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축' 맹주 이란, 이스라엘에 보복 나서나…전면전 일촉즉발
하메네이, 저항군 결집 촉구…이란내 레바논 파병론도 거론
가자전쟁 1년 앞두고 확전 위기…출구 없는 치킨게임 양상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64)를 제거했다고 28일(현지시간) 확인하면서 중동 일대의 긴장 수위가 최고조로 치닫는 양상이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에 따른 가자전쟁이 오는 10월7일로 1년을 맞는 시점에서다.
불과 두 달 사이 중동 내 친(親)이란 무장세력 연합체 '저항의 축'이 2명의 수장을 잇따라 잃은 상황에서 이들의 맹주인 이란의 본격적인 분쟁 개입 가능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이란이 이날 저항의 축에 헤즈볼라 지원할 것을 주문하며 전운을 고조시킨 가운데 향후 대응을 놓고 어떤 선택지를 정하느냐에 따라 확전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특히 이란 내에서 이스라엘과의 싸움을 위한 레바논 파병론까지 거론되면서 전면전 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이날 암살을 확인한 나스랄라는 1992년부터 32년간 친이란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이끌던 지도자다. 헤즈볼라는 이란을 중심으로 한 반미·반이스라엘 연합체인 저항의 축의 일원이다.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등과 함께 저항의 축을 이루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일인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지난7월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피살된 뒤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저항의 축은 또다시 핵심 구성단체의 수장을 잃은 셈이다.
이미 이란은 하니예 피살 때부터 '보복'을 공언했었다. 이란은 자국 심장부인 테헤란에서 동맹 단체의 수장이 피살된 사실을 절대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잘 측정되고 계산된'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보복 징후는 뚜렷하지 않았다. 온건 성향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지난 7월 말 취임한 이후 보수 강경파였던 전임 지도자들보다 서방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평가마저 나왔다.
그러나 나스랄라의 사망은 이란이 이 같은 신중함을 더는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밀어 넣을 촉매로 작용할 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니예 피살에 대한 이란의 보복 약속이 두 달 가까이 유보된 상태에서 나스랄라 사망에도 이렇다 할 대응에 나서지 않는다면 동맹의 비난과 압박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날 이란은 모든 저항의 축 세력이 헤즈볼라와 함께 싸울 것을 주문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사악한 (이스라엘) 정권에 맞서고 있는 이들을 돕기 위해 가지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이 지역의 운명은 헤즈볼라가 최전선에 있는 저항군들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메네이는 "레바논과 자랑스러운 헤즈볼라 지원에 나서는 것은 모든 무슬림의 의무"라며 헤즈볼라에 대한 전면 지원을 선언했다.
저항의 축이 대(對)이스라엘 전선을 강력하게 구축해 전면적인 반격에 나설 것을 주문하면서 이들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함께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란 관리인 모하마드 하산 악타리는 이날 미 NBC 방송에 "우리는 1981년 그랬듯 이스라엘과 싸우기 위해 레바논에 군대를 파병할 수 있다"면서 "레바논과 골란고원에 군대를 배치하는 것에 대한 승인이 분명히 내려질 것"이라는 언급을 내놓기도 했다.
결국 저항의 축을 돕겠다는 이란의 개입 수위에 따라 향후 중동 안보가 재앙적 결과를 맞을지, 돌이키기 어려운 확전 사태를 가까스로 피할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선 레바논 공습을 중단할 의사가 없는 이스라엘의 공격적인 태도도 이란의 개입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저항의 축 가운데 가장 강력한 전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는 레바논 전선에서 헤즈볼라가 무너지는 걸 이란으로서는 방치하기 어려운 만큼, 이스라엘의 공습이 끊이지 않는 한 이란의 개입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추가 보복 등으로 인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갈 수 있다는 점 등 때문에 이란이 곧바로 고강도 응징에 나서기에는 고민이 적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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