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도 꺼리던 내 몸…40년간 환자 돌본 파란눈 '할매 천사'[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소록도 천사', '작은 할매'로 불리는 마가렛 피사렉 수녀가 영면에 든 지 1년이 지났다. 그는 지난해 9월29일 선종했다.
아무 연고가 없는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40년간 한센병 환자들을 돌본 폴란드 태생, 오스트리아 국적의 인물이다.
마가렛은 떠났지만 한센인들을 사랑으로 돌본 고귀한 섬김의 흔적은 소록도 곳곳에 남았다. 한센인들은 지금도 그를 '할매 천사'로 부르며 그리워한다.
마가렛은 1935년 폴란트에서 태어났다. 1955년 오스트리아에서 국립간호대학을 졸업하고 이에 앞선 1954년 천주교 그리스도왕 시녀회 소속으로 종신서원을 했다.
간호사가 필요하다는 소식에 한국을 찾은 건 마가렛이 스물네살이던 1959년이다. 간호사 신분으로 1966년부터 구호단체 다미안재단을 통해 소록도에 파견됐다.
공식 근무 기간은 5년이었지만 그는 이후에도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소록도에 남았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40년 가까이 한센인들의 곁에 있었다.
소록도 섬김은 마리안느 스퇴거 간호사와 함께 했다. 그는 마가렛보다 1년 먼저 태어나 '큰 할매'로 불렸다. 이에 마가렛은 '작은 할매'가 됐다. 마리안느는 소록도에 43년간 머물렀다.
두 사람은 70대가 되고 건강이 안좋아지자 2005년 부담을 주기 싫다는 편지를 남기고 조용히 고국 오스트리아로 떠났다. 이들은 편지에 "이제 나이든 우리가 오히려 짐이 될 것 같다"며 "헤어지는 아픔이 클 것 같아 말 없이 떠난다"고 썼다.
오스트리아로 떠난 뒤에도 간간이 소식이 들려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오스트리아를 방문했을 때 건강을 기원하며 두 사람에게 선물을 전달했다. 이에 답장을 보내 근황을 전해왔다. 마가렛은 당시 요양원 생활 중이었다. 편지로 "우리 마음은 늘 소록도에 있다"며 "매일 우리나라(한국)를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
코로나19의 위기도 잘 넘겼지만 마가렛은 88세였던 2023년 9월29일 고국 오스트리아에서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생전 남긴 뜻에 따라 시신은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의대에 기증됐다.
마가렛의 섬김과 헌신은 남달랐다. 한센병은 전염 가능성이 있지만 맨손으로 환자들을 대했고 손의 온기가 그대로 전달됐다. 당시 의학 발전이 더뎌 한센병을 지독한 전염병으로 여기던 때였다. 외적으로도 피부가 괴사해 심각한 병으로 통했다.
이에 한 환자는 "가족조차 부끄러워하는 내 등을 사랑으로 어루만져 줬다"고 회상했다.
한센병은 어린 나이에 발병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소록도엔 어린 환자들도 있었다. 부모의 사랑이 절실한 때였기에 마가렛은 이 환자들을 엄마처럼 돌봤다. 마가렛은 소록도를 떠나는 이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재정적인 지원까지 해줬다.
40년간 이어진 마가렛의 하루는 새벽부터 시작됐다. 새벽 5시부터 따뜻한 우유를 끓여 환자들에게 전달하고 기도와 미사로 하루를 일찍 열었다.
매일 빵을 구워 사람들을 대접하는 것도 마가렛의 일상이었다. 그의 집에는 환자와 여러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환자들은 물론 소록도에서 함께 일하는 직원과 간호사들의 생일도 빠짐없이 챙겼다.
이렇게 평생을 다른 사람을 대접하고 섬기는 일에 힘썼지만 자신은 가난하고 검소한 삶을 자처했다. 사망한 환자들의 옷을 고쳐서 입는 식이었다. 또 자신을 취재하려는 기자만큼은 절대로 만나지 않고 조용한 헌신을 이어갔다.
그럼에도 한센인과 한국인들에게 마가렛의 진심이 전달됐기에 세계 간호사들의 최고 영예 훈장인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기장' 한국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마가렛과 마리안느가 살던 숙소는 '마리안느 스퇴거와 마가렛 피사렉의 집'으로 보존됐다. 두 사람의 인류애를 계승하는 의미에서 전남 고흥군은 '마리안느·마가렛 봉사대상'을 만들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또 음악극 '섬:1933~2019'로 제작돼 무대에 올랐다.
양성희 기자 y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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