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게임체인저' 건식 공정 개발 속도…"中 압도할것"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국내 배터리 업계가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 '건식 공정' 상용화에 속도를 내며 미래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건식 공정이 가격 경쟁력과 배터리 성능 향상에 이점이 있는 만큼 이를 통해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이후 펼쳐질 배터리 전쟁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최근 충남 천안에 '드라이 EV'라는 이름의 국내 최초 건식 공정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시험 생산을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4분기 충북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파일럿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상용화 시점은 2028년으로 잡았다.
SK온은 미국 배터리 제조·장비업체 사쿠와 공동개발계약(JDV)을 맺고 기술 개발 중이다. SK온의 셀 양산 기술과 사쿠의 건식 공정 노하우를 결합해 최적화된 건식 공정 기술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건식 공정은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전극 공정에서 활물질을 고체 파우더로 만들어 금속 극판에 코팅하는 방식을 뜻한다.
현재 대부분의 배터리 기업은 활물질에 유기 용매를 섞어 액체 상태인 슬러리로 만들고 이를 극판에 코팅하는 '습식 공정'을 가동하고 있다.
습식 공정의 경우 고열로 극판을 건조해 용매를 회수하는 시스템 설비가 필요하지만, 건식 공정은 이 절차가 필요 없어 설비 투자와 공정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건조 과정이 없기 때문에 생산 속도와 효율을 높여 배터리 생산 과정 전반에 걸친 비용 혁신이 가능하다.
건식 공정을 도입하면 기존의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가격 수준 또는 그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배터리 업계는 건식 공정이 기존 습식 공정 대비 전극 제조 비용을 17%에서 최대 30%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습식 공정과 비교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보통 전극이 두꺼울수록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는데, 습식 공정은 액체 상태인 슬러리 특성상 전극을 두껍게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에 건식 공정은 활물질과 도전재, 바인더의 혼합물이 고체 형태이기 때문에 전극을 두껍게 만들기 용이하다.
이론상 이점에도 불구하고 건식 공정은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상용화까지 시일이 걸리는 차세대 기술로 평가돼왔다.
테슬라는 2020년 4680 배터리에 건식 공정을 적용해 배터리 제조 비용을 50% 절감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으나, 아직 제한적으로만 성공한 상태다.
중국의 경우 구체적인 개발 상황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확보된 공급망을 통해 저가형 배터리를 만들고 있는 중국의 여건상 국내 기업처럼 건식 공정 도입이 시급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광진 가천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중국이 현재 잘 구축된 시스템을 두고 확실하지 않은 건식 공정을 도입하지 않을 것 같다"며 "습식 공정만큼 성능을 보이려면 새로운 바인더 및 장비 개발, 특허 등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성훈 중앙대 융합공학부 교수는 "산화물계를 많이 쓰는 양극재의 경우 건식 코팅 구현이 어렵지만, 국내 기업이 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만큼 3∼5년 내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 최고기술책임자(CTO) 전무는 지난 7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건식 코팅 분야) 경쟁업체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이 최고"라면서 "우리는 10년 전 시작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에 적용할 건식 공정 기술, 다양한 활물질에 대한 건식 전극화 등 연구개발 로드맵을 확장할 예정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건식 공정 기술이 완성되면 배터리 가격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 캐즘을 조기에 극복하고 시장 지배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wri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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