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셀 최적화, 발화 지연 기술…안전 위한 진화 [ESC]

한겨레 2024. 9. 2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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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셀 온도, 전압 차 확인 ‘셀 밸런싱’
인화성 가스 배출, 불 번짐은 방지
3중 스프링클러 등 안전 충전소도
서울 중구 회현동에 있는 초급속 충전기와 화재 감시 시스템을 갖춘 베엠베(BMW) 차징 허브 라운지. 베엠베 제공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새로운 기술은 실제 사용하며 발생한 문제점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충전이 가능한 2차 전지 초기는 니켈 배터리였다. 저장 용량이 큰 리튬을 이용한 배터리는 1990년대에 상용화돼 2000년대 초반부터 휴대폰 등에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이를 전기차에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에 들어서부터다. 국내 첫 전기차인 기아 레이 이브이(EV)가 나온 2011년 338대로 시작한 전기차 등록대수는 올 상반기 60만대를 넘어섰다. 13년 만에 1700배가 늘었고 주행가능거리는 3배 넘게 길어졌다.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용량을 키운 결과로 미래 전기차를 위한 리튬 배터리는 지금도 신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과정에 있다.

통신 모듈, 안전 위해 필수

문제는 배터리가 자동차 제조사에게 새로운 영역이라는 데 있다. 전기차는 기존의 내연기관차와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전기차 초기에는 배터리 등의 개발이나 운영 노하우가 자동차 회사에 부족했다. 원래 자동차는 외부 부품회사들과 협력해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여러 단계를 거치며 다양한 시험 평가를 해도 완벽한 차를 내놓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역사가 짧은 배터리는 이 과정이 더 어렵다.

내연기관차도 신기술이 적용되며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었다. 국내에서는 2018년 베엠베(BMW) 디젤 차종의 리콜이 대표적인 사례다. 강화된 배출가스 기준을 맞추기 위해 차량에 장착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에 결함이 있었다. 42개 차종 10만 대가 넘는 차가 리콜돼 개선된 부품으로 교체됐다. 100년이 넘은 디젤 엔진이지만 새 기술을 쓰며 문제가 발생한 것인데 전기차에서도 같은 일이 생기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전기차만을 위한 안전 기술들은 무엇이 있을까? 내연기관차는 연료탱크를 깨지지 않는 특수 플라스틱으로 만들고 외부 충격에서 가장 먼 곳에 배치해 보호한다. 전기차는 배터리를 차 바닥에 넓게 펼친다. 차의 앞과 뒤는 구조가 비슷하지만 배터리에 가까운 좌우에는 성인 팔뚝 두께의 알루미늄 충격 흡수재가 더해진다. 또 국내 케이지(KG) 모빌리티의 전기차 토레스 이브이엑스(EVX)는 배터리의 화학적 성분을 바꿔 과열돼도 산소가 적게 배출 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사고로 차에 화재가 발생했으나 실제 배터리팩은 타지 않아 피해를 줄인 사례가 있다.

배터리의 기본 단위인 셀의 구조,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외부 통신 시스템 등 자동차 내부에서 작동하는 안전 기능들도 있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의 경우 배터리에 모두 384개의 셀이 있다. 이 차의 배터리 관리 시스템은 각각의 셀의 온도, 전압의 차이, 충전 정도 등을 확인하고 차이가 있을 경우 최적 상태로 바꾸는 ‘셀 밸런싱’을 한다. 이를 쉽게 이해하려면 500㎖ 용량의 생수병(셀)이 여러 개 들어 있는 박스(팩)를 생각하면 된다. 각각의 병에 물이 얼마나 남았고 병이 찌그러져 원래 채울 수 있는 양보다 줄었거나 충격으로 손상이 된 것은 없는지를 확인하고 조절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기능은 전기차 초기에 비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외부 충격에 의해 잠깐 연결이 끊어지는 ‘순간 단락’이나 단자가 붙어 있는 면적이 작아진 ‘미세 단락’ 등은 당장 문제가 되진 않는다. 현대차그룹은 차가 달릴 때는 물론이고 충전 중이거나 주차 중에도 주기적으로 배터리 셀의 이상 상태를 모니터링해 이상 여부를 확인한다. 자동차가 스스로 배터리를 포함한 전기 시스템 전체를 점검하고 이를 사용자나 제작사에 알려 점검이나 수리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자동차에 통신 모듈이 들어가 내비게이션 지도 업데이트 등에 쓰였는데, 지금은 차를 제어하고 상태를 확인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전기차 시대에 이런 커넥티드카 기술은 안전을 위해서도 필수가 된다.

바닥 스프링클러 추가도 필요

지난해 12월16일 부산 북구 강변도로에서 추돌사고로 화재가 발생한 케이지(KG) 모빌리티 토레스 이브이엑스(EVX). 이 차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는 불이 붙지 않아 사고 당시 26분만에 화재가 진압됐다. 케이지 모빌리티 제공

배터리 이상을 감지했을 때 불이 빠르게 커지는 것을 막는 발화 지연 기술도 있다. 배터리 팩을 설계할 때 강도와 방수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가연성 가스는 바깥으로 빠르게 배출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 배터리 셀 사이에 전력 편차가 크거나 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갈 경우 냉각을 강화하는 등 화재 발생을 지연시킨다. 또 열폭주로 발생한 인화성 가스를 밖으로 배출시키면서도 배터리 팩의 모양을 유지해 전체 셀에 불이 붙는 것을 막기도 한다. 올해 8월 충남 금산에서 있었던 기아 이브이(EV)6 화재의 경우, 특정 셀의 온도가 올라간 것을 감지해 제조사에 통보가 이뤄졌다. 배터리 팩 외부로 연기가 방출된 이후 실제 불이 날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려 소방차가 출동할 시간을 벌었다. 합동감식에서 최초 발화된 셀을 확인했는데 나머지 셀과 팩이 원형을 유지하며 불이 번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가 생겼을 때 사람이 대피하고 불을 끌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것이다.

또 충전할 때 발생하는 화재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기술도 있다. 최근 베엠베는 서울 중구 회현동에 새로운 개념의 공공 전기차 충전소인 베엠베 차징 허브 라운지를 열였다. 모든 전기차가 사용할 수 있는 이곳에는 200kW(킬로와트)급 충전기 6개가 있는데, 스프링클러를 3중으로 설치하고 열화상 카메라와 소화기 등을 배치했다. 향후에는 충전소 바닥에도 스프링클러를 추가해 화재 확산을 막을 계획도 갖고 있다. 이런 충전시설이 늘어나면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감을 크게 줄여줄 것이다.

차와 충전시설 외에 주차장이나 공동주택 등의 시설관리자와 사용자에 대한 전기차 안전 교육과 홍보도 필요하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전기차 리튬 배터리의 화재를 진압할 소화기는 없으나 다량의 물을 이용한 냉각소화 방식이 보편적이다. 이에 따라 소화전, 스프링클러 설비 등의 관리와 적절한 사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침착하게 불을 끌 수 있는 사람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이 된다.

전기차는 과거에 없던 새로운 기술이다. 때문에 이를 안전하게 타기 위한 기술들도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 이런 자동차 제조사의 노력과 함께 운전자들도 최신 안전 기능들이 추가된 차를 선택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한 대응력 함양이 필요하다.

이동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자동차생활’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여러 수입차 브랜드에서 상품기획, 교육, 영업을 했다. 모든 종류의 자동차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다양한 글을 쓰고, 자동차 관련 교육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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