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자녀안심 앱’ 판결…구글 패소 vs 국내 업체 승소 [허란의 판례 읽기]
국가인권위 “아동 기본권 침해 우려”…방통위 실태조사 계기로
[법알못 판례 읽기]
자녀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이른바 ‘자녀안심 앱’을 둘러싼 법적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구글코리아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방통위 승소 판결했다. 반면 같은 법원은 다른 자녀안심 앱 업체 A사가 제기한 유사 소송에서는 상반된 판결을 내렸다.
구글코리아, 방통위 상대 소송 패소
구글코리아는 자녀 위치추적이 가능한 ‘패밀리링크’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부모의 동의만 받고 자녀의 동의를 받지 않아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위치정보법) 위반 혐의로 2023년 6월 방통위로부터 시정명령과 3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이에 구글코리아는 서울행정법원에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그러나 최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박정대)는 구글코리아의 청구를 기각하며 14세 미만 아동의 위치정보를 수집·이용할 때 부모 동의만으로는 부족하며 정보 주체인 자녀의 동의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위치정보법이 개인위치정보주체 동의를 받을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는 취지에 비춰 그 원칙을 배제하고 법정대리인이라 해도 제3자 동의만으로 개인위치정보주체의 동의를 갈음할 수 있다는 예외를 인정하려면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14세 미만 아동이라도 자기 개인 위치정보를 제공한다는 개념을 이해하고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법정대리인이 미성년자인 아동의 민법상 법률 행위를 포괄적으로 대리할 권한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부모가 권한을 전적으로 행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한 구글코리아의 해석대로라면 위치정보법의 다른 조항과 모순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위치정보법 제26조 1항은 ‘8세 이하 아동 등의 신체와 생명 보호를 위해 부모가 동의하는 경우 본인(자녀)의 동의가 있는 것으로 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판부는 “부모에게 14세 미만 아동의 포괄적 동의권이 있다고 본다면 동법 제26조 1항과 같이 엄격한 요건을 정한 취지를 없애게 된다”고 설명했다. 구글코리아는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며 “기본적으로 자녀의 기기 위치를 확인해 자녀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서비스로 법원 결정문을 신중히 검토하고 향후 대응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등하교 앱은 제3자 위치제공 서비스 아냐”
반면 다른 자녀안심 앱 업체 A사가 방통위를 상대로 낸 유사 소송에서는 정반대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1부(김준영 부장판사)는 지난 4월 A사의 손을 들어주며 방통위의 시정명령과 과태료 처분을 취소했다.
A사는 2013년 설립된 위치정보서비스 업체로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 교문에 설치된 중계기와 RFID 단말기로 자녀의 위치정보를 파악해 부모에게 알리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2023년 1월 기준으로 7300여 개 교육기관에서 이용 중이며 보호자 이용자 수는 약 70만 명에 달한다.
방통위는 2023년 6월 A사가 자녀들의 개인위치정보를 제3자인 법정대리인에게 제공하면서 자녀들에게 이용약관을 고지하거나 동의받지 않았다며 시정조치 명령과 4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러나 법원은 “자녀안심 앱의 계약당사자는 부모와 A사”라며 “개인위치정보주체인 자녀가 지정하는 제3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자녀가 RFID 단말기를 가방에 매달고 다닌 행위만으로는 개인위치정보를 제공받을 제3자를 부모로 지정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14세 미만 자녀의 경우 부모도 자녀의 동의 없이 제3자를 지정할 수 없고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며 “개인위치정보주체가 지정하는 제3자로 규정한 이유는 제3자에 대해 개인위치정보주체의 자기정보통제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인권위 권고가 계기…“아동 기본권 침해 우려”
자녀안심 앱은 아동 보호라는 공익적 목적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라는 기본권이 충돌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판결의 배경에는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있었다. 당시 국가인권위는 자녀안심 앱을 통한 위치 파악 기능이 아동의 사생활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방통위에 권고했다.
이는 초등학교 6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해당 앱들을 개발한 민간 회사와 방통위를 상대로 각각 진정을 제기한 데서 비롯됐다. 학생들은 “보호자가 앱을 통해 자녀의 휴대폰 사용 시간을 부당하게 통제하고 정부가 이를 방조했다”는 취지로 인권침해를 주장했다.
국가인권위는 “일부 추가 기능은 청소년의 사생활에 해당하는 부분까지 부모 등 법정대리인이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며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에 따라 아동이 가지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자녀안심 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사업자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고 지난해 6월 구글코리아를 비롯한 모바일펜스, 제이티통신, 세이프리, 에잇스니핏 등 5개 업체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태료를 부과했다. SKT 등 이동통신 3사의 자녀안심 앱은 아동과 법정대리인 모두의 동의를 얻는 등 위치정보법을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돋보기]
구글 “12월 1일부터 개인 기기에만 저장”
위치정보 정책 전면 수정
구글이 이용자 위치정보 수집 및 저장 방식을 대대적으로 수정한다. 미국 각 주정부 및 이용자들과의 법적 분쟁 끝에 내린 조치다. 앞으로 구글은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자사 클라우드 서버가 아닌 개인 기기에만 저장하기로 했다.
이번 정책 변경은 구글의 위치기반 맞춤형 광고 사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오는 12월 1일부터 위치정보 저장 정책을 변경한다.
새 정책에 따르면 구글 지도의 ‘타임라인’ 기능을 통해 수집된 이용자의 이동 경로와 방문 장소 정보가 더 이상 구글 계정과 연동되지 않고 대신 이용자가 사용하는 개별 기기에만 저장된다.
이번 결정 배경에는 미국 각 주정부의 제재와 이용자들의 집단소송이 있었다. 지난해 9월 구글은 캘리포니아주와 9300만 달러(약 1230억원) 규모의 합의금을 내기로 했다. 문제가 된 것은 이용자가 ‘위치 기록’ 기능을 끈 상태에서도 구글이 계속해서 위치 관련 데이터를 수집했다는 점이다.
한편 이용자들이 제기한 집단소송에서도 구글은 패배했다. 지난 5월 연방법원은 2억5000만 명에 달하는 미국 이용자들의 집단소송에 대해 6200만 달러(약 820억원)의 합의금 지급을 최종 승인했다.
구글의 이번 정책 변경으로 12월부터는 웹에서 타임라인 기능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 이용자들은 12월 1일 이전에 자신의 여행 기록을 모바일 기기에 저장해야 한다.
새로운 타임라인 설정을 활성화하지 않으면 구글은 최근 90일간의 여행 기록만을 이용자가 처음 구글에 로그인한 기기로 이전한 뒤 그 이전의 데이터는 모두 삭제할 예정이다.
앞으로 타임라인 기능을 계속 사용하고자 하는 이용자는 구글 지도 모바일 앱에서 프로필 사진을 클릭한 후 ‘내 타임라인’을 선택해야 한다. 이후 위치 데이터를 수동으로 삭제할 때까지 보관할지 아니면 3개월, 18개월, 36개월 후 자동 삭제할지 선택할 수 있다.
허란 한국경제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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