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고양이 장례를 치르기 위해 연가를 냈다 [임보 일기]

남형도 2024. 9. 29.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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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겨울.

"고양이도 차도가 위험한 걸 알았을 텐데 대체 왜 건너갔을까요?" 그가 대답했다.

며칠 뒤 고양이 장례를 치르기 위해 연가를 냈다.

1번 화장장에 들어간 고양이는 따뜻한 한 줌의 가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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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에서 반려로, 반려 다음 우리는 함께 사는 존재를 무어라 부르게 될까요. 우리는 모두 ‘임시적’ 존재입니다. 나 아닌 존재를, 존재가 존재를 보듬는 순간들을 모았습니다.

4년 전 겨울. 아내와 난데없이 쌀케이크에 꽂혀 서울 성수동의 한 카페에 자주 갔다. 그날, 그 토요일 저녁에도 어김없었다. “오늘은 콩가루 쌀케이크를 먹을 거야.” “그럼 난 흑임자 먹어야지. 나눠 먹자.”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길모퉁이 왼쪽으로 돌아섰을 때 아내가 비명을 질렀다.

“어머, 쟤 어떡해, 어떡해?”

치즈색 길고양이가 차도에서 뒤집혀 버둥거리고 있었다. 4차선 도로의 찬 길바닥. 피가 흥건했다. 일어나려 힘써봐도 맘처럼 안 되는 듯했다. 판단할 틈이 없었다. 다른 차가 달려오고 있었다. 그대로 두면 두 번, 세 번 치일 거였다.

본능적으로 차도에 뛰어들었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팔을 휘저으며 제발 멈춰달라고 했다. 여기에 작은 존재가 죽어가고 있다고, 살려고 애쓰고 있다고, 아직 숨이 붙어 있다고. 차들이 멈췄고 나는 고양이 앞까지 왔다. 몸부림치던 녀석을 황급히 품에 안았다.

입에서 피가 계속 흘러나왔으나 아직 따뜻하고 말랑말랑했다. 살아 있었고 살리고 싶었다. 인도로 나와 동물병원을 찾았으나 하필 주말이었다. 택시를 잡아타고 헤맸다. 쿵쿵쿵, 콩콩콩, 크고 작은 심장이 맞닿아 번갈아 뛰었다. ‘제발 조금만 버텨줘, 제발.’ 택시 뒷좌석에서 고양이를 안은 채 간절히 바랐다. 나의 바람과 달리 고양이는 점점 묵직해졌다. 숨이 떠나면 존재가 무거워진다는 걸 처음 알았다.

길고양이가 먹이를 기다리는 가운데, 서울 ‘마포구 동네 고양이 친구들’ 회원이 길고양이 급식소에서 먹이를 준비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30분이 지나서야 24시 동물병원에 도착했다. 미친 사람처럼 횡단보도를 뛰어 출입문을 열었다. 수의사는 엄지와 검지로 자그마한 심장을 쥐고 심폐소생술을 했다. 반복하던 손짓이 일순간 멈췄다. 가망이 없다고 했다. 머리와 뇌를 크게 다쳤다며. 어떡하겠느냐고 묻기에 장례를 치러주고 싶다고 했다. 병원에서 고양이를 장례식장에 보내주기로 했다. 병원을 나와 다시 집으로 향했다. 점퍼와 신발에 고양이 피가 많이 묻은 게 그제야 보였다.

돌아오던 길에 아내도 나도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래도 마지막은 품 안에서 가지 않았느냐며, 서로 애써 위로했다. 강변북로가 유난히 무섭고 컴컴해 보였다. 차도가 이렇게 컸나, 생각했다. 이후 친한 동물구조단체 대표님과 통화하며 물어본 게 있었다. “고양이도 차도가 위험한 걸 알았을 텐데 대체 왜 건너갔을까요?” 그가 대답했다. “이유는 단 한 가지였을 거예요. 먹을 걸 찾기 위해서죠.”

며칠 뒤 고양이 장례를 치르기 위해 연가를 냈다. 오동나무 관에 넣어 수의도 입혀주었다. 국화꽃 한 송이와 발그스름한 연어 간식도 넣었다. 인간이 다 집어삼킨 세상에서 조마조마하며 먹을 걸 찾아 헤맸으니, 마지막 가는 길이나마 맘 편히 양껏 먹으라고. 1번 화장장에 들어간 고양이는 따뜻한 한 줌의 가루가 되었다. 볕이 내내 잘 드는 산에 뿌려주었다.

병원 차트를 작성할 당시 직원이 길고양이라고 적으려 했다.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쓰려던 걸 멈춘 그가 고양이 이름이 있느냐고 물었다. “길고양이 말고 사랑이라고 적어주세요.” 다음 생이 언제가 될진 모르겠으나, 그때는 사랑 많이 받으라고 지어준 이름이다.

남형도 (<머니투데이> 기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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