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65세 시니어 아미(Army) 어떨까···軍병력부족 해법이 ‘노년층 재입대’?[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현역 시절 만큼 업무강도 강하진 않다”
“남자는 70살 넘어도 군대 가라는 거냐”
최근 외신들이 세계 유일한 분남국가 대한민국의 병력부족 해소 방안을 다룬 보도를 내보내 화제를 모았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 한국군의 새로운 적(敵)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여성 1인당 0.78명의 합계출산율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50만명에 달하는 현재의 병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CNN 방송은 ‘한국군의 새로운 적: 인구 추계’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은 현재 약 50만 명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합계출산율)가 0.78명에 불과해 한국에게 가장 큰 적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여성 징병제도가 부족한 병력자원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우리나라에서 여성 군복무 문제가 공론화 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헌법재판소가 군 가산점제에 위헌판결을 내리면서부터다. 당장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 같은 군 관련 단체들이 병력 고갈 해소를 위해 장기적으로 여성 병 징집제도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 징집제를 시행하기에는 법적 및 제도적인 현실적 문제가 많다.
이미 헌법소원에서 남성 징병제에 대한 합헌 결정이 여러 차례 내려졌기 때문이다. 2010년과 2011년, 2014년에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한 병역법 3조 1항이 성차별적’이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됐지만, 세 번 모두 재판관 전원이 ‘합헌’ 결정을 내렸다. 게다가 여성 징병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여성 징병제를 도입한 노르웨이와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 사례를 한국 현실에 그대로 대입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한다.
한국에서는 아직 여성징병제 도입은 정치적, 사회적 합의 도출이 어려워 사실상 시기상조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면서 또 다른 대안으로 제기되는 것이 ‘노년층 재입대’다. 온라인상에서도 저출산에 따른 병력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5~75세인 남성을 동원해 ‘시니어 아미’를 만들자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쟁이 뜨겁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가 한겨레에 기고한 글을 통해 “병력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더 쉽고 효율적인 대안으로 자원입대를 희망하는 건강한 시니어들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현재 55~75살인 약 691만명의 남성이 있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국가를 위해 다시 한번 총을 들 각오가 돼 있다”고 주장하며 논쟁을 불을 지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확연하게 갈렸다. 찬성하는 네티즌들은 “당장 폐지 줍는 노인들도 많은데 군대에서 숙식까지 제공해준다면 좋은 정책 아닌가”,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높은데 노인 빈곤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다”, “일자리 없는 남성 노년층이 꽤 선호할만한 정책으로 현역시절 만큼 업무강도가 강하진 않을 것이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반면 시니어 아미에 반대하는 쪽은 “처음에는 자원자만 모집한다고 하지만 결국 인력이 부족해지면 강제동원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 “남자들은 70살이 넘어도 군대에 가라는 거냐”, “60~70대 병사들을 간부들이 통제할 수 있나? 위계질서가 무너질 수도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최근 국민의힘 소속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이 ‘5060 군 경계병 법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노년층 재입대 문제가 다시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성 위원장이 최근 열린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포럼에서 기조연설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를 통해 잇따라 민간에 아웃소싱하는 방법이나 계약직 군무원처럼 제도를 약간 법을 바꿔서 경계근무라든지 아니면 특수직에 5060 세대를 활용하자는 주장이다. 그는 “군에 갔다 온 5060 혹은 40대 중 건강하고 경험이 있는 분들은 계약직 군무원이나 민간의 아웃소싱 같은 형태로 우리 군을 백업할 수 있고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긍정적인 효과도 굉장히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성 위원장은 그러면서 “주한 미군도 외곽 경비는 민간한테 (위임)하고 있다”며 “MRO(유지·보수·운영)와 PMC(민간 군사 기업) 등을 민간으로 이양하는 건 미군 등에서도 많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구 절벽에 따른 군 병력 감소 문제를 해결하려면 5060 세대를 경계병으로 활용하고 이민자에게 군복무를 시킬 수 있도록 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한 미군의 경우 면적이 14.77㎢에 달하는 경기 평택 험프리스 주한 미군 기지의 외곽 경계 및 외부인 출입 통제 등은 국내 민간 업체가 미국 정부와 계약해 담당하고 있다. 투입되는 입력 대다수는 50대 이상으로 알려졌다. 민간 업체 인력이 무장한 상태로 경계를 서다가 유사시에는 우리 군의 ‘5분 대기조’ 개념인 미군 경계 부대가 출동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발표 ‘병역자원 감소 시대의 국방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국군의 정원은 50만명이었으나 실제 연말 병력은 48만명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50만여 명 수준인 국군 상비병력은 오는 2039년 39만3000여 명으로 40만 명 선이 무너지고, 2040년에는 36만 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사실 5060세대를 활용해 주둔지 경계 작전 및 군 일부 업무를 민간에 외주를 주겠다는 아이디어는 사회적 논란이 큰 여성 징병제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방안이라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실제 지난해 출범한 평균 연령 63세의 민간 군사훈련 단체 ‘시니어아미’는 이 같은 구상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퍼포먼스를 보여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12해 3일 서울 서초 예비군훈련소에 20여 명의 노병(老兵)들이 군복을 입고 안보 교육을 받은 뒤 사격 훈련과 시가지 전투를 체험했다. 57세부터 75세까지 평균 연령은 63.2세에 달했다. 50대 후반 여성도 두 명이나 있었다. 사회적 논쟁과 달리 정작 당사자들인 이들 노병은 직접 총을 집어들고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첫 입영 훈련은 미국 LA타임스가 1면과 6면에 걸쳐 보도할 만큼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지난 6월에는 순수 민간 단체인 ‘시니어아미(senior army)’가 출범하기도 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장차 병력 자원이 부족해진다고 하자 국방의 의무에서 면제된 50~70대가 “전쟁이 나면 참전하겠다”며 자발적으로 모이다. 이들은 “시니어아미 10만 양병(養兵)이 목표”라고 비전도 제안했다.
그러나 PMC가 아닌데 자발적으로 재입대해 군 업무를 맡는 ‘시니어아미’는 세계적으로 찾기 힘든 현상이다. 일각에서는 비용이 문제지만 내년 병장 월급이 200만원 수준이기 때문에 향후 자연적인 병력 감축을 고려하면 줄어든 병력의 인건비를 활용하는 운영의 묘를 발휘하면 현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미군의 해외 파병을 보내는 대규모 병력을 운용하고 있어 민간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 반면 전방에 소규모 부대가 뿔뿔이 흩어져 있는 형태로 부대를 운용하는 우리 군은 민간 외주를 주기가 쉽지 않는 게 현실이다.
군 소식통은 “윤석열 대통령 공약인 ‘민군 복합 밀리터리 타운’ 건설은 현 정부의 주요 추진과제 중 하나”라며 “다만 현실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 미군 험프리스 기지는 민간 외주가 가능한 것도 한데 모여 있지만 우리의 전방 부대들은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국방부 측은 노년층 재입대 정책에 대해 “현 단계에서 공식 입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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