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속 내가 더 매력적?" 미인대회 폐지론 불지핀 질문[체크리스트]
딥페이크 성착취물 피해자 1위 '한국'…"사회적 맥락 고려 못 한 질문"
[편집자주]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거나 쟁점이 되는 예민한 현안을 점검하는 고정물입니다. 확인·점검 사항 목록인 '체크리스트'를 만들 듯, 우리 사회의 과제들을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딥페이크 속 내가 더 매력적이면, 진짜 나와의 갭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
지난주 열린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에서 나온 질문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주최 측에선 사전적 의미의 '딥페이크' 관련 질문이었다고 해명하며 사과했지만 여전히 비판은 거셉니다.
딥페이크 영상물의 대다수가 불법 성 착취물이라는 점, 피해자 중 여성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 등 유명인의 비중이 많은 점 등을 감안했을 때 좀 더 신중히 질문했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외모, 개인의 소신에 따라 특정 성별을 평가하고 순위화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아예 대회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나'와 실제 '나' 차이 질문했다지만…"좀 더 신중했어야"
28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해당 문구는 24일 서울 강남구에서 진행된 '2024 제68회 미스코리아 대회'의 즉석 질문 중 일부입니다.
통상 미스코리아 대회는 10~15명의 본선 진출 후보자를 대상으로 사회적 현안에 대한 질문을 던진 뒤 이에 대한 답변을 듣는 코너를 진행해 왔는데요. 이를 통해 외양과 더불어 각자가 가진 지식과 소신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겠다는 취집니다.
최근 몇 년간 개최된 대회 영상을 살펴본 결과,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등 국가 정책부터 '가심비' 등 트렌드를 반영하는 신조어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질문이 마련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딥페이크 외에 세대 갈등, 유리 천장 등 다양한 질문이 오고 갔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논란이 된 질문 역시 '딥페이크'라는 현안에 대한 참가자들의 문제의식을 평가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됩니다.
주최사인 글로벌이앤비 역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미에서의 '딥페이크'를 의미했을 뿐, 디지털 기술로 만든 자신과 실제 자신과의 차이를 묻는 말이었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딥페이크가 성적 불법 영상물로 악용되는 현실을 감안해 질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딥페이크 성 착취물 피해자 한국 제일 많아…미인 대회 폐지 목소리도
실제로 딥페이크 기술이 성범죄에 상당수 악용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최사의 뒤늦은 사과는 아쉬운 대목입니다. 딥페이크 분석 및 탐지 전문 회사인 딥트레이스에 따르면 2019년까지 만들어진 온라인 딥페이크 동영상의 96%가 조작된 여성 이미지를 도용한 포르노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미국 사이버보안 업체 '시큐리티 히어로'가 발표한 '2023 딥페이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딥페이크 음란물에 등장하는 개인 중 53%가 한국인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한국인 피해자 대부분은 가수, 배우 등 유명인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은 "딥페이크가 포르노 제작 기술로서 상용화 단계에 들어서는 지금 그런 질문을 던진 건 문제를 사소하게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라며 "특히 유명인 피해자 비율이 높은 한국에서 미인 대회 참가자에게 그런 질문을 던진 건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못한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미스코리아 등 미인 대회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비등해졌습니다. 애초에 특정 성별만을 대상으로 외양, 지식수준을 순위화하는 자리 자체가 없었다면 이 같은 질문이 문제가 될 일도 없을 거라는 겁니다. 지적 수준도 판단하고 몸무게, 연령 제한을 없애는 등 미인 대회가 다양성을 추구한다고는 하지만 '큰 틀'은 바뀌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주관사인 한국일보 노조는 논란 직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고 후보자들은 그중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연령대 여성들"이라며 "성범죄 기술을 희화화하고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폭력적인 질문이 아닐 수 없다. 답은 미스코리아 대회의 폐지 혹은 완전한 결별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지난 27일 "사회 현안에 대한 복잡한 토론을 끼워 넣는다고 해서 여성을 품평하는 미인대회가 성 상품화 행사라는 점이 변하지 않는다"라며 "여성의 몸과 얼굴에 등급을 매기는 성차별적 문화의 무지함과 매주 성 착취를 끝내라고 요구하는 시민 간 인식 수준의 갭이야말로 진정 줄여야 할 간극"이라며 미인 대회 폐지를 촉구했습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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