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잘 살면 돼"가 경제 망친다...'14억 인구 대국' 인도가 중국을 추월할 수 없는 이유
아쇼카 모디 '두 개의 인도'
① 2011년 세계은행은 하루 1.90달러도 쓸 수 없는 사람을 '가난하다'고 정의했다. 이 기준대로라면 당시 인도 국민 중 가난한 사람은 22.5%였다. 세계은행은 2017년 빈곤 기준선을 3.20달러로 올렸다. 2017년의 기준으로 계산하면 2011년 인도의 빈곤율은 60%로 올라간다.
② 인도 기업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의 뭄바이 자택은 27층이다. 천장이 높아 일반 건물 60층 높이를 자랑한다. 헬기장 3개와 차량 168대를 수용 가능한 차고를 갖췄다. 지난 7월 열린 암바니 회장의 막내 아들 결혼식에는 약 6억 달러(약 8,000억 원)가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①과 ② 중 무엇이 인도의 진짜 모습일까. 인도계 미국인인 아쇼카 모디(68) 미국 프린스턴대 국제경제정책학과 교수는 책 '두 개의 인도'에서 "두 개의 인도는 정말로 서로 다른 나라가 되었다"고 평가한다. 세계 경제학자들 사이에선 생산성이 떨어지지만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거북이 경제)가 중국(토끼 경제)을 머지않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공공연히 나왔다. 모디 교수는 낙관론에 일침을 가한다. 그는 "국내총생산(GDP)은 누가 (경제 성장의) 혜택을 받는지에 대한 중요한 문제를 피하고 무모한 천연자원 사용으로 미래 세대에 발생하는 비용을 무시한다"면서 세계 5위인 인도 GDP(3조3,850억 달러) 수치가 말하지 않는 조국의 실상을 까발린다. 원제는 '무너진 인도'(Broken India)다.
경제활동인구 10억 명, 그런데 일할 사람도 일자리도 없다
인도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다. 14억 인구 중 15세 이상의 경제활동인구만 약 10억 명. 이 중 3억3,000만 명은 일하지 않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다.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46%는 농업에 종사한다. 인도 정부는 젊은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노동집약적 산업 육성에 철저하게 실패했다. 자와할랄 네루 초대 총리는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산업 구조를 다져야 할 결정적인 시기에 섬유, 신발과 같은 노동집약적 산업보다 일자리 창출량이 떨어지는 중공업 육성에 사활을 걸었다.
일할 사람도 제대로 양성하지 못했다. 공교육 제도는 부실했고, 만연한 성차별은 여성을 노동 시장으로 끌어들이지 못했다. 인도의 노동 경쟁력은 처음엔 중국에, 그다음엔 인구가 1억 명이 안 되는 베트남에, 방글라데시에 차츰 밀렸다. 모디 교수는 "중국인들이 150개를 만들 수 있는 자원으로 인도 기업들은 100개만 생산한다"며 "인도 당국은 첨단 기술이 필요 없는 노동집약적 산업조차도 기본적인 읽기와 산술 능력을 습득하고 직업 윤리를 갖춘 교육받은 노동자들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처럼 고속도로 깔기 전에 교육 정비 했어야"
모디 교수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 경부고속도로의 사례를 든다. "서울-부산 고속도로는 1970년에 건설됐는데, 이는 한국이 강력한 대중교육 기반을 확립하고 여성을 노동력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한 후였다"며 이와 달리 교량, 도로, 철도 같은 물리적 인프라 마련을 우선했던 인도 정부를 비판한다.
인도의 실업률은 4~8%를 오르내린다. 일자리가 주로 풀 타임 완전 고용이 아닌 불완전 고용(underemployed)에 의존하는 데서 기인한다. 통계상 실업(unemployed)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정규직 일자리 자체가 소수라는 의미다. 모디 교수는 "일자리 기회가 부족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한 인도는 인구로 인한 재앙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사회 도덕성의 붕괴가 경제도 망쳤다
인도 경제의 성장이 지속되기 쉽지 않은 근본적 이유로 모디 교수는 "도덕성의 붕괴"를 꼽는다. 사회 전반적으로 "공동의 발전을 중시해야 된다고 믿는 공공 윤리가 부재"해 피해를 보지 않으려 부정을 저지르는 일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대학은 등록금만 받고 학위를 남발하고 재벌은 정치권과 결탁해 정부 소유 은행에서 무분별하게 돈을 끌어다 쓴다. 이를 제어할 신속하고 공정한 사법 제도의 부재는 사회를 좀 먹는다. 민주주의가 특권층의 장난감으로 전락한 피해는 국민이 입는다. 아무리 교육기관의 설립에 돈을 쏟아부어도 글로벌 경제가 요구하는 읽기, 쓰기 능력을 갖춘 인도 학생은 전체의 15% 수준이고, 인구의 60%가 빈곤선 근처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간다.
모디 교수는 "교육, 보건, 사법 제도, 환경 등 공공재를 무시한 경제 발전은 한계가 있다"며 "도덕적으로 안정된 정치적 책임 의식이 아마도 (인도 경제 번성의) 유일한 가능성일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경제 불평등과 양극화, 정치 무능과 부패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 역시 새겨 들어야 할 이야기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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