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세'로 공격한 검찰, 'DJ'로 방어한 이재명[법정B컷]

CBS노컷뉴스 민소운 기자 2024. 9. 2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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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김문기·백현동 의혹' 관련 허위 발언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법정이라는 '링' 위에서 맞붙는 피고인과 검찰. 이들은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합니다. 상대를 믿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승리를 위해 질주합니다. 검사는 공소유지를 위해서, 피고인은 무죄 입증을 위해서 말입니다. 갖은 공격 수단을 동원하고, 때로는 방어 태세를 갖추죠.

이번 법정B컷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둘러싸고 지난 6일과 지난 20일 펼쳐진 이 대표와 검사의 '한 판 승부'를 3라운드로 구성해봤습니다.

ROUND 1. 檢 "귀찮을 정도로 통화하고…골프·낚시 얘기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그중 하나는 이 대표가 지난 대선 기간인 2021년 12월 한 방송 인터뷰에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의혹입니다. 이에 이 대표는 김 전 처장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지난 6일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 검찰은 선방을 날립니다. 이 대표에게 계속해서 김 전 처장과 2015년 호주에서 골프와 낚시를 함께 하지 않았냐고 캐묻습니다. 이 대표는 그것이 '사후적으로 볼 때 사실'이라고 말하면서도, 당시에는 김 전 처장을 인지하지는 못했다고 대답합니다.

그럼에도 검사의 공격은 계속됩니다. 김 전 처장과 통화를 수차례 하고, 김 전 처장으로부터 보고도 받았는데 어떻게 알지 못하냐고 이 대표를 추궁합니다.
2024.09.06.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공판 中
검사 : 피고인 주장대로 경기도지사 시절, 김 전 처장과 귀찮을 정도로 통화했다면 리모델링 사업 시절에 호주 출장, 골프와 낚시도 얘기했을 것 같은데 기억이 없나요?
 
이재명 : 기억이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기억해서 먼저 얘기했으면 몰라도, 산하기관 팀장이 도지사에게 그런 얘기를 하기가 쉬웠을까요?


(…)


검사 : 또 경기도지사 시절, 대장동 사업 내용에 대해서 김 전 처장과 통화한 거라면 사업 진행 당시에 김 전 처장이 시장에게 직보한 내용이나 보고 상황을 언급했을 것인데, 
보고 여부, 상황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이런 피고인의 주장은 거짓말 아닌가요?
 
이재명 : 질문을 나눠서 좀 해주세요.


이에 이 대표도 예민하게 대답합니다. 계속해서 검사는 '알지 않냐', 이 대표는 '모른다'고 하는 공방이 오고 가던 중, 결국 검사는 회심의 일격을 가합니다.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몰라야만 하는 이유'를 꼬집은 겁니다.
2024.09.06.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공판 中
검사 : 결국 피고인은 이 사건 방송출연 당시에는 김 전 처장이 대장동 사업 실무부서장으로서 의혹의 관련자 조사를 받던 중 사망하고, 대장동 비리에 피고인이 관여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니까 대통령에 당선될 목적으로 (허위) 주장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이재명 : 
검사님의 의견 같습니다.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부인하는 이 대표에게 검사는 재차 "그래서 김 전 처장과는 도지사 시절 통화한 게 전부이고, 성남시장 재직 때까지는 교류가 없어 존재조차 몰랐고 호주 출장 중에는 골프 친 적도 없다고 거짓말한 것이죠?"라고 묻습니다.

이에 이 대표는 "검사님의 의견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전제가 되는 사실을 말해 달라"고 답합니다. "사람이 컴퓨터가 아니어서 (한 번) 입력됐다고 영구적으로 (그 기억이) 유지되지 않는다"면서 "중요하지 않으면 기억에서 사라진다"고 김 전 처장을 알았다는 사실을 끝까지 부인하는 이 대표였지만, 검사의 일격에 조금은 아파보였습니다.

ROUND 2. 李 카운터 "檢, 사진 오려서 제출…조작 아님?"

'김문기·백현동 의혹' 관련 허위 발언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당하고만 있을 이 대표는 아니었습니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의 두 번째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대한 반격을 시작합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의 두 번째 갈래는, 이 대표가 2021년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로부터 4단계 용도지역 변경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따르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는 협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변경했다'는 취지로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의혹입니다.

혁신도시법 43조 6항을 보면 '국토교통부 장관이 도시관리계획 반경 및 반영을 요구하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 대표가 지자체장으로서 해당 의무조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직무유기 등을 문제 삼겠다고 국토부가 협박을 해서 이 대표가 용도 변경을 했다는 겁니다.

해당 발언이 허위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검찰이 지난 30일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 이 대표와 한 기자의 통화 내역을 제시하자, 이 대표는 반격에 나섭니다.
2024.09.20.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공판 中
검사 : 알겠습니다. 피고인과 A씨와의 통화내역을 제시합니다. 2022년 8월 12일 12분간 통화하셨죠?
 
이재명 : (통화 내역이) 기억이 나겠습니까? 하루에 통화를 얼마나 하는데요. 기록이 있다는데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검찰이 가끔씩 질문 조작도 하므로 전적으로 믿지 못하겠습니다. 저번에 (검찰이 김 전 처장 관련해) 리모델링 토론회 8명 중 3,4명만 있는 것만 사진을 증거로 냈습니다. 제 블로그 가보니 8명 전체 회의 중 3,4명만 오려내서 올렸지 않습니까. 조작 아니에요?
 
검사 : 제가 맡은 부분이 아니라 저한테 묻지 마십시오.
 
다른 검사 : 지금 제시한 (통화내역) 증거가 조작이라는 건가요?
 
이재명 : 
설마 그랬겠냐는 겁니다.

 
이날 법원에 출석하는 길에도 이 대표는 기자들 앞에 서서 "세상일이라고 하는 게 억지로 조작하고 만든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며 "검찰이 검찰 권력을 남용해서 증거도 조작하고, 사건도 조작하고, 정말 안쓰러울 만큼 노력하지만 다 사필귀정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그 연장선상에서 또 '조작 검찰' 프레임을 꺼내든 겁니다.
이 대표의 반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 대표가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를 변경한 이유가 '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를 위한 것이라 보고 있는 검찰이 "(백현동 의혹 1심에서 유죄를 받은) 김인섭의 1심 판결문을 확인한 적 있냐"고 이 대표에게 묻자, 이 대표는 또 카운터펀치를 날립니다.
2024.09.20.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공판 中
검사 : 김인섭 1심 판결문 확인한 적 있습니까?
 
이재명 : 관심 없어서 본 적 없습니다. (…) 
그리고 검사는 원래 피고인에게 유리한 것도 숨기면 안 됩니다. 그런데 국토부에서 성남시에 보낸 수사기록 다 빼셨죠? (…) 왜 그러나요? 경찰이 가지고 있던 저에게 유리한, 사실상 저를 압박한 그 국토부 문서들은 왜 이번 사건에 안 내는 거죠?
 
검사 : 사실과 다르고 그런 적 없고요.


검찰이 선별적으로 증거를 제출했다고 일침을 가한 겁니다. 이뿐만 아니라 이 대표는 김인섭 전 대표와 자신의 녹취록을 보면, 자신이 개입되지 않은 게 정확히 나오는데도 검찰이 증거에서 이를 뺐다면서, 재차 검찰에 큰 소리를 냈습니다.

검사가 '평소 김인섭씨를 어떻게 호칭하냐'고 묻자, 이 대표는 "아주 오래돼서 형님이라고 한다"면서 "그러나 검사님이 바라시는 것처럼 (김인섭과 내가) 관련은 없다. 녹취를 보면 다 나오는데 일부로 빼지 않았냐, 그 중요한 것(녹취록)을 수사해서 확보하고 왜 안 내냐"고 질책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검찰 측은 '우리가 수사 안 했다'고 발을 한 발짝 뒤로 뺐습니다. 이번 라운드에서는 이 대표의 목소리가 더 큰 듯 했습니다.

ROUND 3. 檢 '노랫말' 공격 vs 李 '김구·DJ' 반격

류영주 기자

한 방씩 사이좋게 주고받은 이 대표와 검찰입니다. 이후 20일 결심공판의 막바지에서, 이 대표와 검찰은 제대로 맞붙었습니다. 각각 최종의견 진술(검찰)과 최후 진술(이 대표)을 하면서 서로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표출한 겁니다.
검찰은 가수 이문세의 노래까지 인용해가며, 김 전 처장과 관련한 이 대표의 발언이 거짓말이라고 꼬집습니다.
2024.09.20.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공판 中
검사 : '그 사람 나를 보아도, 나는 그 사람을 몰라요.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합니다.'
 
<사랑이 지나가면>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화자에게 깊은 상처가 되는, 그래서 모르기로 한 현재 심경을 표현한 노래입니다. 이 노랫말이 피고인의 입장과 같아 보입니다. 


성남시장까지의 (김 전 처장과의) 교유(交遊)행위는 발언 당시 피고인에게는 깊은 상처, 불리한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피고인은 김 전 처장과 많이 교유했고 당연히 이를 다 알았음에도 '모른다, 교유행위는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말하기로 했던 겁니다. 결국 피고인은 당선을 위해 김 전 처장과의 관계를 부정해야만 했고 방송에 출연해 거짓말을 한 것이 명백합니다.

검찰은 앞선 공격과 같이, "이 대표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후, 이 대표가 대장동 비리 몸통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 대표는 적극 부인했다"며 "그런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장동 사업의 핵심 실무자였던 김 전 처장이 극단적 선택을 해 사망했고, 이 대표는 해명 요구를 받게 됐다"고 말하며, 그렇기에 이 대표가 대장동 의혹과 직결되는 김 전 처장과의 '관련성'을 끊으려 했다고 불신이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검찰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 관련 허위 발언 혐의와 관련해서는 '어린 아이' 비유까지 꺼내 들었습니다.
2024.09.20.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공판 中
검사 : 사례 하나를 소개합니다. 나쁜 짓을 하던 아이가 부모에게 걸린 겁니다. 혼날 것이 두려운 아이는 다른 친구 핑계를 댑니다. 또는 선생님 탓을 합니다. 이를 위해 아이는 친구나 선생님 사이에 없었던 여러 일들을 지어냅니다. 당시 집권여당의 유력 대선 후보였던 피고인의 범행이 이와 같습니다.
(…)
피고인 변명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습니다. 증거가 있으면 모르쇠, 증거가 있으면 남 탓입니다. 피고인은 
자신이 관련됐다는 증거가 나오면 남 탓을 하며 제3자에게 책임을 전가합니다. 본 건은 피고인의 전형적 남 탓 사례입니다.


검찰은 "측근 김인섭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던 이 대표는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하는 방식을 승인했다"며 "어디에도 국토부의 요구는 없었다"고 말하며 이 대표가 남 탓, 즉 국토부 탓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당하고만 있을 이 대표가 아니죠. 이 대표 또한 최후 진술에서 '조작 검찰' 프레임을 재차 꺼내 듭니다.
2024.09.20.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공판 中
이재명 : 검찰의 중립성은 매우 중요한 가치입니다. 정치라고 하는 것은 일면에서는 마치 전쟁 같은 것이어서 사실 상대를 제거하는 것이 쉽습니다. 그래서 김구는 총에 맞아 죽었고, 조봉암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빨갱이로 몰려 사형 당했고, 김대중 대통령 역시 내란 사범으로 몰려 무기징역 선고를 받아 장시간 복역도 했습니다. 사실 저 역시도 칼에 찔려 보기도 하고, 운이 좋아 살아남았습니다만.
 
그런데 이 모든 사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전에 검찰에 수사도 많이 당하고 기소도 당하고 했지만…
과거에는 최소한 없는 자료를 만들어 내거나, 없는 증거를 만들어 내거나 그러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사건만 봐도 일단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한 걸로 만들었습니다. (…) (김 전 처장과 관련해) 블로그에 8~9명이 나와 있는 사진에서 3명만 잘라내서 증거로 냈는데, 증거 위조 행위가 아닙니까?


이 대표는 끝까지 "검사는 자신이 모시는 대통령의 정적이라고 해서 권력을 남용해 증거를 숨기고, 조작하고 이렇게 없는 사건을 만들고 그렇게 하는 게 맞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결국 이날 검찰은 이 대표에게 공직선거법 혐의와 관련해 징역 2년을 구형했습니다. 한 치의 양보 없이 공격을 주고받아온 검찰과 이 대표의 결투는 오는 11월 15일 막을 내립니다. 그날 이 결투의 심판, 즉 재판부가 이 대표와 검찰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한편 이 대표는 오는 30일, 또 다른 링 위에 오릅니다. 그날은 또 다른 사건인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결심 공판이 진행되는데요. 그 날의 결투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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