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추억이 오롯이"…66년 만에 문닫는 대한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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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때 대한극장에서 '벤허'를 본 게 기억에 남아. 나한테는 아주 남다른 장소지."
내부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인 대한극장 앞을 지나다 발걸음을 멈춰세운 강모(88)씨는 "50년 전인가, '벤허'를 상영했을 때부터 자주 왔다. 방송국에서 일하다 우연한 기회로 시사회 MC를 본 기억도 있어 너무 애틋한 장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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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업 급변 여파…1958년 문 연 뒤 66년만
중년층도, 젊은 세대도 "추억 가득한데, 아쉬워"
[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 "30대 때 대한극장에서 '벤허'를 본 게 기억에 남아. 나한테는 아주 남다른 장소지."
내부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인 대한극장 앞을 지나다 발걸음을 멈춰세운 강모(88)씨는 "50년 전인가, '벤허'를 상영했을 때부터 자주 왔다. 방송국에서 일하다 우연한 기회로 시사회 MC를 본 기억도 있어 너무 애틋한 장소"라고 말했다.
강씨는 "어쩌다 문을 닫게 됐는지 너무 아쉽다"며 "당대 배우들 중 이 대한극장을 거치지 않아간 배우는 거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연신 "마음이 씁쓸하다"면서도 "시대가 지나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나. 새 공간으로 탄생한다니 한편으로는 기대도 된다"고 말을 줄였다.
충무로 간판 극장이었던 대한극장이 오는 30일 문을 닫는다. 1958년을 문을 연 이후 66년 만이다. 2000년대 후반까지 시사회 등 각종 행사를 활발하게 열었지만 영화 산업이 급변하며 폐업의 길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대한극장은 '벤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사운드 오브 뮤직' '아라비아의 로렌스' 등을 국내 최초로 공개했던 곳이다. 2000년대 초반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등의 영화도 대한극장에서 처음 공개됐다.
지난 27일 대한극장 앞을 지나던 시민들은 내부 리모델링이 진행 중인 대한극장을 보고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근처에서 텅 빈 내부를 들여다보던 시민들도 있었다. 대한극장은 폐업을 결정하고 지난달 말부터 영화 상영을 중단했다.
대한극장 앞 벤치에 앉아있던 박모(61)씨는 "대학생 때 와보고 정말 오랜만에 와본다. 문을 닫는다는 소식은 몰랐는데 공사하고 있는 걸 보고 알게 됐다"며 "예전에는 이 근처에서 친구를 만나면 '대한극장 앞에서 보자'고 많이 했다. 간판도 떼어지고, 젊었을 때 추억도 같이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근처를 지나던 50대 고모씨도 "대학을 다닐 때 같은 학교 동기와 강의를 듣고 영화를 보러왔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 상영하던 영화 '미저리'를 봤다"며 "영업을 종료한다니 아쉬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젊은 세대 역시 충무로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대한극장이 사라지는 것이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인근 대학에 재학 중인 김모(24)씨는 "충무로하면 영화 산업의 메카이고, 그 중에서도 대한극장은 우리 세대에도 충무로의 상징"이라며 "대한극장에서 독립영화 '우리들'을 봤던 기억이 있다. 이제 대학교 근처에서 독립영화를 볼 곳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 긴 추억은 없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조모(27)씨도 "2021년 가을에 대한극장 8층 루프탑에서 대학교 친구들과 영화 '비긴어게인'을 본 적이 있다"며 "힘든 취업준비생 시절이었지만, 친구들과 영화를 본 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영업이 끝난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개관 당시 단관극장으로 시작했던 대한극장이 문을 닫으면서 서울에서는 단관극장의 전통을 이은 영화관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단성사와 명보극장은 지난 2008년, 서울극장은 지난 2021년 폐업한 바 있다.
한편 대한극장이 영업을 종료하며 건물 1층과 2층에 들어서있던 스타벅스 대한극장점도 문을 닫는다. 대한극장이 있던 자리에는 빌딩을 개조해 문화예술공연 시설이 자리하게 될 예정이다. 공연장 재개관 예정일은 내년 4월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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