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한 공무원이 아프리카 '말라위'에 어린이집 세운 사연
마을 2곳서 어린이집 건립, 200여명 아이들 교육·점심 제공
(창원=뉴스1) 박민석 기자 = 아프리카 남동부에 자리잡은 작은 내륙국 '말라위'. 지난 2022년 국제통화기금(IMF)이 꼽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말라위의 한 마을에 추석을 앞둔 지난 6일 3명의 귀한 한국인 손님들이 방문했다.
이들은 경남 창원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말라위에 어린이집을 세우고 우물을 파는 '말라위 어린이 후원회'의 전부학 대표(72)와 황선배 사무국장(58) 등 후원회 회원들이다.
이 후원회는 지난 2018년 전 대표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33년간 창원지역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다 지난 2013년 정년 퇴임한 전 대표는 퇴직 후 활동하던 가톨릭 신자 봉사 모임에서 "한 달에 65만원만 있으면 아프리카 최빈국 말라위의 아이들 100여명을 먹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후원회 결성에 나섰다.
전 대표는 "65만원이면 그렇게 큰 돈도 아니고 좋은 분들과 뜻을 모을 수만 있다면 아이들이 밥을 굶지 않겠다 싶어 후원회를 만들기로 하고 회원 모집에 나섰다"며 "후원을 권유하면 '말라위'라는 말을 듣고 망고냐며 되묻는 사람도 있었다. 그 정도로 우리에겐 생소한 나라였다"고 말했다.
후원회를 결성하고 난생 처음 찾은 말라위는 밥 한끼가 문제가 아니었다. 연 평균 강수량이 200㎜ 미만인 말라위에서는 아이들과 여성들이 물을 긷기 위해 10여 ㎞ 이상을 매일 걸어야 했고 아이들은 글 공부조차 하지 못한 채 방치돼 있었다.
굶주린 말라위 아이들에게 밥 한끼라도 먹이기 위해 뜻을 모은 후원회는 마을에 우물을 파고 방치된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기 위한 어린이집을 세우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말라위 작가들의 그림 40여점을 창원으로 가져와 경남도청과 도교육청, 도의회, 농협 경남본부 등에서 후원 전시를 열고 그림을 판매하기도 했다.
후원회 활동에 공감한 당시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박종훈 경남교육감 등이 그림을 구입하며 도움을 보탰다.
전 대표와 같은 성당에 다니는 80대 노인도 말라위 아이들을 위해 쌈짓돈을 건넸고 얼굴도 모르는 경기 용인의 한 후원자는 수천만원을 보탰다.
후원회의 활동에 100여명 남짓한 후원회원들이 모이면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후원회는 이렇게 모인 돈으로 지난 2020년 말라위 수도 릴롱궤에서 30여 ㎞ 떨어진 까냔두레, 마상가와 마을에 우물을 파고 어린이집을 세웠다.
현재 두 마을 어린이집에서는 총 200여명의 어린이를 돌보고 있다. 후원회는 이를 위해 선생님 4명과 영양사 2명을 고용했다.
어린이집에서는 매일 무료로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친다. 옥수수죽에 비타민 등 영양제를 첨가한 점심도 제공하고 있다.
추석을 앞둔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는 말라위의 두 마을에 있는 어린이집을 전 대표와 황 국장 등 후원회 관계자들이 직접 방문했다.
후원회 관계자를 맞이한 마을의 학부모 대표는 "어른들은 학교를 한 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마을에 어린이집이 세워진 뒤로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배우고 있다"고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후원회는 포화 상태인 어린이집 두곳을 새로 증축하고 다른 마을에 어린이집 한 곳을 새로 건립할 계획이다.
황선배 사무국장은 "직접 현장에서 보니 과거 우리나라의 교실처럼 어린이집 1곳마다 100명 이상의 아이들이 수용돼 포화 상태였다"며 "어린이집을 증축하고 놀이시설 등을 새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현지 장애인 분들이 자활할 수 있는 기반을 위해 장애인 사업장도 만들고 어린이집의 환경 개선도 꾸준히 할 계획"이라며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후원회원도 많이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부학 대표는 "후원회원을 비롯해 얼굴도 모르는 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계셔서 한분씩 찾아뵙고 이번 말라위 방문 경과를 보고드릴 생각"이라며 "처음에는 뜻이 맞는 몇몇 분과 시작한 후원회인데 일이 커져버렸다. 많은 분들이 말라위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미소지었다.
pms710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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