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30일 그라운드와 작별…마지막 타석은 어떤 모습일까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추신수(42·SSG 랜더스)는 2020년 9월 28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경기에 텍사스 레인저스의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1회말 3루수 쪽으로 굴러가는 번트 안타를 쳤다.
1-2루 사이에 야수를 집중한 휴스턴 수비 시프트의 허를 찌르고, 1루로 전력 질주한 추신수는 베이스를 밟은 뒤 왼쪽 발목 통증을 호소했다.
곧이어 대주자 윌리 칼훈에게 1루를 양보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당시 MLB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자 '무관중' 경기를 치렀지만, 텍사스 구단은 추신수의 아내 하원미 씨와 자녀 3명을 초청했다.
가족들은 그렇게 추신수가 텍사스와 작별하는 장면을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현역 연장 의지가 강했던 추신수는 MLB 구단의 영입 제의를 받았지만, 2021년 한국프로야구 SSG행을 택했다.
결국, 추신수는 빅리그 마지막 타석을 '투혼의 기습번트'로 장식했다.
'현역 추신수의 마지막 타석'은 어떤 모습일까.
텍사스에서의 마지막 해(2020년), 추신수는 오른쪽 손목 탓에 9월 8일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하다가 팀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가 열린 9월 28일 선발 출전해 한 타석을 소화했다.
은퇴를 예고한 올해에도 추신수는 어깨 통증 탓에 이달 10일 한화 이글스전 이후 타석에 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숭용 SSG 감독은 추신수에게 팀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가 열리는 30일 인천 키움 히어로즈전에 최소 한 타석을 소화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동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에 나서는 건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벤치에서 후배들을 응원했던 추신수도 '마지막 타석'을 위해 힘을 내고 있다.
추신수는 MLB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 타자다.
부산고를 졸업한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하며 미국으로 건너간 추신수는 고된 마이너리그 생활을 견디고 2005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이후 2020년까지 메이저리그를 누비며 1천652경기, 타율 0.275(6천87타수 1천671안타), 218홈런, 782타점, 157도루를 올렸다.
출장 경기, 안타, 홈런, 타점, 도루 모두 '코리안 빅리거 최다 기록'이다.
20홈런-20도루 달성(2009년), 사이클링 히트(2015년) 등 MLB 아시아 최초 기록도 세웠다.
2021년 추신수의 KBO리그 입성은 한국 야구의 가장 놀라운 뉴스였다.
전성기가 지난 뒤에 KBO리그로 왔지만, 특유의 출루 능력은 여전했다.
추신수는 29일 현재 KBO리그 4시즌 통산 출루율 0.388을 기록 중이다.
KBO 통산 성적은 타율 0.263, 54홈런, 205타점, 51도루다.
KBO 타자 최고령 기록은 모두 바꿔놨다.
추신수 전에 KBO리그 타자 최고령 기록은 대부분 펠릭스 호세(전 롯데 자이언츠)가 보유하고 있었다.
호세는 2007년 5월 10일 SK 와이번스(현 SSG)와의 경기에 출전해 홈런을 쳤다.
당시 호세의 나이는 42세 8일이었다. '42세 8일'은 17년 넘게 KBO리그 최고령 타자 출장, 안타, 홈런, 타점 기록으로 남았다.
1982년 7월 13일에 태어난 추신수는 올해 7월 24일 수원 kt wiz전에서 '42세 11일'의 나이로 선발 출전해 1회초 2루타를 쳤다. 7회에는 타점도 올렸다.
이날 추신수는 KBO리그 타자 출장, 안타, 타점 최고령 기록을 경신했다.
8월 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4회 솔로포를 터뜨려 42세 21일의 최고령 홈런 신기록을 세웠다. 다음 날(8월 4일 삼성전)에도 홈런을 작렬했다.
추신수는 이호준(현 LG 트윈스 코치)이 보유했던 최고령 도루 기록(41세 6개월 25일)은 3월 23일 인천 롯데전에서 일찌감치 경신했고, 8월 9일 인천 두산 베어스와 홈 경기에서 2루를 훔치며 42세 27일로 자신의 기록을 늘렸다.
추신수가 예상대로 30일 키움전에 출전하면 최고령 출장 기록은 42세 2개월 17일로 더 늘어난다. 안타와 홈런을 치면 이 부문 최고령 기록도 다시 경신한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추신수는 빛났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도 비시즌에 한국을 찾아 충주성심학교, 유소년 야구, 난치병 환자, 소방관 가족 등을 위해 고액을 쾌척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마이너리그 경기가 열리지 않아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텍사스 레인저스 산하 마이너리거 191명 전원에게 1천달러씩 생계 자금을 지원했다.
KBO리그에서 뛴 2021년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선행을 펼쳤다.
추신수는 2021년 SSG와 계약하자마자 당시 연봉 27억원 중 10억원을 기부했다.
이 외에도 SSG 저연봉 선수에게 야구용품을 후원하고, 부산 모교와 SSG 연고지 인천에 있는 학교 야구부에 기부금을 전달했다.
은퇴 시즌인 올해에도 선행을 이어가며 4년 동안 외부에 알려진 것만 해도 30억원의 거액을 기부했다.
KBO리그에서 뛴 시간은 4년으로 길지 않았지만, 추신수는 경기장 안팎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마지막 타석에서도 추신수는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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