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3대가 모여 앉아 보던 '창작 동요제', 요즘엔 있을까?
캥거루 창작 동요제, 2003년부터 550여곡 창작 동요 만들어
28일(토) 오후 5시 유튜브 ‘소리둥지’ 통해 실시간 방송
송택동 작곡가 “동요제 통해 아이들이 다시 동요 즐길 수 있길 바라”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국내 최초의 창작동요인 ‘반달’이 나온 지 올해로 100년이 됐다. 일제강점기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온 국민들의 마음을 아름다운 선율로 위로해 준 동요의 탄생이 어느덧 100년을 맞이했다.
엄혹한 시대를 지나면서도 늘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던 동요는 1980년대 창작동요제를 기점으로 전국 확산됐다. 텔레비전에서 창작 동요제를 방영하던 시간이 되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브라운관 앞에 두루두루 모여 앉았다. 당시 노래를 곧잘 부르던 아이들에게 창작동요제는 등용문이자 꿈의 시작점이기도 했다.
당시 동요는 지금의 아이돌만큼이나 인기였다.
1984년 제 2회 MBC 창작동요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노을’은 방송 이후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었다. ‘바람이 머물다간 들판에’로 시작되는 ‘노을’의 서정적인 가사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더욱이 당시 동요제에서 ‘노을’을 부른 권진숙 양은 이듬해 창작동요제에 가수 조용필과 함께 출연해 노래를 불렀고, 이후 방송 출연을 거듭하며 노래와 함께 대중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
전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동요의 인기는 90년대 중반 IMF를 겪으면서 점점 사그라졌다. 그와 함께 전국적으로 인기였던 창작동요제도 폐지되면서 쇠퇴기를 맞았다.
하지만 동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대로 우리 곁에 존재해 있다. 방송과 인기가 사라졌지만 동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동요를 만들고 있었다.
550여곡 창작 동요 만든 ‘캥거루 창작 동요제’
2003년 시작해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캥거루 창작 동요제’가 그 중 하나다. 주최기관이 없는 것이 특징인 이 동요제는 동요를 사랑하는 음악인들이 모여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는 몇 안 되는 동요제로 손꼽힌다.
매회 20~30여 곡의 창작 동요를 발표하는 캥거루 창작 동요제는 그동안 550여 곡을 발표하며 국내 창작 동요 보급에 기여했다. 올해도 ‘가을참새’, ‘키크는 지팡이’, ‘신토불이 우리밀’ 등 27편의 창작 동요를 선보인다.
올해로 18회째를 맞이한 캥거루 창작 동요제에 ‘키크는 지팡이’와 ‘신토불이 우리밀’ 두 곡에 참여한 강하늘(세명초·1)군은 “처음 만든 동요를 연습해서 불러 본 경험이 너무 재미있고 좋았다”며 “이번에 참여한 계기로 친구들에게 동요를 알리고 앞으로도 창작동요를 많이 불러 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캥거루 창작 동요제의 특징 중 하나는 순위가 매겨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요제에 참여한 아이들을 등수로 나누지 않고 오로지 창작 동요를 부르고 즐길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는 점이 현재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오디션 시스템과는 사뭇 다르다.
이승준 캥거루 창작 동요제 부회장은 “동요제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상을 받게 되면 경쟁심이 생길뿐더러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은 슬프기 때문에 시상식을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캥거루 창작 동요제 기획·운영을 맡고 있는 송택동 작곡가는 70년대 중반 교편을 잡은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동요를 만들어 온 한국 동요의 산증인이다. 그간 만든 동요만 해도 3천 여곡이 넘을 정도로 동요발전에 헌신해 온 그는 “아이들이 동요를 처음 접하는 계기가 엄마로부터 시작된다. 캥거루 역시 엄마의 품속에서 자라는 동물이기에 캥거루를 인용해 동요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동요는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 고루 보급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렇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면서 “캥거루 창작 동요제를 통해 많은 아이들이 동요의 순수함에 빠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한편, 제 18회 캥거루 창작동요제는 28일 오후 5시 유튜브 채널 ‘소리둥지’를 통해 실시간 방송된다. 오는 11월 10일에는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2024 방정환국제학술대회’에서 캥거루창작동요제 자료 전시가 열린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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