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골절된 아깽이.. ‘깁스 딜레마'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24. 9.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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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A. 안녕하세요. ‘24시 센트럴 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자 ‘24시간 고양이 육아 대백과’의 저자 김효진 수의사입니다. 오늘은 다리를 다친 아기 고양이를 입양하신 집사님이 사연을 보내주셨습니다.

사연자님의 경우처럼 다치거나 배고픈 어린 고양이를 구조하게 되면 이 아이를 치료한 뒤에 입양해서 길러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데요. 사실 어린 고양이를 구조한 경우라면, 되도록 입양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이유는 고양이의 아주 빠른 기질(Temperament) 결정과 관련이 있습니다. 고양이 기질을 결정하는 요소에는 엄마, 아빠 고양이의 유전적 기질, 엄마 고양이의 임신 중 환경 및 스트레스 그리고 생애 초기에 이루어지는 사회화 과정이 작용하는데요. 고양이의 사회화 시기는 아주 빠른 시기에 일어납니다. 전문가마다 분류할 때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대략 생후 2~9주 이내를 사회화 기간으로 봅니다. 때로 2차 사회화 시기, 대략 생후 12주까지도 사회적 기질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분류하기도 하지만, 고양이의 기질이 아주 어린 시기에 결정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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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렇게 결정된 기질은 고양이가 성장한 이후에는 크게 변화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어린 시기에 고양이에게 밥을 주거나 집 안에서 돌보다가 자란 뒤에 방사하게 되면 고양이와 기질과 환경 사이에 부조화가 생기게 되고, 이로 인해 고양이가 바깥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제가 과거 받았던 질문 중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었는데요. 그 해 겨울이 유독 추웠는데, 집 밖에서 울고 있는 아기 고양이들이 불쌍해 보였던 한 집사님이 아기 고양이들을 데려다가 집 안에서 겨울을 보내고 따뜻한 봄이 되면 밖에서 살도록 해주면 좋지 않겠냐고 물어보신 거죠. 집사님의 의도는 너무 다정하지만, 만약 아기 고양이가 이렇게 자란다면 고양이는 외부 자극에 기민하게 경계하거나,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서 길에서 살아가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어린 연령의 고양이를 구조했다면 되도록 입양해서 기르는 게 좋습니다.

오늘 사연을 보내주신 사연자님은 아기 고양이를 돌보아 주시다가 치료까지 해주시고, 입양을 결정하셨는데요. 너무 고마우신 결정이고, 고양이를 돌보는 수의사로서 고양이와의 행복한 삶을 너무 응원하게 됩니다. 그런데! 아기 고양이가 깁스를 불편해하고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아 걱정이 크시네요. 실제로 고양이는 원하는 것이 있지만 이루어지지 않을 때, 일종의 좌절감(Frustration)을 느끼게 되고, 이를 소리 높여 우는 것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고양이가 왜 이런 행동을 보이는 걸까요?

깁스가 꽉 묶였거나 환부가 부어 있을 경우 고양이는 우는 것으로 그 상태를 표현할 수 있다. 부산사랑 길고양이 보호연대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첫 번째로는 고양이가 통증 때문에 이런 행동을 보이는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먼저 깁스한 부위가 부었는지 살펴주세요. 깁스가 너무 꽉 묶였거나 환부에 부종이 심한 경우, 깁스 아래로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아 부종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환부가 붓기 시작하면 깁스 부위가 더욱 조여지면서 순식간에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깁스를 한 고양이의 보호자는 깁스 아래로 발이 너무 붓거나, 빨갛게 변하지는 않는지, 만졌을 때 뜨겁지는 않은지 자주 관찰해 주세요.

또 깁스 끝단에 닿는 피부가 짓무르는 경우도 흔합니다. 특히 이런 상태에서 깁스를 오래 유지하지는 경우 굉장히 심각한 감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적절한 기간 동안만 깁스를 유지해야 합니다. 감염 확인을 위해 깁스 부위의 발적, 열감, 부종 등을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고, 특히 주변으로 냄새가 나는지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감염이 확인되면 깁스를 교체하거나 제거하고, 적절한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특히 고양이가 너무 아파한다면 그에 맞추어 진통 처치를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두 번째로는 통증이나 깁스로 인한 신체적인 변화가 고양이의 불안감을 가중시킬 수도 있습니다. 특히 사연 속의 고양이는 입양으로 인해 환경이 갑자기 변했기 때문에 불안감이 더욱 클 수 있습니다. 이럴 때에는 먼저 고양이가 안전하게 느낄 만한 공간에 숨어있을 수 있도록 해주는 편이 좋습니다.

안전한 공간은 고양이가 집안 환경을 잘 살필 수 있지만, 자신의 몸은 잘 감출 수 있는 곳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집사가 놓치기 쉬운 점은 아직 집안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한 고양이라면 집사의 시선에서도 어느 정도 몸을 감출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고양이가 마음 놓고 쉴 수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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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집에 고양이가 좋아하는 은신처가 충분한 경우에도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깁스나 넥칼라를 착용했을 때 이전에는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던 곳이라도 사용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고양이를 잘 관찰해서 기존 은신처를 사용하는 것을 힘들어한다면 택배 박스 같은 것으로 임시 은신처를 추가로 만들어주는 것도 좋습니다.

특히 이런 배려는 비단 은신처뿐 아니라 화장실, 물그릇, 밥그릇 모두에 필요합니다. 가령 기존에 사용하던 화장실에 뚜껑이 있다면 고양이가 깁스를 착용한 채로 드나들기 힘들어할 수 있고, 이런 불편함이 하부 요로기 증후군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런 세세한 부분을 잘 고려해서 고양이가 불편함 없이 지내고, 불안해하지 않도록 돌보아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특별히 아픈 곳이 없거나 불안하지 않더라도, 고양이가 깁스를 불편해할 가능성은 꽤 높습니다. 고양이는 촉각에 예민한 동물로 몸에 테이프만 붙여도 굉장한 불편함을 호소하곤 합니다. 특히 발바닥 같은 곳에는 신경이 많이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깁스 착용 자체만으로도 심하게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깁스를 하는 동안은 어쩔 수 없이 불편함을 좀 감수해야만 하는데요.

이럴 때에는 깁스가 아닌 다른 곳으로 주의를 분산시켜주고, 고양이가 이에 응하면 포상하는 방식으로 행동을 강화해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양이가 깁스 부위를 핥으려고 하면 낚싯대를 들어 올려 고양이의 관심을 돌려줍니다. 고양이가 관심을 보이면 짧게 놀아준 뒤 바로 작은 간식 조각을 1,2개 주어서 포상해 줍니다. 이런 식으로 고양이가 깁스가 아닌 다른 곳에 관심을 가지면 칭찬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이런 교육이 반복되면 고양이가 보다 쉽게 깁스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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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한 동물입니다. 때문에 따뜻한 가정에 구조된 이후에도 적응까지 제법 시간이 걸리게 마련입니다. 심지어 상처가 있거나 아픈 고양이들은 통증으로 인해 불안한 마음이 더욱 오래 지속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결국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기 고양이가 집사님 댁에 잘 적응해서 행복한 나날을 지내는 모습을 그려보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효진 24시 센트럴 동물메디컬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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