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원 대규모 ‘세수펑크’에 내수 충격 우려…“총괄적인 경제 정책 점검 필요”
2년 연속 역대급 ‘세수펑크’가 현실화됐다. 지난해 56조4000억원의 세수펑크가 발생한 데 이어 올해에도 당초 예산보다 세수가 30조원 적게 들어올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지난해 하반기 정부 예상보다 경기 회복세가 더디게 진행됐는데, 이런 흐름이 세수 전망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결국 올해 법인세가 14조원 이상 감소하는 ‘쇼크’로 이어졌다. 세수 결손은 다각도로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내국세에 연동되는 지방교부세가 줄면서 내수 악화 속 경기가 더욱 위축될 수 있는 데다 기금 등의 ‘돌려막기’에 따라 각종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세목별로 보면 법인세가 예산 대비 14조5000억원 줄 것으로 전망됐다. 전체 세수 결손 규모(29조6000억원)의 49%가 법인세에서 발생한 것이다. 실제 지난해 영업실적이 악화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3월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내수 경기 둔화까지 겹치면서 종합소득세 역시 4조원 줄었다. 또 건설투자 등 자산시장 부진으로 양도소득세가 5조8000억원, 상속증영세가 5000억원 각각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아울러 유류세 인하 조치와 긴급 할당관세 등에 따라 교통에너지환경세(-4조1000억원)와 관세(-1조9000억원)도 전망치에 미달할 것이라고 기재부는 내다봤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대규모 세수펑크 사태가 빚어진 건 정부가 경기를 실제보다 낙관적으로 전망한 때문이다. 특히 법인세의 경우 작년 하반기 기업 실적이 올해 세수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었는데, 정부는 지난해 8월 중순까지도 경기 흐름에 대해 ‘상저하고(상반기 저조 하반기 반등) 전망 변함없다’(추경호 전 부총리)고 강조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경기는 정부 예측보다 회복세가 강하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상저하고를 기대했지만 실제는 그것보다 부진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세수결손이 초래할 부작용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내수 부진이 심상치 않은데, 세수 부족에 따라 정부 지출이 줄면서 경기 회복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올해 2분기 작년 대비 2.9% 감소해 2009년 1분기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크게 줄었다. 올해 2분기 말 개인사업자 연체액은 17조3000억원으로 1년전(9억2000억원)의 2배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배달 및 전기료 인하와 같은 정부 단기 대책만으로 대응하기엔 전반적인 내수 경기 자체가 상당히 좋지 않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국세와 연동되는 지방교부세가 4조1000억원(나라살림연구소 추정)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세수 결손은 직접적으로 지방정부의 재정을 제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종 불용과 기금 등의 이·전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점도 문제다. 지난해의 경우 세수 결손으로 일반회계의 재원이 부족해지자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줘야 할 예수이자(7조8000억원)가 지급되지 않아 이자비용이 증가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발생했다. 또 법정 전출금인 교통시설특별회계로의 전출금 역시 1조5495억원 감소하고, 환경개선특별회계에 대한 전출금도 4000억원 이상 줄기도 했다. 특별회계의 안정적인 운용이 어려워지게 되면 각 회계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세수결손은) 지방교부세 및 교부금 미지급, 각종 예산 불용처리를 초래해 지방재정과 내수를 열악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수결손과 별개로 각종 윤석열정부의 감세정책도 이제는 돌아봐야 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세수 규모 자체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산 기준으로 보면 2021년 344조1000억원 수준이었던 국세수입은 2022년 395조9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56조4000억원의 세수펑크 속 세수는 다시 344조1000억원으로 줄었고, 올해는 이보다 6조4000억원 감소한 337조7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제 전반에 문제가 있다. 경제 펀더멘탈과 정책, 그에 따른 통화·재정·조세 정책에 전체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몰락해가는 징조를 수치로 보여준 것 아닌가”라면서 “정부가 정권교체 이후 3년 동안 진행해온 총괄적인 경제정책, 조세·재정·통화 정책이 제대로 경제 정책에 녹아들어가서 경제 활성화와 조세 기반을 만드는데 기여했는지에 대한 중장기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재부의 세수 결손 대응 방안이 보다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7월 ‘2023회계연도 결산보고서’를 통해 “교통시설특별회계 등은 세수실적과 연동되는 법정 전출금임에도 세수실적이 미치지 못하는 금액만 전입됐으며, 국가채무 상환을 위해 일반회계에서 공적자금상환기금으로 전입되는 금액 역시 대폭 감액됐지만 이에 대해서는 보도자료 등을 통해 사전에 설명된 바 없다”면서 “기재부는 세수 결손 대응을 위해 어떠한 정책수단을 활용할 것인지 충분히 밝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부작용 역시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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