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배추, 시장에 혼란 가중

서효상 기자 2024. 9. 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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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세 중국산 신선배추가 국내로 속속 반입되면서 유통 현장에 혼란이 가중된다.

일부 유통인들은 정부의 신선배추 수입 조치가 자칫 국내 배추 생산기반 자체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통인들은 정부의 신선배추 수입 강행 조치에 우려를 쏟아냈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이번 중국산 신선배추 수입 조치는 앞으로 유사한 상황이 닥칠 때마다 정부가 같은 행동을 할 것이란 잘못된 신호를 유통 현장에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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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가격 오르자 중국산 공급
전국 출하…공급량 증가 전망
보여주기 대응·늑장 대처 지적
외국산 점유 ‘제2당근’ 우려 커
배추값이 불안해지면서 포장김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농협유통 서울 양재점에서 직원이 포장김치를 살펴보고 있다. 농협유통

무관세 중국산 신선배추가 국내로 속속 반입되면서 유통 현장에 혼란이 가중된다. 일부 유통인들은 정부의 신선배추 수입 조치가 자칫 국내 배추 생산기반 자체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소비지 판매 시기엔 배추값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보여주기식 대응’ ‘늑장 대처’라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배추는 10㎏들이 상품 한망(3포기)당 2만1141원에 거래됐다. 14일 4만1483원, 23일 3만5686원 등 치솟았던 배추 경락값은 25일(2만4551원), 26일(1만9921원), 27일(2만1139원)을 지나면서 하향 안정화하고 있다.

배추 경락값은 10월로 접어들면 더욱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락시장 관계자는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출하작업이 원활해져 시장 반입량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가락시장 배추 반입량은 23일 464t, 24일 531t, 25일 537t, 26일 653t으로 꾸준히 늘었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10월 이후 가을배추(김장배추) 조기 아주심기(정식) 물량이 출하 대열에 가세하면 시장 공급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통인들은 정부의 신선배추 수입 강행 조치에 우려를 쏟아냈다. 앞서 정부는 민간에서 할당관세(0%)로 수입하는 물량에 더해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통한 신선배추 직수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유통인들은 정부의 수입 조치가 전격적이라는 데 당혹감을 표시했다. 시장에선 정부가 100t을 발주했다는 미확인 소문도 돌고 있다.

또한 추석 직후에 시기적으로 가정에서 김치를 담그는 수요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배추값 불안이 언론에 과도하게 노출되면서 ‘배추런·김치런’ 현상을 빚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배추런·김치런은 배추·김치를 구매하기 위해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는 것을 말한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이번 중국산 신선배추 수입 조치는 앞으로 유사한 상황이 닥칠 때마다 정부가 같은 행동을 할 것이란 잘못된 신호를 유통 현장에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상기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진행되는 수입 조치는 농가들의 재배 의욕을 떨어뜨려 생산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양파·당근 시장 혼란 사례를 예로 들었다. 지난해 7월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중국산 신선양파 저율관세할당(TRQ) 수입을 본격화하고 최소 10만t 이상 들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품위가 좋은 중국산 공급량이 늘면서 중국산을 선호하는 고정수요처가 생겨났고 그 결과 지난해말 도매시장에선 중국산과 국산 가격이 역전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당근도 과거엔 국산이 대부분이었지만 수입 빗장을 풀자 현재는 외국산 물량이 국산을 앞지르는 수입 시장으로 전락했다.

정부 조치가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초도 물량으로 들여온 중국산 배추는 27일 경기 이천에 위치한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이천비축기지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성 검사 등을 거쳐 이르면 10월 첫주 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초도 물량은 16t으로 중국 지린성·헤이룽장성에서 생산한 것들이다.

산지 관계자는 “배추 출하량이 늘면서 김장철인 11월엔 1만원 초반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해 불안감이 팽배하다”면서 “정부의 수입 물량 공급은 뒷북 대응일 수 있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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