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예술작품으로 법 지식 늘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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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분이 있던 법조계 원로가 "법조계의 진짜 문제는 '관선변호'"라고 말한 적이 있다.
선후배 사이라 문제를 제기하면 조직 내에서 살기가 힘들어지니 드러나진 않는데 검찰, 법원을 막론하고 고질적으로 만연된 현상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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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교수이자 변호사인 저자는 16세기 화가 아르침볼도(1527∼1593)의 ‘The Jurist’(법학자 또는 법률 문제 전문가)를 소개한다. 법률가의 얼굴을 코와 미간은 머리를 제거한 개구리 몸통으로, 볼은 닭의 넓적다리, 눈썹은 닭 날개, 턱은 생선 꼬리, 입은 생선 대가리로 묘사한 작품이다. 당시에도 표리부동, 견강부회, 아전인수, 곡학아세했던 괴기스러운 법률가들이 만연했던 모양이다.
저자는 레니(1575∼1642)의 ‘와인을 마시는 바쿠스’를 통해 ‘주취 감형’의 모순과 취중진담이 무효인 이유, 미성년자의 음주를 금지하는 법이 필요한 이유를 이야기한다. 또 푸생(1594∼1665)의 ‘솔로몬의 재판’을 통해 대리모와 익명 출산의 법적 근거를, 휘슬러(1834∼1903)의 ‘검은색과 황금색의 야상곡―떨어지는 로켓’을 통해 명예의 보호와 표현의 자유가 충돌할 때를 설명한다. 딱딱한 법 이야기를 그림으로 쉽게 풀다 보니 읽는 맛이 있다. ‘화가의 날선 붓으로 그린 판결문’이란 부제는 좀 과한 듯. 그림을 통해 관련된 법과 사회문제를 재미있게 풀어낸 이야기라는 게 더 정확한 것 같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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