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방구석 드라마 감독”…카메라도 배우도 필요없다, AI로 뚝딱 만들어 파는 시대 [더인플루언서]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4. 9. 28.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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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AI 본격 도입, 창작자 생태계 어떻게 변할까

유튜브 등 대형 플랫폼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을 본격화하면서 크리에이터 생태계에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특히 텍스트와 이미지를 넘어 영상, 오디오 분야에서의 기술 발전이 주목됩니다.

AI라는 도구를 잘 활용하면 누구나 ‘킬러 지식재산권(IP)’을 생산할 수 있고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 촬영한 것처럼 보이는 화면부터 컴퓨터그래픽(CG), 애니메이션 처럼 보이는 영상을 만들기까지 우리가 해야할 일은 단순히 몇 문장을 입력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생성형 AI는 사용자와 자연어로 소통하며 스토리 개요, 보고서 등 텍스트부터 이미지, 동영상, 오디오와 같은 멀티모달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새로운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는 AI를 의미합니다.

최근엔 영상 분야에서의 AI 접목이 눈에 띕니다. 이르면 내년 AI가 텍스트 기반 채팅을 넘어 음성, 비디오까지 통달하는 멀티모달 모델로 완전히 대중화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이에 대해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챗봇과 이미지 생성기가 소비자, 기업에 진출하고 있는 지금, 비디오는 생성형AI의 다음 개척지가 될 수 있다”라고 진단한 바 있습니다.

특히 AI 사용의 진입장벽이 획기적으로 낮아지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별도의 AI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콘텐츠를 제작한 후 유튜브, 틱톡과 같은 플랫폼에 올려야 했다면 앞으로는 이들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AI 도구를 활용해 바로 창작물을 생산·유통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콘텐츠 아이디어가 있지만, 영상 편집 등에 어려움을 느꼈던 이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누구나 드라마 제작자, 인기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성큼 다가온 셈입니다.

이번주 <더인플루언서>에서는 이같은 AI 창작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 크리에이터 업계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유튜브 쇼츠’ 내년부터 AI로 만든다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는 최근 자사 숏폼 서비스인 ‘쇼츠’에 인공지능(AI)으로 동영상을 자동 생성할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을 도입한다고 공개했습니다.

내년부터 쇼츠에서 딥마인드의 AI 모델 ‘비오(Veo)’를 이용해 6초 분량의 동영상 클립을 자동 제작할 수 있게 됩니다. 짧은 설명만으로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원하는 영상을 손쉽게 구현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비오는 구글 딥마인드가 5월 공개한 동영상 생성 AI입니다. 구글 딥마인드의 AI연구가 집대성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비오는 문자열로 된 명령어를 바탕으로 영상을 생성·편집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사실적 대상뿐 아니라 초현실적 소재도 제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죠.

간단한 텍스트 기반의 편집 명령도 가능합니다.

예컨대 해안가를 드론 촬영한 영상에 카약 합성을 원하면 관련 문구를 입력하면 돼 매우 편리합니다.

정지 이미지를 영상으로 만드는 기능도 갖추고 있습니다. 추억의 사진들을 여러장 조합해 스토리 라인을 붙여 짧은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죠.

9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메이드 온 유튜브 2024’에서 닐 모한 유튜브 CEO가 발표를 하고 있다. 유튜브
우선 올해 말부터 동영상에 비오가 생성한 배경을 추가할 수 있는 기능이 적용됩니다. 유튜브는 이런 창작물에 AI가 생성한 동영상임을 알리는 워터마크를 표시하고, 꼬리표(라벨)도 붙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쇼츠를 비롯한 영상 제작이 가능해집니다.

우선 비오가 유튜브 쇼츠에 통합됩니다. 이를 통해 크리에이터는 쇼츠에 쓸 수 있는 동영상 배경을 만들 수 있고, 6초 분량의 짧은 클립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이에 대해 유튜브는 창작자 플랫폼인 ‘유튜브 스튜디오’의 ‘영감(Inspiration)’ 코너를 통해 생성 AI가 제작한 텍스트와 이미지를 제공해 창작자가 초기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AI를 통해 콘텐츠의 언어 장벽도 더 빠르게 무너질 것으로 보입니다.

유튜브는 AI가 자동으로 더빙을 해주는 자동 더빙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프랑스어로 시작해 여러 언어로 확대될 계획이라고 합니다. 유튜브는 어조, 억양, 주변 소리 등을 더빙된 오디오에 반영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기능도 테스트 중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동영상AI 개발 경쟁, 크리에이터 ‘무기’ 늘어난다
유튜브에 맞선 빅테크의 움직임도 주목됩니다.
메타가 지난해 11월 16일(현지시간) 공개한 에뮤 비디오 데모. 메타
지난해 11월 메타 AI는 블로그를 통해 ‘에뮤 비디오’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에뮤 비디오는 텍스트를 입력하면 그림을 그려주고, 지시에 맞춰서 그림이 움직이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텍스트를 동영상으로 바꿔주는 구글 비오의 대항마인 셈이죠.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이러한 기능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적용할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현재 들어가 있는 이미지 편집기능에 에뮤 에디트를 추가할 경우 사용자들은 훨씬 편리하게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메타와 구글의 가장 큰 강점은 이미 수십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존재입니다.

다만 획기적인 성능을 가진 외부 서비스가 나온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돈을 들여가면서 ‘무기’를 개발해주는 것이 반가울 따름이겠죠.

“검은색 후드 맨투맨을 입은 컴푸터 해커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컴퓨터 앞에 앉아 매우 빠르게 타이핑을 할 때 개의 얼굴에 화면의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옵니다”라는 프롬프트로 생성된 영상. 오픈AI 틱톡 캡처
오픈AI의 비디오AI인 ‘소라’는 일반인 공개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픈AI가 올해 하반기에 소라를 공식적으로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죠.

소라는 텍스트를 입력하면 최대 1분 길이 동영상을 만들어주는 AI입니다. 지난 2월 공개했지만 현재는 소수의 창작자만 사용해볼 수 있습니다. 오픈AI는 품질, 응용, 오용가능성 등을 탐구하며 관련 기능 업그레이드에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오픈AI는 ‘소라’를 공개한 당일 틱톡 계정을 만들고 소라로 생성한 영상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소라가 만드는 동영상이 틱톡과 같은 숏폼에서 활용도가 높은 만큼, 틱톡에서 이를 홍보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입니다.

어도비는 올해 말 생성형 AI 기반 동영상 제작·편집 도구를 한정판으로 공개할 예정입니다. ‘파이어플라이 비디오 모델’의 베타버전이 연말 출시됩니다.

파이어플라이 비디오 모델은 한 차례의 프롬프트(명령)로 5초 분량의 동영상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는 카메라의 각도·움직임·줌 등을 지정해 동영상을 만들 수 있죠.

숏폼 점령한 중국의 무서운 기세
중국 숏폼 플랫폼 콰이쇼우는 지난 6월 동영상 생성AI인 클링(Kling)을 공개했습니다. 일부에 있어서는 소라보다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죠. 콰이쇼우는 틱톡의 중국버전인 ‘더우인’과 경쟁하는 플랫폼입니다.

콰이쇼우는 ‘한 중국 남성이 테이블에 앉아 젓가락으로 국수를 먹는다’는 프롬프트에 대한 영상 제작 시연을 했는데, 놀라운 퀄리티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영상 속 AI 캐릭터가 흡사 사람과 같았고, 손가락, 면발 등에 대한 오류가 보이지 않아서죠. 클링은 1080p 해상도에 초당 30프레임으로 단 하나의 프롬프트로 2분 분량의 비디오를 생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픈AI 소라를 능가했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공개한 영상은 모두 5초짜리였습니다.

콰이쇼우 클링AI가 생성한 ‘기타치는 팬더’ 영상의 한 장면. 콰이쇼우
클링AI는 빠른 속도로 사용자를 모으고 있습니다.

올해 8월 기준 출시 3개월 만에 이미 160만 명이 클링 AI를 사용해 1600만 개 이상의 영상을 생성했다고 합니다. 더 많은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할 수록 제품 품질이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올 2분기 기준 콰이쇼우의 월평균사용자수(MAU)는 6억 9200만명에 달합니다.

콰이쇼우는 영상AI 모델을 활용해 영화 콘텐츠를 제작하는 프로젝트에도 돌입했습니다.

리샤오훙, 자장커, 예진톈, 쉐샤오뤼, 위바이메이, 둥룬녠, 장츠위, 왕쯔추안, 왕마오마오 등 9명의 유명 감독이 참여합니다. 이들은 AI기술을 활용해 9편의 단편영화를 제작할 예정입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알리바바는 이달 19일 AI모델을 기반으로 한 텍스트-비디오 생성 도구를 출시했습니다. 이 역시 사용자가 텍스트로 상황을 설명하면 AI가 이를 기반으로 비디오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떠오르는 숏폼 드라마, AI로 날개달까
최근 크리에이터 업계에서는 ‘숏폼 드라마’ 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편당 영상 길이가 1~2분에 불과한 숏폼 드라마는 빠른 스토리 전개와 짧은 영상 포맷을 선호하는 1020세대 시청 습관과 맞물려 중국, 북미, 한국, 일본 등지에서 이용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기존 숏폼 플랫폼인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과 별개로 숏폼 드라마만을 전문적으로 서비스하는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면서 관련 산업이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고 있죠.

카카오벤처스는 글로벌 숏폼 드라마 시장 규모를 13조원으로 추산했습니다. 한국 시장 규모는 65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습니다.

아이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만 숏폼 드라마 시장 규모가 373억 9000만 위안(약 7조 125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규모가 250% 이상 성장한 것인데요. 2027년에는 중국 숏폼 드라마 시장 규모가 1000억 위안(약 18조 755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숏폼 드라마 특징. 매경DB
숏폼 드라마는 통상적으로 작품당 50~150화로 구성됩니다.

자극적이고 빠른 플롯이 특징이죠. 1분안에 상황이 반전되고, 50화(50분)안에 극이 끝나기도 합니다. 치정 멜로, 복수 등 자극적인 주제로 한 드라마가 많습니다. 자극적인 콘텐츠를 빠르게 소비하려는 젊은 세대들의 ‘인스턴트’ ‘도파민’ 트렌드를 파고들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현재 글로벌 숏폼 드라마 시장은 중국 회사들이 사실상 선점한 상태이지만, 이제 막 태동기라 절대적인 강자는 없습니다. 한국의 스푼 등이 출사표를 냈죠.

현재 주목할만한 플랫폼은 중국 COL그룹의 ‘릴숏’과 뎬중테크의 ‘드라마박스’가 대표적으로 꼽힙니다.

북미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는 릴숏은 올해 1분기 누적 다운로드 3000만회를 돌파했고, 매출 7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최근 1000만달러 이상의 월매출을 만들어내며 숏폼 드라마의 수익성을 증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릴숏은 중국에서 회사가 보유한 500만개 이상의 웹소설 IP를 기반으로 숏폼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실리콘밸리에 자회사를 세운 후 북미에서 선호하는 IP를 탐색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고요. 미국 LA에는 직접 스튜디오를 세워 IP발굴·촬영·편집·유통 전 과정을 직접 운영하고 있습니다.

드라마박스는 중화권과 동남아시아에 주력하는 숏폼 드라마 플랫폼입니다. 올 1분기에만 다운로드 수 700만회를 돌파했죠.

특히 중국 회사들은 중국 회사들은 AI를 활용해 싸고 빠르게 영상을 제작하는 기술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AI를 활용해 편집자나 현지 배우를 대체하며 비용을 절감하는 식이죠.

빠르게 많은 작품을 찍어내야 하는 숏폼 시장에서 AI는 큰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AI를 활용해 빠르게 영상을 편집하고, 대본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카카오벤처스는 “숏폼 시장에서 AI는 다방면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해외에 콘텐츠를 수출할 경우 딥페이크를 이용해 배우들의 생김새를 현지에 맞게 바꿀 수도 있다”면서 “현재 숏폼 드라마 시장이 가장 발전한 중국에서는 이런 AI기술을 내년 안에 상용화할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기술을 잘 공급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플레이어는 숏폼 드라마 시장에서 큰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AI로 진정한 크리에이터 르네상스 온다
이렇듯, AI는 크리에이터 판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움직임은 시작됐습니다.

유튜브, 틱톡 등에서는 이미 AI를 활용해 콘텐츠 생산을 자동화해 돈을 벌고 있는 인플루언서들도 나타나고 있죠.

무엇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몽상’을 콘텐츠로 만들어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유튜브가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면, 생성AI는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는 셈이죠.

다만 일부 크리에이터들은 AI 기능이 확대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1500만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토머스 시먼스는 “이 모든 AI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AI가 기존 작품의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죠.

최근 대형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부작용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AI의 발전으로 인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기술은 흐르고 세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제사회, 국가, 사회 전체의 입장에서는 발전하는 AI기술이 인류에 해가 되지 않도록 현명하게 ‘룰’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AI를 어떻게 나의 무기로 만들지에 대해 고민하고 실행에 옮긴다면,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보여집니다.

<황순민 기자의 더 인플루언서> 연재를 시작합니다. 바야흐로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습니다.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구축하고 신선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인플루언서 생태계를 소개하겠습니다. 네이버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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