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희망이다] 난임 여성 위해 '지중해식 건강 주스' 만드는 청년
[※편집자 주 = 지방에 터를 잡고 소중한 꿈을 일구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젊음과 패기, 열정으로 도전에 나서는 젊은이들입니다. 자신들의 고향에서, 때로는 인연이 없었던 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새로운 희망을 쓰고 있습니다. 이들 청년의 존재는 인구절벽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사회에도 큰 힘이 됩니다. 연합뉴스는 지방에 살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청년들의 도전과 꿈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합니다.]
(양주=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한쪽 난소 절제 수술을 받으면서 앞으로 아기를 가질 수 있을지 걱정했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난임 부부를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애슈타토 고재영 대표(34)가 올해 출시한 '한큐 더 리얼' 제품의 로고와 색상은 메시 마리골드라는 꽃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됐다.
메시 마리골드의 꽃말은 '반드시 이르게 될 행복'이다. 제품 겉면에는 '그게 언제가 되어도 반드시 이르게 될 행복'이라는 문구가 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아기를 간절하게 기다리는 난임 부부의 간절한 바람이 담겼다.
고 대표가 출시한 제품은 난소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연두부, 블루베리, 땅콩 등의 재료로 구성돼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주스다.
올해 한큐 더 리얼을 출시하며 창업가로 첫발을 내디딘 고 대표는 몇 년 전까지 서울에 있는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난임에 대해 잘 모르고, 크게 관심도 없던 그는 어느 날 지인의 아내 입원 소식을 들었다.
난임 부부였던 그 지인의 아내는 갑자기 난소에 문제가 발견돼 결국 한쪽 난소를 절제했다.
큰 수술로 심한 신체적 고통 속에서도 앞으로 임신에 어려움은 없을까만 걱정했다는 그 동료 아내의 깊은 간절함은 고 대표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
고 대표는 "마침 다니던 회사의 방향성과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때였는데 난임 부부도 도우며 스스로 자립해보자는 생각에 창업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때 고 대표의 눈에 들어온 것이 한큐 주스였다.
지중해식 건강 주스로 알려진 한큐 주스의 레시피와 효능은 이미 방송 등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만들기와 보관이 까다로워 직장인 여성이 매번 만들어 먹기 어렵다는 점에 고 대표는 주목했다.
"퇴직금으로 첫 생산 물량 정도는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고 대표는 "까다로운 예비 산모들의 기준에 제품의 질을 맞추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단한 자본도, 홍보 수단도 없었던 고 대표는 잠재적 고객인 난임 여성들과 개발 과정을 공개하며 자연스럽게 고객도 확보하고 홍보도 하는 전략을 세웠다.
각종 맘카페에 가입하고, 난임 여성들의 블로그를 찾아 다니며 "제가 이런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평가해 달라"고 일일이 댓글을 달았다.
그렇게 30명 정도의 체험단이 모였다. 이들은 제품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내놨다.
고 대표는 "건강식이라 맛에 대해서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생각보다 맛을 중시하는 예비 산모들이 많아 놀랐다"며 "평가와 피드백을 받고 이를 반영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제품 생산 과정은 쉽지 않았다.
특히 상온에서 변질하기 쉬운 땅콩이 들어가야 해 난색을 보이는 제작 업체들이 많았다.
재료에 까다로운 예비 산모들을 위한 주스라 국내산 좋은 원료를 확보하는 일도 어려웠다.
그렇게 난관들을 극복하며 첫 출시를 위해 초도 물량 절반이 만들어졌을 때 가장 큰 위기가 터졌다.
출고 직전 뚜껑 불량이 발견된 것이다.
신선도가 가장 중요한 제품이라 결국 기존 생산된 물량도 전량 폐기해야 했다.
고 대표는 "이때 다시 회사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끝까지 해 보자는 의지에 남은 자본까지 모두 끌어모아 결국 한큐 주스는 정식 출시됐다.
우여곡절 끝에 출시된 한큐 주스의 초도 물량은 모두 팔렸고 현재 난임 부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고 대표는 현재 양주시 청년센터 사무실에 둥지를 틀고 혼자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특별한 연고는 없고,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해 택한 양주에서 창업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고 대표는 "청년센터 사무실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로 쓰고 있다"며 "세금 혜택도 있고 다양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양주시 주최 창업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고 대표는 인터뷰 내내 사회적 기여를 강조했다.
"첫 직장도 사회적 기업이라는 점에 끌려 들어갔다"는 고 대표는 "물론 돈도 많이 벌고 싶고, 업계에서 생존하고 싶지만 사회 문제에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사회적 환원을 위해 지금 소비자의 사연을 받고 있으며 채택된 소비자에게 판매액의 1%를 기부할 계획이다.
고 대표가 기획한 다음 아이템은 난임 부부 중 아버지를 위한 건강 주스다.
"정자 질 개선에 도움 된다고 알려진 토마토를 기반으로 건강 주스를 개발하기 위해 한의사 등 전문가들을 만나며 공부하고 있다"는 그는 "힘든 시간을 겪는 난임 부부를 도우며 인구 절벽 같은 사회적 문제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도 난임이 큰 문제라 해외 시장으로 확장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세계 시장 진출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
jhch79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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