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면 다 좋을까" 라는 질문, 이들에게도 던져본다면?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9. 2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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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삐뽀삐뽀] 거점동물원에선 무슨 일을 할까 (글 : 변재원 수의사)
 

우리가 잘 몰랐던 동물 이야기, 수의사가 직접 전해드립니다.
 

동물원과 수족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은 "동물원 및 수족관의 허가와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동물원 및 수족관에 있는 야생생물 등을 보전·연구하고 그 생태와 습성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며, 보유 동물의 복지 증진 및 생물 다양성 보전을 통해 생명 존중 가치를 구현하고, 야생생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환경을 조성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이어 동물원은 야생동물을, 수족관은 해양생물 또는 담수생물 등을 보전 증식하고 그 생태 습성을 조사 연구함으로써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며 국민에게 전시 교육을 통해 야생동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시설이라 정의한다.

그렇다면 이 법에서 가장 먼저 다루고 언급하는 동물의 보전과 증식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많은 수의 동물을 태어나게 하는 것만으로 동물원과 수족관은 그들의 목적에 맞는 일을 한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북부흰코뿔소와 같이 전 세계에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만큼 남아 멸종을 앞둔 동물들의 경우엔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새로운 세대를 증식시켜 개체 수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태어난 다음 세대를 통해 그동안 보존되어 온 생식세포나 그마저도 없다면 체세포에서 유래된 줄기세포 등의 생물 자원을 이용한 연구를 통해 멸종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연구를 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지금 당장 유전자 다양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무조건적인 번식이 요구되는 게 당연하다.

물론 기적적으로 멸종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 경우엔 이후의 보전과 증식에서 유전자의 다양성을 고려하여 유전질환이나 세균, 바이러스 등 특정 인자에 취약한 유전자에 의한 또 다른 멸종 위기를 막아내야 할 것이다. 기적처럼 일어난 일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게 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 과제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제외한 동물들의 보전과 증식은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까. 앞에서 얘기했듯 생물 자원으로서 동물을 바라볼 때 그들의 유전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생긴다. 국내 동물원, 수족관이나 야생에 방사된 동물들 중에는 너무 많이 퍼져 유전자 다양성의 확보를 위해서는 증식이 종 보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개체들도 있고 외국과의 교류를 통해서나 다른 지역에서 넘어와 새로운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동물은 그동안 고여있던 유전자 풀이 조금은 회복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생물 자원이 될 수 있다.

만약 국내에서 가장 많이 퍼져있는 유전자를 보유한 개체가 다른 개체들에 비해 증식이 잘 된다는 이유만으로 지속적으로 증식해 나간다면 그 개체가 속한 종의 유전자 다양성은 그에 맞춰 떨어져 가게 될 것이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이해와 노력은 각각의 동물원과 수족관의 몫이다. 법에 유전자나 생물 자원의 다양성이 확보되는 보전과 증식을 언급하였다면 그나마 상황이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그렇게 쓰여 있었더라도 동물을 비싼 가격을 주고 팔려고 하는 사람들은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다양한 노력과 비겁한 성공을 거뒀을 것이지만) 그러나 현재는 빠져나갈 그물망도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생물 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생물 자원은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하여 체계적으로 보호되고 관리되어야 한다' 정도의 내용이 있다. 이를 유전자의 다양성을 고려하라는 의미로 해석해 동물원이나 수족관에서 근무하는 개인의 노력으로 이런 문제들을 막아내거나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인공증식 허가 대상 종에 국한되어 있긴 하지만,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의 '근친교배 등으로 유전 질환이 발생할 우려가 없을 것'이라는 내용에 맞춰 일부 종에 한해 무분별한 증식을 막아낼 수 있기도 하다.

이마저도 뒤에 '다만 종 보전 차원의 번식을 위한 교배는 제외한다'라는 문장이 추가되어 그물망이 조금은 넓어지긴 했지만, 동물의 무분별한 증식의 문제점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너무나 감사한 한 줄일 것이다.


청주동물원은 국내 1호 거점동물원이다. 거점동물원로서 '종 보전을 위한 종 보전 증식 프로그램 운영'이라 명시된 업무를 '종 보전을 위한 (유전자 다양성이 확보된) 종 보전 증식 프로그램 운영'이라 인식해 노력하고 있다. 동물복지 차원에서 이미 좁은 동물사에 더 많은 개체수가 생겨나지 않도록 하려는 노력과 함께 근친교배나 좁은 유전자 다양성에 따른 문제의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관리가 어려운 동물들은 중성화 수술을 하여 그 생식세포를 보관해 나가거나 체내에 삽입하는 피임약을 활용하여 유전자를 고려한 최소한의 종 보전을 하는 것이다. 또 권역의 다른 동물원에도 근친교배 등 무분별한 증식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필요하다면 중성화 수술도 진행해 주고 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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