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어쩌다 지옥불…'동업의 함정' 파고든 사모펀드[고려아연 전쟁]

김종윤 기자 2024. 9. 2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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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영풍(000670) 연합과 고려아연(010130)의 경영권 분쟁 사태 핵심은 1인 대주주가 없는 불안정한 지배구조에 있다.

영풍-고려아연은 과거 75년 동안 '가문 연합군'으로 성장해 왔지만 언젠가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품고 있었던 셈이다.

고려아연은 1대 주주인 영풍(25.4%)과 장형진 영풍 고문을 포함한 장씨 가문(5.03%) 등 우호세력과 연대로 경영권을 유지했다.

MBK는 영풍과 손을 잡고 고려아연 주식을 공개매수하고 경영권 확보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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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 동업경영 기간 지배구조 불안 축적…대주주 지분 취약
승계 이어지며 '의견 충돌' 불가피…외부세력 끌어들일 토양 조성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영풍(000670) 연합과 고려아연(010130)의 경영권 분쟁 사태 핵심은 1인 대주주가 없는 불안정한 지배구조에 있다. 영풍-고려아연은 과거 75년 동안 '가문 연합군'으로 성장해 왔지만 언젠가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품고 있었던 셈이다. 기업을 장악하는 대주주가 없는 상황에서 동업의 균열은 경영권을 노리는 외부 세력 공격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개인 지분 1.8%

29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개인 지분은 1.8%다. 최씨 가문으로 확장해도 지분은 11.81%에 불과하다.

고려아연은 1대 주주인 영풍(25.4%)과 장형진 영풍 고문을 포함한 장씨 가문(5.03%) 등 우호세력과 연대로 경영권을 유지했다. 지난 1949년 창업주 정신에 따라 최씨 가문이 고려아연을, 장씨 가문이 영풍을 각각 경영하는 독립경영체제다.

문제는 3세로 경영 승계가 이뤄지면서 촉발됐다. 2세인 장형진 영풍 고문 측은 3세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공격적인 경영에 고개를 젓기 시작했다. 고려아연이 친환경 중심의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을 발표하고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실제 고려아연의 부채비율은 지난 2019년 14.6%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36.5%로 약 20%p 상승했다. 당장 기업을 뒤흔들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무차입 경영'을 추구하는 장 고문 입장에선 달갑지 않았다. 고려아연도 '상대 경영엔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의 선을 넘는 영풍에 반감을 갖기 시작했다.

결국 자본력을 갖춘 외부 세력은 동업 균열의 틈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었다. MBK는 영풍과 손을 잡고 고려아연 주식을 공개매수하고 경영권 확보에 돌입했다. 기존 영풍 측 지분에 최대 14.61%를 공개매수해 고려아연을 지배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경영권 탈취를 우려한 고려아연도 우군 확보에 나서는 등 대응 마련에 나섰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한 지붕 두 가족' 75년 동업경영은 '이상론'…아름다운 이별 서둘렀어야

MBK가 영풍그룹의 계열사 영풍정밀(036560) 주식을 주당 2만원에 공개 매수에 나서는 이유도 취약한 지배구조에 있다. 최대 주주는 6.27%를 보유한 최윤범 회장 모친인 유중근씨다. 최 회장(2.75%)과 최창근 고려아연 명예회장(5.39%) 등 최 씨 지분은 34.34%다. 반면 장형진 영풍 고문(5.71%)을 포함한 장씨측 지분은 21.25%다. 영풍과 손을 잡은 MBK의 공개 매수 결과에 따라서 경영권이 뒤집힐 수 있는 구조다.

특히 MBK의 표적은 영풍정밀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1.85%(38만 2508주)다. 해당 지분은 지난 25일 종가(70만 4000원)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2700억 원의 가치다. MBK가 밝힌 영풍정밀 684만 801주(약 43.43%) 공개매수에 필요한 금액은 1368억 원이다. 고려아연 주식 1.85% 매입보단 영풍정밀 경영권 확보로 투입 자금을 줄일 수 있는 조건이다.

재계에선 75년 이어진 두 가문의 동업은 종결된 것으로 해석한다. 법적 싸움뿐 아니라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는 등 갈등의 골은 깊어진 상태다. 특히 '한 지붕 두 집안'의 그룹 경영은 창업주 세대에서나 통할 이상론이었다는 점을 간과해 너무 오랫동안 긴장관계가 쌓여 온 것이 결국 외부 금융자본까지 끌어들이는 극단적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삼성이나 LG, 효성 등 많은 대기업들이 승계나 동업 해소 등을 통해 '아름다운 이별'을 통해 회사를 쪼개온 것도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 스타일에 따라 우선순위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는 창업주 세대와 멀어질수록 커진다"며 "완전한 독립을 위한 계열분리는 후세대의 갈등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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