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먹지마… 정말, 미안해… 인간의 폐기물, 인류 재앙으로 되돌아온다
눈앞의 편리함 좇다 결국 위협 직면
전자 폐기물도 등장 환경 오염 가중
쓰레기가 존재를 압도하는 시대 암담
쓰레기의 세계사 - 문명의 거울에서 전 지구적 재앙까지/ 로만 쾨스터/ 김지현 옮김/ 흐름출판/ 2만6000원
“많은 쓰레기는 이득을 의미한다. 수많은 재화를 대량 생산하고, 저렴한 가격에 손쉽게 이득을 얻는 과정 뒤에는 쓰레기가 남는다. 쓰레기는 우리의 일상을 간편하게 만들고, 시간과 노동을 덜어준다. 현대의 운송 체계는 우리와 관련 없는 일이 아닌, 우리의 행동을 바꾸는 주요한 요소다. 물건을 택배로 받고, 패스트푸드를 먹는 것은 곧 끊임없이, 편안하고, 빠른 소비를 의미한다. 이렇게 우리는 거대 국제 쓰레기 공장의 공범이 된다.”(370쪽)
인간이 있는 곳엔 언제나 쓰레기가 따랐다. 쓰레기는 인간 존재와 삶의 방식을 증언한다. 쓰레기의 역사는 기원전 1만년에서 기원전 6000년 사이, 인류가 한 장소에 정착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한곳에 살면서 배설물과 음식 찌꺼기, 재, 부서진 도구 등을 처리해야만 했다.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내버리고’ 구덩이에 ‘던져 넣어서’ 쓰레기를 해결했다. 노르웨이 석기 시대 쓰레기장은 길이 300m, 8층 건물 높이를 자랑한다. 이탈리아 로마 테베레강 동쪽 기슭에는 몬테 테스타치오라는 언덕이 있다. 높이 50m, 둘레 1000m 규모의 대형 쓰레기 매립지였다.
“메소포타미아의 가장 큰 도시 우르크는 쓰레기와 배설물을 내려보내기 위한 하수도 시스템을 갖추었다. 고대 이집트 헤라클레오폴리스는 제9왕조와 제10왕조(기원전 2170년)에 이미 귀족들의 쓰레기를 일괄 수거해 나일강에 배출했다. 마야에는 유기물 쓰레기를 버리는 장소가 있었다. 트로이 사람들은 쓰레기를 단순히 문밖에 던져버렸지만, 아테네에서는 기원전 5세기에 이미 거리 청소(코프롤로고이)가 시행되었으며 매립 시설도 갖추고 있었다.”(34쪽)
1970년대, 다이옥신의 존재가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사람들은 쓰레기가 일으키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치명적인 위협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소각이라는 처리 방식도 능사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쓰레기는 점차 복잡해지고 처리 문제도 그만큼 난해하게 꼬여간다. 20여 년 전부터는 전자 폐기물(E-Waste)이 환경오염의 새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복잡한 화합물로 만들어진 이러한 쓰레기는 대개 특수 폐기물로 투기되거나 가나의 악명 높은 아그보그블로시 매립지에 묻힌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하기도 전에 ‘하이테크 오염’이 추가된 셈이다.
생활방식을 바꾸어 줄일 수 있는 쓰레기의 양은 20% 정도다. 저자는 이 20%를 줄이기 위해 일상에서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더 많은 제한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동시에 이러한 생산과 소비를 강요하는 경제체제를 진단해야 한다. 상품은 언제나 넘치도록 생산되어 진열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1ℓ의 음료수를 마신 뒤 남은 플라스틱병을 ‘분리 배출’하고 만족하며 쓰레기통에서 돌아선다. 방금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우리보다 더 오래 살아남는다.
좋은 논픽션은 늘 스릴러보다 흥미롭다. 이 책이 그렇다. 독자의 눈앞에 위기의 시대를 생생하게 펼쳐 보이는 최전선의 쓰레기 연구서다. 죽은 쓰레기가 살아 있는 존재들을 압도하는 시대가 왔다.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하는 시점까지는 이제 5년 남았다. 기후 시계를 멈추기 위해, 우리가 버리고 잊은 쓰레기들을 돌아봐야 할 때다.
“우리가 누구인지는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버리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쓰레기통을 들여다보라.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독일 일간지 차이트)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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