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업 밸류업 맞나요"…'고무줄 잣대'에 혼란[밸류업지수 논란①]

강수윤 기자 2024. 9. 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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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부정적 여론 커지자 거래소 해명 '진땀'
편입 종목 형평성 논란에…"밸류업 차별성 반영"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수윤 기자 = 한국거래소가 야심차게 준비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24일 첫 선을 보였지만 시장과 투자자들의 혹평이 쏟아지며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구성 종목과 선정 기준을 두고 혼란이 커지자 거래소는 이틀 뒤 긴급 브리핑을 열고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거래소의 해명에도 편입 종목의 형평성과 공정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외국계 투자은행(IB) 보고서도 '밸류 다운', '할 말을 잃었다' 등 거친 표현을 쓰며 실망감을 표현했다.

100종목으로 구성된 밸류업 지수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포함 종목과 모호한 기준 선정이다. 밸류업 공시에 적극적이었던 금융 대표주인 KB금융과 하나금융이 빠지고 주주 환원·저평가와 거리가 먼 종목들은 포함되면서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거래소는 KB금융과 하나금융이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가순자산비율(PBR) 질적 요건이 미달돼 지수에 편입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KB금융의 ROE는 8.26%로 금융 산업군 내에서 상위 50%에 들지 못해 빠졌다는 것이다.

앞서 KB금융은 지난 5월 전 산업권 처음으로 밸류업 예고 공시를 했고 총 72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는 주주 환원책을 발표했다. 하나금융은 30%대의 환원율과 6% 내외의 배당수익률에도 10월로 밸류업 공시를 예고해 지수에서 제외된 것이다. 거래소는 주주환원 등 특정 요건이 우수하지만 다른 평가 요소인 수익성과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등이 미흡하면 지수에 편입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주환원에 인색했던 엔씨소프트나 DB하이텍,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밸류업 역행 비판을 받은 두산밥캣 포함돼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최근 두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목적으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를 합병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고 철회했다.

2년 합산 흑자를 충족하지 못한 SK하이닉스가 '특례제도'를 통해 지수에 잔류한 것도 '고무줄 잣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소가 지수의 안정성 유지를 위해 시장 영향도가 큰 하이닉스를 편입시켰다고 하지만, 콜마홀딩스는 수익성 최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지수에서 배제됐다는 점에서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밸류업 지수에 고배당 종목이 빠지고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대부분 시가총액 상위 대기업이나 이미 고평가된 기업들이 포함돼 코스피200과 같은 기존 대표지수와의 차별점을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요즘 배당에 대해 투자자들이 관심이 많은데 주요 배당 종목들이 지수에서 빠져 투자자들이 관심을 크게 가질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태영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밸류업 지수만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질적 요건을 도입해 시총 상위기업이라도 배재될 수 있는 차별성이 반영됐다"고 반박했다.

밸류업 지수는 밸류업 본공시를 낸 기업들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면서 불안한 출발을 하게 됐다. 이준서 한국증권학회장(동국대 교수)은 "밸류업 지수의 근본적인 취지는 미래지향적이 돼야 하는데 과거 지향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편입 기업을 선정하다 보니 기존 코스피200 지수와 차별성이 없다"면서 "미래지향적인 계획을 판단할 근거는 공시인데 기업들의 밸류업 공시에 참여율이 낮아서 거래소도 종목 산정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거래소는 시장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임시 방편을 내놨다. 당초 내년 6월 실시할 계획이었던 밸류업 지수 첫 정기 변경(리밸런싱)을 올해로 앞당기면서 연내 구성 종목 변경 가능성을 열어뒀다. 공시를 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지수에 우선 편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내년 경영목표를 설정하는 4분기에 공시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양 본부장은 "현재까지 공시에 참여한 기업은 28개로 우리의 기대치에서는 다소 못 미치는 부분이 있다"며 "연말까지 추이를 보며 추후 리밸런싱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ho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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