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랄라 사망에 이란 등 보복 다짐…“피의 복수 끝나지 않을 것”
이스라엘군 공습에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숨진 사실이 확인되자 이란과 그 대리 세력 ‘저항의 축’은 일제히 이스라엘에 보복을 다짐했습니다.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현지시각 28일 성명을 통해 “레바논과 자랑스러운 헤즈볼라 지원에 나서는 것은 모든 무슬림의 의무”라며 헤즈볼라에 대한 전면 지원을 선언했습니다.
하메네이는 “사악한 정권에 맞서고 있는 이들을 돕기 위해 가지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이 지역의 운명은 헤즈볼라가 이끄는 저항군들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메네이는 추가로 발표한 성명에서 “나스랄라의 피는 복수 없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5일간의 공개 애도 기간을 선포했습니다.
온건 성향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성명에서 “미국인들은 시온주의자들과의 공모를 부인할 수 없다”며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을 해 온 미국을 저격했습니다.
모하마드 레자 아레프 이란 부통령은 “순교자 나스랄라를 부당하게 살해한 것은 그들의 파멸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날 이란 관리 모하마드 하산 악타리는 미국 NBC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1981년에 그랬듯 이스라엘과 싸우기 위해 레바논에 군대를 파병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란군의 레바논 배치가 현실화하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충돌이 중동 전쟁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후 11개월 넘게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성명에서 “시온주의자가 베이루트 다히예에서 주거용 건물을 표적으로 야만적 공격을 벌였다”고 규탄했습니다.
하마스는 “이 흉악한 범죄에 대해 시온주의자와 이를 지원해온 미국 행정부에 책임을 묻는다”며 “저항의 지도자가 순교하면 더 용감하고 강하고 결의에 찬 새로운 세대의 지도자가 그를 계승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도 레바논 정부와 레바논인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했으며, 시리아 정부 역시 이스라엘의 나스랄라 살해를 “비열하다”고 비난했습니다.
예멘 반군 후티는 “저항은 파괴되지 않는다”며 “레바논의 무자헤딘(성스러운 이슬람 전사) 형제와 모든 지원 전선에서 지하드(성전) 정신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입장을 냈습니다.
이라크의 무함마드 시아 알수다니 총리 역시 성명에서 “시온주의자들이 레드라인을 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범죄”라고 지적하며 사흘간 나스랄라에 대한 애도 기간을 정했습니다.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줄곧 이스라엘을 비난하며 하마스 지지 목소리를 내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레바논과 레바논 국민이 지난해 10월7일부터 이어져 온 이스라엘의 대량 학살의 새 표적이 됐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는 “이스라엘 정부는 학살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는 세력의 애지중지 속에 갈수록 더 무모해지고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인권 기구가 신속한 조치에 나서야 하고 이슬람 세계가 이런 공격에 더 단호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도 반(反)이스라엘 진영의 격앙된 반응에 목소리를 보탰습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나스랄라 사망을 “또 다른 정치적 암살로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이 사건은 레바논과 중동 전체에 더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스라엘은 이런 위험을 인지하고도 새로운 폭력 사태를 유발한 것”이라며 “이후의 모든 상황 악화에 대해선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베이루트에서는 군중이 모여 “나스랄라를 위해”라고 외치며 그의 사망을 애도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총소리가 들리기도 했다고 로이터가 전했습니다.
레바논군은 나스랄라 사망을 계기로 한 소요 가능성에 대비해 베이루트에 탱크부대를 배치했다고 아랍권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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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기자 (neo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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