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판화 인왕제색도 나온다...지폐 제조 기술, 첫 문화계 진출
[앵커]
세계적인 수준의 우리 화폐 제조 기술은 지갑 속을 벗어나 180여 종의 제품에 적용돼 각종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데요.
이번엔 처음으로 문화계로 진출합니다.
이승은 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
지폐 디자이너는 우리나라에 4명밖에 없습니다.
세밀한 점과 선으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재현합니다.
음각으로 금속 판에 그림을 새긴 뒤 불 속에서도 살아남는 지폐용 특수 잉크를 채워 압력을 가하며 인쇄합니다.
이렇게 요판화로 재탄생한 인왕제색도입니다.
손으로 만지면 오돌토돌한 지폐의 느낌이 납니다.
지폐처럼 호랑이를 비롯해 눈으로는 잘 안 보이는 아주 작은 그림과 글씨도 넣어놨습니다.
[가성현 / 한국조폐공사 디자인책임 : 선을 좀 거칠게 표현도 하고, 각각의 선의, 바위의 질감에 따라 각각 보이는 선들이 아주 다양합니다.]
한국조폐공사는 국립현대미술관 등 문화 기관들과 손잡고 첨단 지폐 제조기술을 활용한 요판화를 처음 시장에 내놓을 예정입니다.
다음 달 인왕제색도부터 시작해 반가사유상, 미인도 등 대표적 우리 작품을 문화 상품으로 출시합니다.
[김성희 / 국립현대미술관장 : 섬세한 요철이 갖고 있는 그 매체 같은 것들이 텍스처 화면에서도 새로운 감상의 기회를 제공할 것 같고요. 또 개념적 측면에서는 사실 요즘 미술과 경제라는 것이 굉장히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5만 원권 한 장에는 20여 가지 첨단 기술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 기술은 각종 신분증과 돈 대체물의 위변조 방지를 넘어 화장품이나 건강식품, 수출 과일 등 한국산 보호를 위해서도 쓰입니다.
어구를 회수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있는데, 이를 위해 어구에 다는 표식에는 지폐에만 쓰이는 특수물질이 섞여 있습니다.
1년에 5백 톤 정도 나오는 화폐 폐기물에도 새 가치가 부여될 예정입니다.
[성창훈 / 한국조폐공사 사장 : (화폐 폐기물로) 굿즈 만드는 걸 고민하고 있는데요. 수익을 가지고 또 기부를 하는 등 최종적으로는 돈에서 나오는 모든 가치를 국민들한테 돌려주는 사업을 지금 추진하고 있습니다.]
실물 화폐가 지갑에서 사라지고 있지만 70여 년 된 우리 화폐 제조 기술의 쓰임새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습니다.
YTN 이승은입니다.
촬영기자 : 이동규
화면제공 : 한국조폐공사
YTN 이승은 (se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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