것도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이미 그란데와 벤티 사이즈의 아메리카노 가격을 각각 300원, 600원 올렸습니다. 오는 10월 1일자로 편의점에서 파는 네슬레 스타벅스 미디엄 로스트 가격은 5000원에서 5500원으로 10% 인상됩니다. 특히 커피 원두 가격은 시차가 6개월~1년 정도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커피 가격은 더 오를 걸로 전망됩니다.
코코아(카카오 열매를 가공한 것)도 기후 위기로 가격이 급등한 품목 중 하나입니다. 올해 초 이후로 50~60% 급등했는데요. 코코아 가격은 원자재 시장에서 투기 세력까지 끼어있어서 널뛰긴 합니다만, 주산지인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의 기후 악화 영향이 컸습니다. 코코아라고 하면 언뜻 생활물가와 큰 연관이 없지만 코코아는 과자류에 많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식품 가격을 줄줄이 올릴 수 있는 품목인 셈이죠.
기후 변화로 농산물 수급이 흔들리니 물가지수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은행 보고서와 블로그를 보면, 지난해 이후 이상기후는 물가상승에 10% 정도 기여했다고 합니다. 또 월 평균기온이 1도씩 올라갈 때 농산물가격 상승률은 0.44%포인트 상승하고, 전체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최대 0.07%포인트 오른다고 합니다. 도미노 현상인거죠.
한은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누적상승분은 0.5%포인트 미만에 그친다고 합니다. 그러나 기후대책이 추가적으로 도입되지 않고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6%포인트까지 올리고, 농산물 가격도 1% 이상 상승하게 된다고 분석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당장 장바구니 물가를 자극하는 등 바로 지금의 문제가 됐습니다.
기획재정부는 27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배추 등 수급 방향을 논의했는데요.
발표 자료 마지막에 보면 “최근 채소류 가격 상승은 일시적 요인을 넘어 기후변화에 따른 구조적 요인 영향이 있는 만큼, 농산물 수급불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스마트팜 확대, 품종 개발, 공급망 다변화 등 기후변화 대응 농산물 수급안정 대책을 연내 마련할 예정”이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일시적인 대책 말고,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대책을 내놓길 기대합니다.
https://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2409090600001
https://www.khan.co.kr/economy/market-trend/article/202409241203001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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