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육아 하는 부모, 죄책감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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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자기 자신에게 모질고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중 한 그룹이 바로 양육자가 아닐까 싶다.
신디 린 밀러(Cindy Lynne Miller) 캐나다 매니토바대 연구자에 의하면 자기자비, 힘들어하는 다른 이를 볼 때처럼 힘들어하는 자기 자신에게도 따뜻한 시선과 응원을 보낼 줄 아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아이를 양육할 때에도 더 죄책감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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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자기 자신에게 모질고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중 한 그룹이 바로 양육자가 아닐까 싶다.
이제 6개월이 된 아이를 재우고 잠깐 침대에 올려둔 채 잠깐 발 걸음을 돌린 찰나 ‘쾅’ 소리와 함께 울음 소리가 들렸다. 불안한 느낌에 달려가보니 아이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언제부터 자면서 구르는 스킬을 획득했는지 그 짧은 시간 안에 굴러서 침대 밖으로 추락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었다. 다행히 아이는 다치지 않았지만 밀려드는 죄책감 속에서 하루를 다른 양육자와 함께 자책했다.
그런 한편으론 부족한 잠과 함께 인지 능력과 신체적 능력이 동시에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어쩌면 당연한 일이 발생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또한 아이들은 집이라는 비교적 안전한 곳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다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며 스스로를 지킬 능력이 없는 작은 인간이란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이라는 종이 이만큼이나 살아남은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인간의 안전과 행복이라는 중책을 맡은 만큼 자책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휴식을 취하고 재충전해서 멀쩡한 정신 상태를 만드는 데 힘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안타깝지만 어린 아이들을 케어하는 양육자들에게서 죄책감은 매우 높은 빈도로 나타난다. 아이의 안전과 행복이 전적으로 1~2명의 양육자들에게 달려있는 상태에서 많은 양육자들이 아이가 단지 울거나 또는 감기에 걸려 열이 나는 등의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황들에서도 자신이 뭔가 잘못한 게 아닌지 자책하고 자신을 더 채찍질하는 모습을 보인다. 문제는 특히 어린 아기를 돌보고 있을 경우 양육자의 피로도가 이미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이미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죄책감은 양육자들로 하여금 건강한 행동, 예를들어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등 몸과 마음이 제대로 기능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고 결과적으로는 아이를 돌볼 수 있는 능력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주변의 선배 양육자들로부터 아이를 돌보는 것 못지 않게 자기 자신을 돌봐야 한다는 조언을 여러 번 들었다.
신디 린 밀러(Cindy Lynne Miller) 캐나다 매니토바대 연구자에 의하면 자기자비, 힘들어하는 다른 이를 볼 때처럼 힘들어하는 자기 자신에게도 따뜻한 시선과 응원을 보낼 줄 아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아이를 양육할 때에도 더 죄책감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자비가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양육자들에 비해 자기 자신을 돌보는 건강한 행동들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건강하게 먹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등) 또한 더 많이 하는 편이었다. 이들의 낮은 죄책감이 건강한 행동을 하는 데에 한 몫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모든 양육자들이 대부분 높은 피로 속에서 높은 죄책감과 싸우고 있을 것임을 떠올려 보았다.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을 또 앞으로도 20여년을 몸바쳐 양육에 힘쓸 이들이 조금이나마 덜 피곤하기를 죄책감에 가급적 조금 시달리고 자기 자신을 돌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Miller, C. L., & Strachan, S. M. (2020). Understanding the role of mother guilt and self-compassion in health behaviors in mothers with young children. Women & Health, 60(7), 763–775. https://doi.org/10.1080/03630242.2020.1713966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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