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라운더는 즉시전력" 데이터가 증명…'1R 특급유망주' 김태현의 각오 "롯데 간판이 되겠습니다" [MD부산]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간판이 되고 싶습니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11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린 2025 신인드래프트에서 투수 쪽에서는 경기 운영과 제구력이 우수한 선수, 야수 쪽에서는 신체조건과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라는 컨셉에 맞는 선수를 중점적으로 체크해 투수 6명, 외야수 3명, 내야수 1명, 포수 1명으로 총 10명의 선수에게 지명권을 행사했다.
이번 신인드래프트는 전체 1~2순위가 확정적인 가운데 3~5순위의 지명권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의 선택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고, 롯데는 전체 4순위로 광주제일고의 김태현의 이름을 호명했다. 최고 147km의 직구와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김태현은 올해 광주제일고에서 17경기에 등판해 54⅔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88탈삼진 20사사구, 6승 2패 평균자책점 1.48로 활약했다.
특히 김태현의 고교 3년 동안의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는 단 0.90에 불과했고, 통산 36경기에서 103⅓이닝을 소화 140탈삼진 47사사구, 9승 5패 평균자책점 2.01로 매우 훌륭했다. 박준혁 단장은 "직구의 무브먼트가 좋고, 커브의 각도 및 스피드의 변화, 다양한 구종, 디셉션 등에서 선발 투수로서 충분히 프로에서 활약이 가능한 선수라고 판단했다"며 "좌타자와 우타자의 비율이 1대1인 현재 리그에서 좌투수의 평가는 점점 더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김태현의 지명 배경을 밝혔다.
롯데는 김태현이 이미 프로 수준의 선수라는 것을 데이터로 통해 확인하기도 했다. '트랙맨' 데이터상 김태현의 직구 평균 구속은 141.8km로 리그 평균(138.3km)을 훨씬 웃돌았다. 그리고 직구의 수직 무브먼트 또한 53cm로 리그 평균(47cm)보다 월등히 좋았다. 그리고 주무기 커브를 통해 오프스피드 피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또래 선수들보다 야구를 비교적 늦게 시작하면서 어깨와 팔꿈치가 싱싱하다는 것도 김태현의 매력 포인트였다.
김태형 감독은 27일 경기에 앞서 "요즘 1라운더는 즉시 전력감이다. 기본적으로 140km 후반을 던진다. 우리 때는 140km를 던지는 투수가 거의 없었다.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가 140km 초·중반이고, 보통 138~142km의 공을 던졌다. 그런데 요즘 선수들은 구속이 5km 이상 늘었다. 타자들 또한 피지컬이 다 좋아졌다. 특히 1라운더는 1군에서 충분히 던질 수 있다"며 김태현을 지칭하진 않았으나,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신인드래프트 당시 김태현은 U-23 대표팀 세계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에 승선한 까닭에 지명의 기쁨을 현장에서 맛보지 못했다. 하지만 3경기에서 9⅔이닝을 던지며 11개의 삼진을 솎아내는 등 평균자책점 0.72라는 압권의 투구를 통해 성적을 통해 롯데가 지명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실력으로 증명했고, 27일 ROOKIE 데이를 맞아 사직구장을 찾아 팬들과 호흡하는 시간을 가졌다.
U-23 대표팀 승선으로 인해 신인드래프트에 참석하지 못했던 김태현은 처음 마주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할 때 외에 사직구장은 처음 와봤다"며 "이전까지는 실감되지 않았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급격하게 밥이 잘 안넘어 가더라. 드래프트에 너무 가고 싶었지만, 그래도 더 좋은 곳(U-23 대표팀)에 가 있었기 때문에 괜찮았던 것 같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몸은 떨어져 있었으나, 김태현은 롯데의 지명을 받은 직후 U-23 대표팀에 함께 승선한 '선배' 송재영의 트레이닝복을 입고 롯데의 선택을 받은 기쁨을 한껏 표출했다. 그는 "원래는 삼성과 KIA, 롯데 유니폼을 다 앞에 놔두고 호명이 되는 팀의 옷을 입으려고 했다. 그런데 롯데가 가장 먼저 내 이름을 불러주셨다. 같이 있던 형들도 축하한다고 이야기를 해주시고, (송)재영이 형과 (정)대선이 형이 '같은 팀이니 잘해보자'고 해주셨다"고 말했다.
롯데의 선택을 예상 했을까. 그는 "어디든 빨리 뽑아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롯데에서 빨리 뽑아주셔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지명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운도 좋았고 잘 풀리면서 '1라운드에 뽑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롯데에서 뽑아주셔서 기분이 좋았다"고 활짝 미소를 지었다.
이미 트랙맨 데이터와 외부에서 평가는 나무랄 데가 없는 김태현. 그렇다면 자신이 생각하는 장점은 무엇일까. 김태현은 "개인적인 생각으로 프로에서 통할 수 있는 구위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변화구만 조금 더 보완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당찬 포부까지 더했다.
이날 롯데는 신인들을 초청함과 동시에 계약금도 발표했다. 김태현의 계약금은 3억원. 결코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눈에 띄게 큰 액수는 아니었다. 이는 곧 선수의 가치이자 자존심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김태현은 계약금에 대한 불만은 크게 없었다. 그는 "구단에서 계약금을 이야기 해주셔서 바로 사인을 했다. 부모님께서도 '믿고 뽑아주셨으니 하자'고 하셨다. 조금 더 높았으면 좋겠지만, 구단에서 제안하신 가격에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프로 지명을 받기 전부터 U-23 대표팀에 승선했던 김태현은 비중이 크진 않지만, 국제대회를 통해 많은 것을 느낀 듯했다. 김태현은 "그냥 함께 있을 때는 모두 동네 형 같았다. 그러나 확실히 프로 형들과 해보니, 경기장에 들어가면 완전 진지해 지더라. 형들의 모습에서 압도당하는 느낌도 있었다. 프로는 고등학교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며 "대체 선발이든, 불펜이든 어떤 보직이라도 들어가서 경험을 늘리고 싶다. 그리고 김원중 선배님과 같은 지역 출신이다 보니 같이 운동을 해보고 싶고, 나도 선발로 잘 던지고 싶다 보니 박세웅 선배님도 배울 것이 많을 것 같다"고 부푼 기대감을 드러냈다.
1라운더로서 이날 대표로 시구까지 경험한 김태현은 고등학교 일정을 모두 마친 후 곧바로 마무리캠프에 합류해 2025시즌을 준비한다. 그는 "지명이 된 후 대표팀 경기도 뛰고, 체전이 있기 때문에 몸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일주일 정도 쉬었지만 의외로 밸런스는 괜찮은 것 같다"며 "체전을 뛰고 나서 10월 말 마무리캠프에 합류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춤 연습 등으로 인해 긴 시간 인터뷰를 진행하진 못했으나, 짧은 시간을 통해 프로 데뷔를 앞둔 김태현은 당찬 각오를 드러냈다. 그는 "프로에서 최정, 손아섭, 최형우 선배님과 같은 강타자들을 상대하고 싶다"며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했으니, 한 구단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간판이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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