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슈트 입은 해리스, 카메라 정면만 응시한 트럼프…100분의 혈투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미국 민주당 대통령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경합주에서도 근소한 우세를 보이며 최근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지만 민주당 내부는 긴장 중이다.
2016년에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보다 여론조사에서 밀렸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선거에서는 승리한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트럼프 등 과거 공화당 정권에서 일했던 내부자들의 ‘트럼프 저격’이 이어지고 있고 팝스타 재닛 잭슨이 해리스는 흑인이 아니라며 정체성 이슈를 키우는 등 양측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10일 미국 대선의 성패를 좌우할 첫 TV토론에 세계의 관심이 쏠렸다. 블룸버그통신은 민주당 대선후보인 해리스가 공화당 대선후보인 트럼프를 향해 작정한 듯 도발을 서슴지 않으며 예상보다 선방했다고 분석했다.
반면에 트럼프 진영에서는 해리스가 낙태 문제와 관련한 간단한 질문에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며 트럼프의 우세를 강조했다.
두 후보의 첫 대선 TV토론 직후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는 해리스를 ‘전사’라고 부르며 자신이 올해 대선에서 해리스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흥미로운 점은 스위프트가 고양이를 안고 있는 사진도 함께 올렸다는 점이다.
이는 트럼프의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밴스 후보가 결혼하지 않은 여성들을 ‘아이 없는 캣 레이디’이라고 비하한 발언을 저격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와 해리스는 첫 TV토론에서 각기 다른 전략을 보여줬는데 이를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해보고자 한다.
숨 막히는 전략 대결
패션과 시선으로 읽는 해리스 vs 트럼프
TV토론에서 해리스는 다크 네이비 슈트와 화이트 블라우스를 선택했다. 다크 네이비 슈트는 강인함과 엄숙함을 상징하며 화이트 블라우스는 그 강인함을 완화하면서도 신뢰와 투명성을 더해주는 요소다.
이런 패션 선택은 해리스가 법정에서 죄인을 심문하는 신중한 ‘검사’와 ‘전사’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화이트 블라우스는 이미지가 지나치게 엄격해 보이지 않게 하면서도 강한 리더십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반면 트럼프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라이트 블루 슈트에 브이(V) 존이 강조되게 긴장감 있게 매듭을 진 레드컬러 넥타이로 그의 기존 이미지를 유지한 모습이었다. TV토론에서 트럼프와 해리스의 시선 처리와 표정은 그들의 성격과 전략을 잘 드러냈다.
트럼프는 자신의 좌측 편에 위치한 해리스에게는 전혀 시선을 돌리지 않고 오로지 정면의 카메라와 진행자 방향만을 응시했다. 그 이유는 자신의 지지층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전략, 해리스에게 권위를 주지 않으려는 의도, 감정적 대응을 피하려는 계산 그리고 자신이 토론의 중심이라는 자기 중심적 태도를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반면에 해리스는 트럼프와 카메라를 번갈아 응시하면서 토론을 이어갔다. 이유는 트럼프를 압박하면서 주도권을 잡고 동시에 TV 시청자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해 대중과 소통하려는 전략적 의도로 해석된다.
해리스는 냉소적인 미소와 차분한 표정으로 상대를 압박했고 시선이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상대를 주시해 트럼프를 몰아세우며 상대적으로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치열한 제스처 전쟁
해리스의 악수 선방, 트럼프 권위에 도전장
해리스는 토론 시작 전에 트럼프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이는 해리스가 토론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적인 제스처로 해석된다. 악수를 통해 상대방을 먼저 컨트롤하는 모습은 토론의 흐름을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전반적으로 해리스의 태도는 차분하고 명확한 제스처를 사용하며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고, 때로는 미소나 냉소적인 표정으로 트럼프의 발언을 가볍게 받아넘기며 상대를 도발했다. 반면 트럼프는 해리스의 악수에 형식적으로 응했지만 상대방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주로 큰 손동작과 공격적인 표정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강조했고 상대방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는 상대와의 직접적인 교류보다는 자신의 강력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권위를 과시하려는 제스처를 사용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토론에 임했다.
결과적으로 해리스는 악수로 주도권을 잡고 차분하면서도 도발적인 제스처로 트럼프를 압박했고, 트럼프는 자신의 메시지를 강조하며 강한 이미지를 유지하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분석된다.
감정과 논리의 격돌
날카로운 공세 vs 강력한 반격
트럼프는 TV토론 초반부터 강하고 안정적인 낮은 음성으로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전달하며 상대를 압도하려 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흥분할 때 말이 빨라지고 언성이 높아지며 공격적으로 보일 때도 있었다.
반면 해리스는 초반에 음성이 불안정해지거나 목소리가 흔들리는 경우가 있었으나 곧바로 침착하고 논리적인 청각 이미지를 되찾고 공격적인 발언을 던져 트럼프가 감정적으로 대응하게 만들었다.
해리스는 트럼프가 과거 자신과 함께 일했던 사람들에게조차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를 위험하고 대통령으로서 부적합하며 불안정한 인물로 몰아붙였다. 특히 트럼프의 전 보좌관인 존 켈리까지 트럼프가 헌법을 경멸한다고 말했다며 이를 근거로 비판했다.
트럼프는 해리스의 여러 정책 비전에 대해 반박하며 해리스가 현직 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그 비전을 왜 지금까지 실행하지 않았는지 비판했다. 이는 해리스가 새로운 계획을 제시하면서도 실제로는 정부 내에서 이를 구현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전략이었다.
트럼프는 이를 통해 해리스와 현 정부의 실질적인 성과 부족을 부각시키며 자신이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런 공격은 해리스의 정책 비전과 현재의 실천 사이의 괴리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법적 폭풍과 리더십 그림자 속 대선 승리의 열쇠는
트럼프와 해리스가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는 각각 다르다. 트럼프는 법적 문제와 이미지 회복이 가장 큰 도전이다. 여러 건의 형사 기소로 인해 그의 신뢰성에 타격을 입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정치적 희생자로 묘사하며 지지층을 결집시켜야 한다.
또한 그의 과격한 발언이 일부 유권자들에게 반감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온건하고 포용적인 이미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더불어 경제와 사회문제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계획을 제시해 유권자들이 그의 비전에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리스는 현직 부통령으로서 바이든 행정부의 성과를 방어해야 한다. 유권자들에게 정부의 정책이 성공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특히 경제 문제와 인플레이션 같은 민감한 주제에서 정부의 역할을 잘 홍보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의 과제는 자신만의 리더십을 강화하는 것이다. 해리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그늘을 벗어나 자신만의 독립적인 비전과 계획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두 후보의 공통적인 과제는 결국 중도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그들의 표가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대선에서의 승패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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