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바다' 제주 향토음식 명인 1호가 뽑은 제주음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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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들이 제주향토음식에 관심을 갖고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낭푼밥상'에서 만난 제주도 향토음식 명인 1호 김지순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장(88)이 흐믓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2010년 제주도의 향토음식 명인 1호로 선정된 김지순 원장은 제주 고유의 음식조리법을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 분야의 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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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고유음식 조리법 정립…"젊은이들 향토음식 관심 기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MZ세대들이 제주향토음식에 관심을 갖고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낭푼밥상'에서 만난 제주도 향토음식 명인 1호 김지순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장(88)이 흐믓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2010년 제주도의 향토음식 명인 1호로 선정된 김지순 원장은 제주 고유의 음식조리법을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 분야의 대가다.
김 원장은 1950년대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며 제주음식이 타지역 음식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향토음식에 관심을 갖게됐다고 한다.
1970년부터는 요리연구가 왕준련 선생에게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운 그는 1985년부터 자신의 이름으로 제주에 요리학원을 개설했다. 김지순 요리학원은 도내 최초의 요리학원으로 2022년 문을 닫을때까지 37년간 8000명의 제자를 배출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섬이라는 특성탓에 제주는 자급자족하는 식생활을 해야 했다. 쌀보다는 보리와 조 등의 밭농사 작물과 천혜의 바다에서 자란 어류, 패류, 해조류 그리고 숲에서 원시의 모습으로 자라는 열매와 뿌리를 이용한 고유한 식생활문화를 만들었다.
김 원장은 "제주 음식은 기본적으로 양념을 적게쓰고 조리법이 간단했다"며 "도민들은 자연식 그대로 섭취하는 것을 즐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주에서는 고추 농사를 못하면 된장을 주로 조미료로 썼다"며 "된장 항아리를 묻으면 거기에서 파생된 다양한 음식들을 먹을 수 있었고 양념을 많이 쓰지않아 재료 본연의 맛과 영향을 충분히 살릴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육지와 달리 제주는 음식을 보관하는 기술이 부족했는데 사면이 바다여서 언제든 신선한 생선과 해조류를 구할 수 있었고 겨울도 따뜻해 텃밭에서 파란 푸성귀를 뜯어 먹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주에서는 집안 어르신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이 마루나 부엌 바닥에 둘러앉아 가족수대로 따로 밥을 뜨지 않고 '낭푼(크고 둥근 놋그릇을 뜻하는 양푼의 제주어)'에 담아 같이 먹는 음식문화가 있었다. 김 원장은 이 낭푼문화가 과거 쉴새없이 일에 쫓겨 살았던 제주 여성들의 생활이 반영된 것으로 봤다.
김 원장이 현재 아들이자 향토음식 전수자인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 부원장과 함께 운영 중인 식당의 이름도 '낭푼밥상'이다. 이 식당은 2002년부터 세계 유명식당을 선정하는 영국 단체' The World’s 50 Best Restaurants'가 2022년 발표한 'The Essence of Asia'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김 원장은 꼭 먹어봐야하는 제주음식 중 하나로 '몸국(모자반국)'을 꼽았다. 제주에서는 결혼식, 장례식 등 경조사와 같은 집안에 큰일이 생기면 돼지를 추렴하는 풍습이 있다. 가마솥에서 돼지와 순대를 삶고 나면 진한 육수가 남는데 이 육수에 해조류인 모자반을 넣어 끓인 게 몸국이다. '육지와 바다'의 만남인 셈이다. 모자반은 지방을 흡수하고 비계 냄새를 없애줘 궁합도 좋다고 한다.
김 원장은 기후 변화와 생활습관 변화로 제주음식 본연의 맛은 옅어지고 재료도 사라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자연환경이 바뀌면서 재래종이 점차 없어지니 식재료를 구하기도 어렵고 예전 참맛을 내기가 힘들어지고 있다"며 "조리법도 관광객 기호에 맞추다보니 다른 지역 음식조리법이 뒤범벅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향토음식 관련 책을 몇권 냈지만 아직도 숨어있는 음식이 많다"며 "힘이 닿는 한 계속 조사를 하고 발굴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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