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자" 사채업자 유인 살해…증발한 '지명수배 1번', 공범은 혼자 옥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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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오늘 강원 영월의 외딴 숲에서 제초 작업을 하던 주민이 백골 상태의 시신 2구를 발견했다.
휴대전화 충전기 줄로 팔다리가 묶여있는 등 시신에는 범죄에 연루된 흔적이 뚜렷했고, 경찰은 살인 사건임을 직감했다.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이들이 2년 전 실종신고가 접수된 상태인 것을 파악했다.
두 사람이 2년 전 마지막으로 통화한 상대는 박종윤(당시 49세)과 남궁 모 씨(당시 34세)였는데, 시신이 발견된 곳 인근 38번 국도에서 박종윤과 남궁 씨가 서로 통화한 기록도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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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박종윤 짓, 어디 있는지 몰라"…15년 형 공범 남궁 씨 올해 말 출소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15년 전 오늘 강원 영월의 외딴 숲에서 제초 작업을 하던 주민이 백골 상태의 시신 2구를 발견했다. 휴대전화 충전기 줄로 팔다리가 묶여있는 등 시신에는 범죄에 연루된 흔적이 뚜렷했고, 경찰은 살인 사건임을 직감했다.
2년 전 실종됐던 유명 사채업자와 그의 보디가드
시신의 신원은 서울 강동구 길동 일대 유흥가를 주름잡았던 사채업자 김 모 씨와 그의 보디가드인 오 모 씨로 드러났다.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이들이 2년 전 실종신고가 접수된 상태인 것을 파악했다.
두 사람이 2년 전 마지막으로 통화한 상대는 박종윤(당시 49세)과 남궁 모 씨(당시 34세)였는데, 시신이 발견된 곳 인근 38번 국도에서 박종윤과 남궁 씨가 서로 통화한 기록도 남아있었다. 이에 경찰은 둘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잠복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남궁 씨가 평범하게 직장에 다니고 있는 것은 쉽게 파악했으나 박종윤을 찾아낼 수 없었다. 통화 내역과 금융거래, 인터넷 기록 등을 샅샅이 뒤졌으나 박종윤은 마치 증발해 버린 듯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도박장에서 죽이 맞아 가까워진 노름꾼들, 살인 공모
먼저 체포된 남궁 씨는 처음에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으나 "시신이 유기된 장소에서 왜 박종윤과 둘이 전화를 주고받았냐"는 물음에 결국 박종윤과의 관계에 대해 입을 열었다.
남궁 씨 주장에 따르면 평범한 직장인인 그와 택시 기사 박종윤은 2007년 도박장에서 알게 된 사이로, 두 사람은 15세의 큰 나이 차에도 도박을 매개로 급격히 가까워졌다. 그러던 중 2007년 12월 11일 새벽, 박종윤은 다짜고짜 남궁 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자취방으로 오라고 말했다.
도착한 남궁 씨에게 박종윤이 보여준 건 보디가드 오 씨의 시체였다. 박종윤은 "오 씨에게 '김 씨의 돈을 빼앗아 함께 나누자'고 제안했는데 거절해서 죽여버렸다"며 "너도 빚이 있고 나도 빚이 있으니 같이 김 씨의 돈을 빼앗아 빚을 청산하자"고 남궁 씨에게 제안했다.
"벤츠에 있는 현금 털자"…사채업자 유인해 살해
당시 도박판의 큰손으로 유명했던 김 씨는 몰고 다니는 벤츠 트렁크에 수억 원의 현금을 늘 준비하고 있다는 풍문이 돌고 있었고, 남궁 씨는 박종윤으로부터 2000만 원을 빌린 상황이었기에 범행에 동참하기로 했다.
'거사'는 2007년 12월 11일 오후 5시쯤 치러졌다. 박종윤은 서울 송파구에 있는 자기 집에서 큰 도박판이 벌어진 것처럼 거짓말을 해 김 씨를 유인했다. 김 씨가 들어오자마자 무차별 폭행이 시작됐고 두 사람은 미리 준비한 노끈과 방 안에 있던 전선, 운동화 끈 등을 이용해 김 씨를 묶었다.
하지만 김 씨의 벤츠 안에는 소문과 달리 그 어떤 현금도 없었다. 두 사람이 얻은 건 김 씨 지갑 안에 있던 현금 30만 원이 전부였다. 이불에 돌돌 말려 자기 벤츠 트렁크에 갇힌 김 씨는 청 테이프로 입이 틀어막힌 채 방치됐다가 결국 숨졌다.
박종윤은 어디에…남궁 씨 올해 말 출소
그렇다면 박종윤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범행 일주일 뒤인 2007년 12월 18일 남궁 씨와 박종윤은 시체 유기 현장을 다시 찾았다. 박종윤의 휴대전화 신호는 이날 그곳에서 꺼진 채 영영 켜지지 않았다.
남궁 씨는 자백하며 주요 범행을 모두 박종윤의 소행으로 몰았고, 박종윤의 소재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경찰은 남궁 씨가 공범인 박종윤을 살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했으나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남궁 씨는 강도살인과 시체유기 혐의로 2010년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고 이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박종윤은 십수 년째 지명수배자 1번 자리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나,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백승진 형사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박종윤이 살아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남궁 씨는 올해 말 출소 예정이다.
syk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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