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는 왜 또, 재미있을까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백종원이 그렇게 호언장담하더니,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는 현재 자신을 선택한 이들을 실망하게 하기는커녕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중이다. 프로그램의 진행 방식이 크게 별다른 것도 아니다. 여느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그러하듯, 도전자들은 최고의 요리사란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제작진이 마련한 각각의 스테이지를 거치며 경쟁을 펼친다.
차별점이 있다면, ‘흑백요리사’란 타이틀에 걸맞게 20명의 ‘백수저’와 80명의 ‘흑수저’로 나누어 시작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백수저’로 분류된 이들은 국내외 요리계에서 저명한 전현직 셰프들로, 심사위원으로 등장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경력과 실력을 갖추고 있어, 이들의 출연은, 그것도 심사위원이 아닌 도전자 혹은 응전자로서의 등장은, 모두에게 놀라움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안 그래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특성상 종잡을 수 없는 전개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백수저는 잘해야 본전인, 제작진의 표현대로 ‘잃을 게 많은 사람들’이다. 어쩌면 출연을 안 하느니만 못한 성과를 안고 돌아갈 수 있음에도 자신의 이름, 브랜드를 걸고 나온 것이다. 이는 웬만한 도전 의식을 지닌, 성장지향형의 인간이 아닌 이상 어렵고 또 어려운 일이다.
당연히 프로그램은 그러한 각오 혹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첫 번째 스테이지가 80명의 흑수저를 20명으로 추리는 과정이었다면, 두 번째 스테이지는 금수저가 흑수저의 도전을 받아, 스타 셰프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벌이는 일대일 대결이었기 때문. 잃을 게 덜한 사람은 두려울 것도 덜해서, 상대와의 경쟁에서 이길 생각만 하고, 있는 힘껏 부딪히기만 하면 된다.
반면 잃을 게 더 많은 쪽은 평소처럼 하면 된다 해도 평소처럼 할 수 없으며, 혹여 변수라도 생길까 조금의 실수라도 저지를까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이기고 나면 더없이 좋겠으나 그보다 더 주목해서 보아야 할 부분은 경쟁에서 지는 경우다. ‘흑백요리사’에서 느낀 바는, 대가의 품격은 바로 패배하는 순간, 제대로 드러난다는 것이었으니까.
일대일 대결에서 지고 난 후,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에빗’의 오너 셰프 ‘조셉 리저우드’는 한국 식재료나 한국 스타일에 여전히 초보라고 생각한다는 소회를 남겼으며, 이탈리아 현지에서 15년 연속으로 미슐랭 1스타를 따낸 레스토랑을 운영한 바 있는 ‘파브리‘는 이탈리아 셰프가 한국인에게 이탈리아 요리로 패배해서 창피하다며,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내보였다.
“그 후배가 더 잘했으니까 좋은 결과가 후배한테 간 거고요”
놀라운 일이다. 이제는 누구에게 지는 일이 익숙지 않을 위치에 놓인 셰프가 단순히 패배했다는 결과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왜곡하거나 비뚤어지지 않은 태도로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이며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흡수하고 있다. 이는 50년 차 중식 대가인 여경래 셰프의 경우에서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자신이 상대 흑수저에게 졌다는 이야기에, 이제 젊은 사람들이 많이 해야 된다며, 상대가 잘했기 때문에 그에 합당한 성과를 얻었다고 말한다. 아울러 사람은 살면서 항상 실패를 거듭하고, 이 거듭하는 과정을 통해 이전보다 좀 더 나아진 모습으로, 위로 올라가는 건 분명하니 좋은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대가만이 지니고 있는, 대가여서 지닐 수 있는, 아주 값비싼 마음의 자세로, 존경스럽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흑백요리사’에서 반드시 챙겨 가야 할 매력 요소라 하겠다. 솔직히 ‘흑백요리사’가 시작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의문은 이것이었다. 요리 경연을 콘셉트로 한 예능프로그램이라면 국내외를 아우르며 적지 않게 봐왔는데 새로울 게 또 뭐가 있을까. 하지만 ‘흑백요리사’는 오만 어린 예상을 뒤엎고 전혀 식상하지 않은, 또 새롭게 흥미로운 무엇으로 탄생했고, 이는 계급장을 뗀 경쟁에 여전한 도전 의식을 지니고 용기 있게 뛰어든 ‘백수저’의 헌신이 큰 역할을 했으리라.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etvidet@naver.com, 사진 = 넷플릭스 공식SNS]
흑백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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