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 신화' 꿈꾸는 네이버…로봇빌딩 '1784'서 물꼬 텄다
1784 연이어 찾은 사우디, 네이버 디지털 트윈 기술력 확신
사우디서 중동 현지 법인 설립까지 이어져…글로벌 외연 확장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네이버가 올해 안에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중동 총괄 법인 '네이버 아라비아'(가칭)를 설립한다. 네이버는 사우디를 중동 지역 비즈니스 거점으로 삼아 글로벌 외연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이와 관련, 네이버와 사우디아라비아 인연의 출발점인 '1784' 빌딩에 대한 관심이 재조명받고 있다. 네이버 사옥 지번주소(경기도 성남 정자동 178-4)를 딴 1784 빌딩은 네이버의 제2사옥이자 로봇 친화형 빌딩이다.
사우디 정부 주요 당직자자들이 1784를 수차례 직접 찾아 빌딩에 적용된 네이버의 디지털 트윈·로봇·인공지능(AI)·클라우드 기술력을 확인했고 이를 통해 네이버의 중동 사업의 물꼬를 틀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국내·외 관심 끊이지 않는 네이버 미래 기술 완전체 '1784'
3년간 1784 찾은 사우디 요직자만 4명…직접 체험하고 기술력 확신
1784는 2022년에 완공된 세계 최초의 로봇 친화형 빌딩이다. AI·자율주행·클라우드·디지털 트윈·5G 등 첨단 기술들이 융합돼 만들어져 '테크 컨버전스 빌딩'으로 불린다.
1784 내에는 0.1초 수준 얼굴 인식을 통한 공간 출입부터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한 딜리버리 등 여러 서비스가 구현돼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1784에는 100여대의 자율주행 로봇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이들을 위한 전용 엘리베이터(로보포트)도 구축돼 있다.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가 적용된 점도 세계 최초다.
이처럼 네이버는 로봇 전용로와 센서 시스템 등 빌딩 인프라와 클라우드 기반 로봇 제어 시스템을 1784에 적용하면서 사람·로봇 공존을 실험하는 테스트베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1784는 총공사비만 5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던 만큼 현재까지도 국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의 경우 네이버클라우드, 네이버랩스가 이지스자산운용 등과 함께 1784에 적용된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테크 컨버전스 공간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이지스밸류리츠가 보유한 서울 태평로 빌딩에 처음으로 플랫폼을 적용할 예정인데 네이버가 구축한 첨단 로봇 빌딩 모델을 외부에도 적용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해외의 경우 지난 3년간 영국, UAE, 태평양도서 5개국, 세계무역기구(WTO) 등 각국 주요 인사가 1784를 찾아 네이버 첨단 기술을 체험했다. 미셸 더넬란 영국 과학혁신기술부 장관이 지난 5월 1784를 찾아 AI, 로봇 기술 등을 체험했으며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만나 AI 안정성을 주제로 대담을 나누기도 했다.
사우디는 경제개혁 계획 '비전 2030'을 계기로 국가 차원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던 중 네이버를 찾았다. 지난 2022년 11월 마제드 알 호가일 자치행정주택부 장관이 사우디 정부 주요 요직자로서는 처음으로 1784를 방문했다.
지난해 압둘라 알스와하 통신정보기술부 장관이, 지난 5월과 7월에는 각각 압둘라 알감디 데이터인공지능청장과 마지드 알 카사비 상무부 장관이 1784를 방문했다.
주요 요직자 방문 이후 다양한 기술 분야에서 협업이 성사됐다. 네이버는 지난 7월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로부터 수주한 디지털 트윈 구축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고 밝혔다. 1억 달러(약 1320억원) 이상 규모의 사업으로 5년간 리야드, 메디나, 제다 등 주요 도시의 클라우드 기반 3D 디지털 모델링을 통해 이들 도시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한다.
최근 사우디에서 열린 '글로벌 AI 서밋 2024'에서는 데이터인공지능청과 AI·클라우드·데이터센터·로봇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맺었다. 네이버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아랍어 기반 거대언어모델(LLM)을 구축하고 관련 서비스 개발에 나선다.
결국 네이버가 이러한 협업부터 중동 법인 설립 계획까지 이를 수 있었던 것은 1784가 네이버 기술 레퍼런스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한편 네이버 중동 총괄 법인장으로는 사우디 사업을 진두지휘해온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정책 대표가 거론되고 있다. 채 대표는 1784 설립 프로젝트를 이끌었으며, 그간 1784를 방문한 사우디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은 물론 사우디 현지를 수차례 오가며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등 사업 성과들을 발굴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각종 첨단 기술이 유기적으로 융합된 1784를 직접 방문함으로써 네이버 기술 경쟁력에 대한 사우디 관계자들의 신뢰가 확고해진 것 같다"며 "1784는 앞으로도 팀네이버 미래 기술을 축적해 글로벌 외연 확대 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lpac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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