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타 플래툰 지명타자’ 완벽히 맞는 옷 입고 커리어하이 시즌 만든 작 피더슨[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이제 완전히 맞는 옷을 찾은 듯하다. 피더슨이 최고의 시즌을 만들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 작 피더슨은 올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9월 27일(한국시간)까지 시즌 130경기에 출전한 피더슨은 .278/.395/.521 23홈런 64타점 6도루를 기록했다. 타율, 홈런, OPS 모두 커리어 하이 기록이다.
피더슨은 올시즌에 앞서 애리조나와 1년 1,250만 달러가 보장되는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121경기 .235/.348/.416 15홈런 51타점을 기록한 피더슨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내에서 팀을 옮겼고 성적 향상을 이뤄냈다.
애리조나가 기대한 피더슨의 2년 전 모습보다도 뛰어났다. 피더슨은 샌프란시스코 입단 첫 해였던 2022시즌 134경기에서 .274/.353/.521 23홈런 70타점으로 맹활약했고 올스타에도 선정됐다. 물론 2022시즌보다는 연봉이 줄었지만 애리조나가 1,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한 것은 그만한 생산성을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기록한 성적은 385경기 .263/.366/.487 61홈런 185타점. 이는 피더슨이 '친정' LA 다저스에 몸담던 시절보다 더 좋아진 성적이다.
1992년생 좌투좌타 외야수 피더슨은 2010년 신인드래프트 11라운드에서 다저스에 지명됐고 2014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데뷔시즌 잠시 빅리그를 경험한 피더슨은 2015년 풀타임 시즌을 치르며 151경기에 출전했다. 210/.346/.417 26홈런 54타점. 그 해 올스타에 선정됐고 신인왕 투표에서도 6위에 오른 피더슨은 2016시즌에도 주전 외야수로 137경기에 출전해 .246/.352/.495 25홈런 68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벽을 마주했다. 바로 좌완투수에 대한 약점이었다. 좌타자로서 좌완에 대한 약점을 좀처럼 극복하지 못한 피더슨은 2016시즌부터 좌완을 상대로 출전 기회가 줄어들었고 2017시즌부터는 완전한 플래툰 멤버가 됐다. 2017시즌 .212/.331/.407 11홈런 35타점에 그친 피더슨은 2018-2019시즌 좌완을 최대한 피하며 297경기에서 .249/.331/.530 61홈런 130타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단축시즌 다시 부진한 뒤 FA 시장에 나왔다.
다저스에서 7년 동안 기록한 성적은 748경기 .230/.336/.470 130홈런 303타점. 수비력도 아쉬웠다. 워낙 탄탄한 선수층을 보유했고 늘 지구 1위를 놓치지 않았던 다저스 입장에서 피더슨은 부족한 선수였다. 2020년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기는 했지만 항상 높은 곳이 목표인 다저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지는 못했고 결국 팀을 떠났다.
2021시즌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또 한 번 우승 반지를 낀 피더슨은 2020년대에 들어 메이저리그 로스터가 25명에서 26명으로 확대되고 2022시즌 내셔널리그에도 지명타자 제도가 도입되며 입지가 변화했다. 이전까지는 '수비가 아쉬운 플래툰 선수'로서 기회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더 구단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2022시즌 샌프란시스코에서 좌익수를 소화하며 반전을 이뤄낸 피더슨은 올해는 수비에 대한 부담까지 완전히 벗어던지고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냈다.
약점은 여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피더슨은 올시즌 우완을 상대로 401타석에서 .284/.394/.538 22홈런 60타점을 기록했지만 좌완을 상대로는 42타석 .219/.405/.344 1홈런 4타점에 그쳤다. 하지만 변화된 규정 덕분에 그 약점은 예전에 비해 커보이지 않는다.
입지에 대한 불안이 줄어드니 성적도 올랐다. 다저스 시절부터도 좋은 타구를 생산하는 타자였던 피더슨은 2022시즌 이후로는 오타니 쇼헤이도 부럽지 않은 리그 최상위권의 강력한 타구를 양산하고 있다. 타구 질이 반영된 기대 가중출루율(xwOBA), 기대 장타율, 평균 타구 속도, 배럴타구 비율 등이 모두 리그 최상위권이다.
시즌 400타석 이상을 소화하며 20개 이상의 홈런과 0.900에 육박하는 OPS를 기록할 수 있는 지명타자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삼진을 잘 당하지 않는 타자는 아니지만 리그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볼넷을 골라내는 능력은 평균을 상회한다. 정교함이 다소 아쉽지만 출루 능력에는 문제가 없다.
피더슨은 2025시즌 1,400만 달러의 상호동의 옵션이 있다(바이아웃 300만 달러). 올시즌 연봉(900만 달러)보다 크게 오른 금액이지만 옵션 실행에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최고의 시즌을 보낸 만큼 FA 시장으로 향해 다년 계약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장타력이 강점인 피더슨은 내년 시즌 개막 직후면 33세가 된다.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만큼 기량의 급격한 하락세가 찾아와도 이상하지 않다. 올시즌의 성과를 바탕으로 다년 계약을 노리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최근 3년의 성적을 감안하면 대박 계약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수준의 계약은 충분히 따낼 수도 있다.
지명타자 자리에 여유가 있고 좌타자 보강이 필요한 팀이라면 누구든 피더슨을 눈여겨 볼 수 있다. 이제 어린 선수는 아니지만 대체재로 거론되는 맷 카펜터, 저스틴 터너, J.D. 마르티네즈, 앤드류 맥커친 등의 후보들보다는 더 젊다. 주전 보장을 얼마든지 받을 수 있는 입지다.
한 때 다저스 중견수 기대주였던 피더슨은 이제 좌타 플래툰 지명타자라는 자신의 몸에 딱 맞는 옷을 찾았다. 맞는 옷을 입은 피더슨은 30대에 접어든 후에도 오히려 20대 때보다 더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과연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피더슨이 올겨울 거취를 어떻게 결정할지 주목된다.(자료사진=작 피더슨)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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