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력의 심장’ 기술 혁신의 여정
냉전시대·베트남 전쟁 등 겪으며
스텔스·EMP·드론 등 기술 개발
‘컴퓨터 네트워크’로 인터넷 발명
“날선 시민 필요”… 윤리문제도 지적
다르파 웨이/ 애니 제이콥슨/ 이재학 옮김·김종대 감수/ 지식노마드/ 2만8000원
1957년 미국 국방장관으로 취임한 닐 맥엘로이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P&G에서 집집마다 다니며 비누를 파는 세일즈맨으로 시작해 경영진까지 올랐다. 주부들이 TV를 보는 낮 시간에 비누 광고를 하자고 제안해 소프 오페라(TV 연속극)라는 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신간 ‘다르파 웨이’는 다르파가 만들어진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여정과 관여한 인물들, 이 과정에서 생겨난 기술들을 시간 순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TV 프로듀서인 저자는 다르파의 행적을 파헤치기 위해 이 기구에 관여한 백악관 자문, 엘리트 과학자, 4성 장군 등 71명을 인터뷰했다.
베트남전 기간 아르파는 훗날 논란이 되는 많은 연구에 관여했지만, 동시에 여러 기술을 태동시켰다. 드론이 이 중 하나다. 당시 아르파는 소리가 전혀 안 들리게 설계된 동력 글라이더를 도입했다. 이 글라이더는 적은 연료로 정글의 나무 위에 붙다시피 해서 장시간 날 수 있었다. 이 비행체는 향후 드론을 포함해 비재래식 군용기의 길을 닦게 된다. 저자는 “베트남전 기간에 다르파는 드론 개발을 시작했다. 2001년 10월 무장한 제1호 드론이 아프가니스탄 전투에 투입될 때까지 30년 이상 걸렸다”며 “대중이 드론 전쟁을 알았을 무렵, 미국의 드론 기술은 이미 수세대를 앞서 있었다”고 설명한다.
종전 후 다르파는 미국 4개 대학의 컴퓨터를 연결하는 알파넷(APRANET)을 구축했다. 이때 윗선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오늘날까지 쓰이는 ‘네트워크 중복’ 개념이 제시됐다. 1972년에는 24곳이 네트워크로 연결됐고, 전기공학자 로버트 칸과 프로그램 관리자 빈트 서프는 컴퓨터들이 같은 언어로 소통하도록 전송제어규약(TCP)과 인터넷규약(IP) 개념을 발명했다. 다르파는 1975년 알파넷 시스템을 국방 통신국으로 넘겼고, 1982년 이메일을 주고받는 표준이 만들어졌다.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며 기술의 발전 속도와 인간의 통제 능력 사이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서 시민이 군수산업을 견제하려면 “지식이 풍부하고 날선 시민”이 필요하다고 했던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말을 제시한다. 그는 “다르파의 전직 과학자들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이곳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기술들이 공공 영역과 비교해 10년에서 20년은 앞서 있음을, 미래의 세계가 펼쳐지는 이유도 다르파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런데 다르파가 미래를 결정하도록 내버려두는 게 현명할까”라고 자문한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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