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재' 사냥해온 MBK…기술 굴뚝기업 경영 '의구심'[고려아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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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000670)과 함께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확보에 나선 MBK파트너스는 '지속 가능 경영'을 내걸었지만 업계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업계에선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당초 50만 원대였던 고려아연 주식을 비싸게 산 만큼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아연 공급량은 국내 전체 아연 수요의 90% 이상 차지해, MBK·영풍 측이 경영권 인수에 성공하면 사실상 국내 아연 공급망을 독점하는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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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기술진과 화학적 결합 난도 높아…해외 재매각시 공급망 교란 우려도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영풍(000670)과 함께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확보에 나선 MBK파트너스는 '지속 가능 경영'을 내걸었지만 업계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성공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이루기 전까지 익숙하지 않은 사업을 맡아 신사업 확장을 추진해 오던 고려아연의 투자 가치를 높일 수 있겠냐는 취지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의 최대 14.6%를 주당 75만원에 매입하는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까지 포함하면 MBK·영풍 측이 투입해야 하는 자금은 최대 2조 4397억 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당초 50만 원대였던 고려아연 주식을 비싸게 산 만큼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앞서 66만 원으로 발표했던 공개 매수 가격을 75만원으로 높이면서 이같은 우려는 더 짙어졌다. MBK는 이번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 중 1조 5000억 원은 NH투자증권으로부터 차입, 640억 원의 이자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고려아연이 수립했던 기존 신사업 계획을 계속 추진될지에 대한 의구심이 이어지는 배경이다. 경영권을 인수한 뒤 MBK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배당금 상향 등을 추진하면 투자 여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로 비철금속 분야 경험이 없는 MBK가 50여년 간 업력을 쌓아 온 고려아연의 사업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부호도 뒤따르고 있다. 고려아연이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제중 부회장을 전면에 내세우며 기자회견을 연 배경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비철금속 제련에서 영풍은 두 가지를 생산하는 반면 고려아연은 12가지를 생산하는 등 50년 동안 기술을 업데이트하고 고도화해왔다"며 "투기 자본이 돈만 놓고 보면 고려아연에서 팔아먹을 기술이 많다"고 주장했다.
MBK는 그간 경기 변동성에 영향을 적게 받는 내수 기업 가운데 현금흐름이 좋은 소비재, B2C(기업 과 소비자 간 거래) 기업을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MBK의 국내 대표적 투자 사례로 거론되는 코웨이, 네파, 금호렌터카(현 롯데렌탈), 롯데카드, 홈플러스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고려아연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전통적인 굴뚝산업이자 B2B, 수출 기업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신성장 동력으로 신재생에너지,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등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구상하고 있어 대규모 투자와 추가적인 신기술 확보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려는 MBK 입장에선 고려아연 현 기술진들의 협조가 절실하지만, 이 부회장이 "기술자들은 (MBK에) 가지 않는다. 다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만큼 현 시점에선 화학적 결합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공급망 교란 가능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아연 공급량은 국내 전체 아연 수요의 90% 이상 차지해, MBK·영풍 측이 경영권 인수에 성공하면 사실상 국내 아연 공급망을 독점하는 셈이 된다. 중국 등 해외 자본이 경영권을 인수할 경우 국내 아연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려아연은 비철금속을 주력으로 하는 국가기간산업으로 볼 수 있는데 사모펀드의 경우 외국계 기업이라도 가격만 맞으면 되팔 가능성이 있어 우리나라 입장에선 국부 유출이 될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1096pag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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