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병대원의 죽음이 나라를 흔들었다…채상병 사건의 결정적 장면들 [저격]

권선우 기자(arma@mk.co.kr) 2024. 9. 2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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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김여사 특검법이 통과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저격-43] 국회는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을 단독으로 통과시켰습니다.

해당 특검법에 반대해 온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의 본회의 단독 소집에 반발하며 회의 자체를 불참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나아가 이 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채상병 특검법’은 재석 170명의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습니다.

국민의힘에선 안철수 의원만 본회의장에 나와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법안은 채 해병이 실종자 수색 중 숨진 사건과 관련한 수사외압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것으로, 민주당 등 야당이 이번까지 모두 네 번째 발의했습니다.

이번 저격에서는 채 상병 사건에 대한 발생부터 현재까지 상황에 대한 경과를 정리해보겠습니다.

채 상병의 죽음
비 오는 날 거행되는 채 상병 안장식 [자료=연합뉴스]
해병대는 2023년 여름 한반도 폭우 사태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에 복구 및 지원 목적으로 제1사단 신속기동부대를 투입했습니다. 내성천 경진교와 삼강교 사이 22.9km 구간에 119명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 작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채 상병은 사고 전날인 7월 18일부터 실종자 수색 현장에 투입됐습니다.

7월 19일 오전, 해병대원들은 내성천 일대에서 도보로 이동하면서 대열을 맞춰 탐침봉 등을 이용해 인간띠 작전으로 실종자를 찾고 있었는데 갑자기 지반이 무너지면서 채 상병과 대원 2명이 급류에 휩쓸렸습니다.

함께 강물에 빠진 다른 대원 2명은 배영으로 스스로 헤엄쳐 빠져나왔지만 채 상병은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며 20m가량 급류에 떠내려가다가 사라졌습니다.

수색 당일은 폭우로 물이 불어나 내성천의 유속이 매우 빨랐으며 해병대의 상륙 장갑차를 투입하려다가 하천의 유속 때문에 철수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종됐던 채 상병 역시 물에 빠진 뒤 빠른 급류에 휩쓸렸습니다.

해병대는 즉시 민간인 수색을 중단하고 실종된 채 상병을 찾는 데 주력했습니다. 사고 지점 일대에 상륙용 고무 보트(IBS)와 드론, 헬기 등의 장비를 동원하여 수색을 실시했습니다. 경상북도는 내성천 상류 지역에 있는 영주댐과 저수지 등의 방류를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밤 11시 8분경 내성천 고평교 우측 하류 400m, 수심 1m 지점에서 채 상병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특수구조단과 드론팀이 야간 수색을 하던 중 채 상병을 확인하고 인양을 하고 있다”며 “사망 여부는 병원에서 판정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채 상병은 예천 스타디움으로 옮겨진 뒤 7월 20일 오전 12시 45분경 태극기에 덮인 상태로 해병대 헬기에 실려 해군포항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결국 채 상병은 해군포항병원에서 공식적인 사망 판정을 받았으며 영안실에 안치됐습니다.

해병대 1사단은 대강당인 김대식관에 ‘채수근 상병 분향소’를 마련하였으며 영결식은 7월 22일 오전 9시 해병대 1사단 도솔관에서 해병대장으로 엄수됐습니다.

임성근 1사단장 혐의 무마 시도 정황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오른쪽)과 박정훈 대령 측 김규현 변호사가 8월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 청원 관련 청문회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수색 당시 부대에 ‘사단장이 현장 지도를 나와 복장점검을 한다’며 지침이 내려간 것이 드러났습니다. 그 지침이라는 게 ‘빨간색 해병대 체육복을 입혀라, 다른 옷은 안 된다’는 수준이고 정작 구명조끼나 기타 안전에 관한 유의사항은 단 한 줄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처럼 군 당국은 해병대 제1사단장 임성근이 무리한 지시, 명령을 내렸다는 증거가 있다며 정확한 사실 관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임성근 사단장이 ‘해병대 티셔츠가 잘 보이게 복장 통일’을 강조했다는 증언이 나왔고, 사단장의 과실치사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해병대 수사단이 확보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따라 임성근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결재 하에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종섭 국방부장관은 본인이 결재한 서류를 뒤집고 이첩을 보류한 뒤, 구두로 해병대 제1사단장의 혐의를 기재하지 말것을 지시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해병대 수사단장의 반발이 심했습니다.

과거 군대의 부실수사 문제 때문에 경찰로 사건을 이첩하는 것이 강제된 상황에서 굳이 혐의를 무마해야 하며, 이런 식의 지시로 해병대의 실익이 없을 뿐만 아니라 당 사건을 정쟁화할 우려가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결국 해병대 제1사단장의 혐의는 기재하지 않은 채 경찰로 이첩됐지만, 과실치사 혐의의 고발장이 접수돼 수사를 피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로 인해 해병대 제1사단장의 혐의 무마 시도는 결국 이종섭 국방부장관 본인이 대면 결재한 서류의 신뢰성을 떨어뜨렸으며, 해병대 수사단장이 항명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분노·호통·강퇴’ 채상병 청문회 마무리···野, 채상병 특검법 법사위 의결
지난 6월 21일 채상병 특검법이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야권은 속전속결로 7월 채상병 순직 1주기 전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를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야당 위원들만 참석한 채 전체회의를 통해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했습니다. 법안이 발의된지 22일 만이었습니다.

청문회 말미에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오늘 청문회를 통해 나온 발언들 중 기승전결은 ‘특검으로 가야 된다’였기 때문에 특검안에 대해 오늘 의결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의결에 따라 법안은 본회의에 회부됐습니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수해 수색 활동 중 순직한 해병의 사건 수사 기록 이첩을 보류화는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를 밝히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이날 청문회에는 해병대에서 수사를 담당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비롯해 △이종섭 전 국방장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이용민 포병여단 포7대대장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2차장실 국방비서관 등이 이 증인 출석했습니다.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던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도 이날 오후 화상으로 증인 출석했습니다.

법사위, ‘채상병 특검’ 입법청문회…이종섭·신범철·임성근 증인선서 거부 [자료=연합뉴스]
채상병 사건 관련 핵심인물이 대거 한자리에 모여 증언한단 점에서 정치권 이목이 집중됐지만 진행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이종섭 전 장관과 임성근 전 사단장, 신범철 전 국방 차관이 청문회 시작과 함께 증인 선서를 거부했습니다.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르면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의 염려가 있을 경우 증언을 거부할 수 있게 돼 있단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이 전 장관은 현재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대상에 올라와 있습니다.

법사위 야당 간사를 맡은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처벌 안 받으니 거짓말을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그렇게 하겠다(는 것인가)” “그게 지금 공직자로서 국민 앞에서 할 말인가”라고 지적했습니다.

증인들의 ‘모른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에 호통을 치는 의원들도 나왔습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종섭 전 장관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과 통화한 사실에 대해 질문했지만 이 전 장관이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고 답하자 호통을 치며 “말만하면 기억이 안난다고 한다, 역사는 밝혀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야권 의원들은 특검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습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에서 “당시 긴박한 대통령실 개입에 대해 수사관들이 느꼈던 외압에 관한 녹취록”이라면서 시청각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국방부검찰단이 경북경찰청으로부터 자료를 회수해 온 이후 정황이 담긴 자료였습니다.

전 의원은 “미안해 하는 경북청 수사관의 눈물 섞인 호소 목소리를 다 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불법적으로 외압을 행사하고 (자료) 탈취에 관여한 것이란 강력한 암시를 이 통화 내역이 웅변하고 있다. 만약 이 사실이 맞다면 대통령은 직권남용 등 불법적 사유로 탄핵 사유가 될 수도 있는 어마무시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그래서 이 자리에 있는 모든 분들이 진실을 거부하고 선서를 거부하고 위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정답은 이 사안은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박성재 법무장관을 대상으로 “증인께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개인 핸드폰으로 수사 외압 관련 지휘 감독 라인에 있는 사람들에게 무지막지한 전화통화가 이뤄진 것을 확인했을 것”이라며 “대통령 윤석열 개인폰에 대한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나”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연루됐단 국민적 의혹이 있는 사건이다. 이 사건을 제대로 규명하는 것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법무장관의 태도를 보면 이 사건 수사가 서울중앙지검에서 제대로 수사하고 기소될 것이란 기대가 없어 보인다.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에서 통과돼 공정하고 독립된 특별검사가 수사하고 기소해야 되는 이유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날 청문회 내내 사건 기록 이첩보류 과정에서 대통령실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가 중점적으로 다뤄졌습니다.

박정훈 대령은 “김계환 사령관은 제게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방비서관으로부터 1사단 사고 관련 보고를 받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격노했다’고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같은 소식을 들은 뒤 하루 만에 수사 상황에 대한 언론 브리핑 결정이 보류됐고 수사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이첩시키는 것도 보류됐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김계환 사령관은 화상으로 출석해 ‘실제 그와 같은 대통령 격노설을 전달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제가 공수처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답변드릴 수 없음을 이해해달라”고 했습니다.

이종섭 전 장관은 모든 결정이 자신의 책임 아래 이뤄졌다는 취지로 대답했고 “이첩보류를 지시한 것은 적법한 지시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허접해” vs “양보못해”···여야, ‘3차 채상병 특검법’ 안고 불안한 협치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설치를 위한 논의가 시작된 지 하루 만인 지난 8월 8일 더불어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했습니다. 세 번째 발의로 수사대상이 확대되는 등 더 강화된 법안으로 평가됐습니다. 국민의힘은 “더 허접한 특검법”이라고 비판했고 민주당은 “양보할 수 없는 가치”라고 맞섰습니다.

민주당은 이날 ‘순직해병 특검법안’(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을 제출했습니다. 채상병 특검법은 21대와 22대 국회에 각각 한 차례씩 민주당 주도로 발의됐지만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되돌아가 재표결에 부쳐진 뒤 의결정족수를 넘지 못해 최종 부결·폐기됐습니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의 재의결을 위해서는 재적의원 300명 중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전원 출석시 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 발의된 채상병 특검법은 수사 대상에 ‘채수근 해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이 김건희 여사 등에게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을 부탁한 불법 로비 의혹 사건’ 항목을 추가해 그 내용이 더 강화됐습니다. 전날(7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민생법안의 8월 임시국회 처리를 위해 여야정 협의체를 제시하고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설치하자고 답한지 하루 만의 발의로 이를 둘러싸고 여야 사이에 날선 발언이 오갔습니다.

법안 발의를 주도한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법안 제출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적 관심과 분노가 훨씬 더 커진 상태여서 국민의힘 의원들 입장에서도 이 법안 통과에 대해 국민들 목소리를 계속 무시하긴 어려워졌다고 생각한다”며 “거부권이 행사되더라도 재의결 가능성은 1~2차 발의 때보다는 더 높아졌다는 판단이다. 대통령이 자기 사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고 탄핵 사유”라고 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벌써 이 특검법만 세 번째 반복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왜 이토록 이 특검법에 목매달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이 정도 되면 이미 집착을 넘어선 것 같다. 특검법이 처음 발의됐을 때는 대통령실 수사외압 의혹만 있었고 두번째 발의할 때는 밑도 끝도 없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외압 의혹을 추가했다”며 “이제는 역시 아무 근거 없는 해병대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까지 추가했다. 더 허접한 특검법”이라고 했습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
지난 7월에는 채상병 순직 사건이 구명로비로 새 국면을 맞았습니다. 해병대 출신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의 녹음파일이 스모킹건이 됐기 때문입니다. 채상병 순직 사건이 발생한 후 이 대표가 ‘VIP’를 통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를 추진했다는 의혹이 핵심입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에 따라 구명 로비 의혹은 그동안 의문으로만 남은 외압 의혹 동기를 풀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게 중론입니다. 대통령실이 채상병 사건과 관련해 임 전 사단장의 책임을 적시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조사를 뒤집기 위해 안간힘을 쓴 이유, ‘채상병 특검’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2번씩이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배경이 해소될 수 있다는 겁니다.

공수처는 최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알려진 이 전 대표가 “VIP에게 잘 말해 주겠다”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확보해 수사 중입니다.

해당 녹음파일에는 이 전 대표가 채상병 사건이 발생한 이후인 지난해 8월9일 지인인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던 내용이 담겼습니다. 녹음파일에서 이 전 대표는 사직서를 내겠다는 임 전 사단장에게 사표 제출을 말리게 하고 자신이 ‘VIP’한테 이야기를 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법정 향하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자료=연합뉴스]
VIP는 일반적인 공직사회에서는 ‘대통령’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즉, 채상병 사건의 직계 최고 지휘관이 사직서를 내겠다고 하니 민간인(이 전 대표)이 현직 대통령에게 직접 이야기를 해서 사고의 직접적 책임이 없다는 점을 구명해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난해 2월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와 가족의 계좌를 관리한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법적인 형사처벌을 위해서는 이 전 대표가 임 전 사단장 등으로부터 직접적인 구명 로비를 부탁받았거나 금전을 주고받았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인돼야 합니다. 이 전 대표가 자발적으로 나서 공직자 등에 로비를 했을 경우에는 청탁금지법(부정청탁금지) 위반 소지가 있지습니다. 다만 조치는 과태료 부과에 그칩니다.

하지만 야당의 주장처럼 이 전 대표의 구명로비가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까지 연결돼 실제 행사됐다면, 공직자 등에게 직권남용죄를 물을 수도 있습니다. 일개 민간인이 로비를 통해 국정을 농단한 사건이 되는 것입니다.

관련자들은 모두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실은 물론 대통령 부부도 전혀 관련이 없다”며 “무분별한 의혹보도와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강력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전 대표도 “녹음파일에 나온 VIP는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가 아니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임 전 사단장도 입장문을 내고 “지금까지 이씨와 일면식도 없고, 통화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정훈 대령 “김계환, VIP 격노 묻자 끄덕이며 맞다 해”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수사단장이 3일 오전 공판이 열리는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 앞에서 있다. [자료=연합뉴스]
‘채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했다가 항명 혐의로 기소돼 군사재판을 받고 있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이른바 ‘VIP 격노설’을 주장하는 진술서를 법원에 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의 수사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했다’는 이야기를 박 대령에게 처음 전달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윤 대통령의 격노를 직접 들은 것으로 지목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핵심 증인들이 법정에서 ‘격노설’을 모두 부인하자 박 대령이 직접 반박에 나선 것입니다.

박 대령은 지난 11일 중앙지역군사법원에 36쪽짜리 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대령은 이 전 장관이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결과 보고서’를 결재한 지 하루 만에 결재를 번복하고 사건의 이첩 보류를 지시한 지난해 7월31일, 김 사령관과 나눈 대화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고 합니다.

“나는 사령관에게 ‘도대체 국방부에서 왜 그러는 것입니까?’라고 질문하자, 사령관이 ‘오늘 오전 대통령실에서 브이아이피(VIP·대통령) 주재 회의가 있었는데, 회의 간 (임기훈) 국방비서관이 해병 1사단 수사결과에 대하여 보고하자 VIP가 격노하면서 바로 국방부 장관 연결하라고 하였고, 전화로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하느냐고 하였다. 국방 관련 대통령이 이번 보다 격노한 적이 없다고 한다. VIP가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되었다’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정말 브이아이피가 맞습니까?’라고 하자 사령관이 양손으로 턱을 고인 상태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라고 했다. 사령관은 계속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며 고민했다.”

그러면서 박 대령은 진술서에서 “1000페이지 가까운 수사결과를 이미 가족들에게 설명했고, 국방부 장관까지 결재를 받았다. 이제 와서 혐의자와 혐의내용을 빼는 것은 명백히 허위공문서 작성을 지시하는 것으로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는 것”이라며 “아무리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해도 위법한 명령은 따를 수가 없다”고 적었습니다.

채상병 어머니, ‘무혐의’ 임성근 두고 “처벌 바라고 또 바란다”
오열하는 채 상병 모친 [자료=연합뉴스]
채 상병의 어머니가 경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처벌받길 바란다는 심정을 밝혔습니다.

지난 10일 ‘대한민국 순직 국군장병 유족회’에 따르면 채상병 어머니는 3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임 전 사단장에 대해 “부하 지휘관들에게 책임 전가만 하고, 본인은 수변 수색을 지시했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회피하려는 모습에 분노와 화가 치밀어 견딜 수 없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부하 지휘관들이 물살이 세다고 (물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건의했지만, 이를 묵살하고 끝까지 들어가라고 한 사람이 49재 전날 유족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며 “그 눈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들은 엄마와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해병대 전 1사단장이 혐의자로 밝혀져 처벌되길 엄마는 바라고 또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임 전 사단장은 당시 수중수색을 지시한 적 없다고 주장해왔으며, 경북경찰청은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고발된 그에게 지난 7월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채 상병 어머니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을 것”이라며 “권력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진실은 꼭 밝혀질 거라 믿는다. 많은 사람이 응원하고 있으니”라고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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