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서 칼부림”… 이런 ‘흉기 난동 예고글’ 이틀에 한 번꼴
지난해 4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신림역 칼부림 사건 이후 유사한 범죄를 예고하는 글이 이틀에 한 번꼴로 올라온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장난 삼아 쓴 것’이라고 털어놓는 경우가 많지만, 주민들을 불안하게 할 뿐 아니라 막대한 경찰력 낭비를 초래하고 있어 피해가 막심하다.
강원도 춘천에선 이달 24일 강원대 학생 A씨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늘 60주년 기념관 앞 주점에 칼부림 예고한다”며 흉기와 둔기를 들고 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경찰에 붙잡혔다.
20일에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내일 오전 대치동에서 칼부림을 하겠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같은 날 오후 칼부림 예고 작성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드립(장난) 수위조절을 못했다. 죄송하다”며 해명하는 글을 올렸지만 지역 주민들은 하루 동안 외출을 자제하는 등 혼란을 겪어야 했다.
18일 경기 성남 야탑역 인근에서도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는 글이 올라와 수십 명의 경비 인원이 현장에 투입됐다. 범행을 예고한 23일 야탑역 일대에는 경찰과 자율방범대·해병대전우회 등 120여명과 장갑차까지 투입돼 집중 순찰을 벌이기도 했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흉기 테러 외에도 특정인을 향한 살인 예고가 인터넷에 올라오기도 했다. 올해 7월엔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를 향해 “칼 들고 복수하러 간다”며 테러 예고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같은 달 유튜버 ‘침착맨(본명 이병건)’의 12세 딸을 향한 칼부림 예고글이 인터넷에 올라와 이씨가 법적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올해 흉기 테러·살인 예고 글이 얼마나 작성됐는지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는 아직 없다. 다만 관련 정보를 집계하는 민간 플랫폼 ‘테러레스(Terrorless)’에 따르면 신림역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7월21일부터 올해 6월19일까지 전국에서 무려 176건의 예고 글이 올라온 것으로 집계됐다. 11개월 동안 매달 16건, 즉 이틀에 한 번 꼴로 올라온 셈이다.
경찰은 작성자를 특정하기 위해 통상 인터넷 프로토콜(IP)을 추적한 뒤 해당 통신사의 협조를 구해 인적사항을 파악하는데, 작성자가 IP 우회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경우 주소가 해외로 설정된 경우가 많아 국제 사법 공조 절차까지 밟아야 하는 등 검거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게시자에 대한 처벌도 무겁지 않은 편이다. 온라인 살인 예고 글은 게시자가 칼을 사거나 상대방의 동선을 탐문하는 등의 구체적인 행위가 없었다면 살인예비죄를 적용하기 어려워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처벌을 받는데, 초범인 경우 대부분 벌금형에 그친다.
지난달 광주지법은 신림역 사건이 채 한 달 되지 않은 지난해 8월 흉기 난동을 벌일 것처럼 채팅방에 협박성 게시글을 올린 20대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살인예비죄가 인정된 경우에도 집행유예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사흘 뒤인 지난해 7월24일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죽이겠다’고 예고하는 글을 올렸다가 재판에 넘겨진 이모씨는 칼을 구매한 정황 등이 있어 살인예비죄, 협박죄 등이 인정됐지만 항소심에서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지난해 7월2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림역에서 특정 지역 출신 사람을 살해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가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모씨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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